-
-
셰리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4년 12월
평점 :
-20250709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엄마친구의 아들이 엄마친구랑 사귀다가 결혼하고도 엄마친구를 못 잊고 방황하고 엄마친구는 한참 여행 끝에 돌아와서 찾아온 엄마친구 아들이랑 하룻밤을 더 보내고 그런데 엄마친구 아들이 심봉사처럼 눈이 트여서 아 엄마친구 늙었네 하는 걸 엄마친구도 알아버려서 헤어지는 이야기이다.
ㅋㅋㅋㅋㅋㅋㅋ (아 엄마친구 아들 아니고 그냥 엄마아들이다...)
줄거리만 써 놓으면 쌈마이인데 그걸 200페이지에 걸쳐 섬세한 행동 묘사, 심리 묘사, 뭐 그렇게 그려 놓은 건 인정. 처음 읽는 콜레트이자 마지막 콜레트가 될 예감도 인정. 어리광부리고 낳지 않은 어린애 대용처럼 보살피면서 밀프물(웩) 찍다가, 부재시에 갈망하던 건 그냥 환상이고, 그새 자기가 사랑하던 사람은 사라지고 더 나이들어서 현타왔어요, 그래 그럼 가라 보내줄게 쿨내- 이런 것도 사랑이겠지. 그렇지만 그런 사랑은 딱히 애틋하지도 지켜보는게 설레지도 그렇다고 한심하지도 않다. 참고 읽은 나를 칭찬할지, 이새끼야 남들 본다고 표지 예쁘다고 녹색광선 책 막 사지 말랬지 하고 혼낼지 잘 모르겠다. 셰리(쉐리)의 향기는 그닥 오래가지 않았고, 심지어 동명의 섬유유연제는 제조사가 수많은 사람들을 숨막혀 죽게 한 뒤 단종되었다. 팔영감님 말 들을 걸….삼별 반이랬는데 난 내림해서 별 셋!
+밑줄 긋기
-“나가! 꼴도 보기 싫어! 넌 날 결코 사랑한 적이 없어! 넌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나에 대해 아무 신경도 쓰지 않아! 넌 날 상처주고, 모욕했어, 넌 추잡해, 넌...넌...넌 오직 그 늙은 여자 생각뿐이야! 취향이 아주 병적이고, 퇴행적이고, 또, 또...넌 날 사랑하지 않아! 그러고 보니 대체 넌 왜, 왜 나랑 결혼한 거니? 넌...넌…”(107, 레아에 이입한 나이 든 여자들의 작은 기쁨을 위해 어린 에드메를 이렇게 절망하게 해야 했니 작가여…)
-“저는 놀랍지도 않네요. 이혼이 결혼보다 더 즐거울 걸요. 결혼은 모두가 악마를 짊어지고 사는 거잖아요…”(146, 레아의 도우미 로즈의 말이 좀 슬프다.)
-그녀는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그녀를 늙은이들로부터 보호해주었던 스쳐지나간 관계들과 연인들을 소환했고 자신이 지난 삼십 년 동안 빛나고 푸르른 청춘들이나 연약한 청년들에게 순수하고, 당당하고, 헌신적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 젊은 피들이 외려 나한테 감사해야지! 대체 얼마나 많은 그들이 내 덕에 건강하고 아름다워지고, 슬플 땐 건전하게 이겨내고, 감기에 걸리면 레드풀로 회복하고, 무성의하지 않고 단조롭지 않게 사랑을 나누는 습관까지 배게 된 거냐고?...그런데 난 이제 침대에서 허전하지 않기 위해 만날 수 있는 남자가 나이 든…’
그녀는 망설이다가 위풍당당하게 몰지각하기로 결정했다.
‘나이 든 사십 대 정도?’ (148-149, 마흔 아홉, 스물 다섯, 열 여덟, 혼란하다 혼란해. 나는 더 늙네 젊네 안 따질 같은 속도의 또래가 좋아요. 젊은이아님안돼병은 무섭네요.)
-한유한 사람들의 번다한 삶에 합류하기 위한 모종의 시도들은 그녀에게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피로를 안겼다.
‘내가 왜 이러지?’ (150, 이 문장들에서 나도 피로해졌다. 한국말을 왜 이렇게 써…)
-‘나의 가엾은 셰리...생각하면 재미있어, 너는 쇠락한 늙은 연인을 잃음으로서, 나는 스캔들 급의 젊은 연인을 잃음으로서, 우리는 우리가 소유했던 세상에서 가장 명예로운 것을 잃었으니 말이야…’(161, 본문 그대로 옮겼는데 이거 맞냐…-으로서, -으로서… 하아…)
-“(…)나의 누누, 우리가 만나기 시작했을 때 당신은 내가 알던 멋진 사람, 내가 사랑한 멋진 사람이었어. 혹여 우리가 끝내야 한다고 해도 그것 때문에 당신이 다른 여자들과 똑같아져야 하는 거야?...” (193, 끝까지 추해지진 말자는 말을 헤어질 결심한 놈이 하면 어쩌는 거냐...잔인해.)
-”그래서 누누, 난 그렇게 몇 달간 살다가 여기 온 거야, 그리고…“
그는 하마터면 내뱉을 뻔했던 말에 움찔하며 말을 멈추었다. 레아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여기 와서 늙은 여자를 발견한 거구나.“ (195, 가혹한 자아 인식…)
-“(….)용서해, 셰리. 나는 너를 마치 우리 둘 다 한 시간 뒤에 죽기라도 할 것처럼 사랑했어. 난 너보다 24년 먼저 태어났으니까 어느 정도 운명이 정해진 셈인데, 내 운명에 널 끌어들인 거야…” (198, 나보다 24년 후에 태어난 애들은 이제 만 16세네...징그러워!!!!)
-상반신은 벌거벗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유혹적이어서 레아는 그에게 뻗으려는 두 손을 서로 깍지 :끼고 있어야 했다. 그는 아마도 그런 그녀의 마음을 짐작하는 듯 피하지 않았다. 건물 꼭대기 층에서 떨어지는 사람들이 추락 중에 느낄 수 있는 어리석은 희망이 그들 사이에 반짝였다가 사라졌다. (199)
+표지랑 내용이랑 씽크 너무 안 맞음...저기 저런 뽀송한 언니 말고 50살 언니를 데려다 놨어야 한다...그럼 책 안 팔렸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