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일상 감각 연구소 - 먹고 자고 일하는 인간의 감각에 관한 크고 작은 모든 지식
찰스 스펜스 지음, 우아영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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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4 찰스 스펜스.

감각 자극에 예민한 편이다. 특히 소음에는 민감해서 시외버스를 타고 다닐 때 옆 사람이 짝짝 소리 내며 껌을 씹으면 멀미가 심해지고 구역질이 난 적도 있다. 요즘 스터디 카페에는 천장에 스피커를 달고 백색소음을 틀어주는 곳이 있다. 이덕에 집중이 잘 된다고 좋아하는 사용자도 많던데, 나는 이 화이트 노이즈 볼륨이 너무 크면 클럽이나 번화가에 온 것처럼 느껴져 오히려 괴롭다. 게다가 반복되는 치지직 소리나 환풍기 웅웅 소음을 들으면 나의 뇌는 감각환각을 일으킨다. 공부 스트레스가 심해졌을 때는 스터디 카페에서 아이들이 막 스터디룸 안에서 떠드는 줄 알고 화가 나서 샥 뒤를 돌아봤는데 소름…아무도 떠드는 사람이 없었다. 위층에서 공사를 하거나 조금 소란한 사용자가 있을 때 백색소음 볼륨을 평소보다 높이는 것 같은데, 그럴 때면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나 심할 때는 휴대전화 판매업소에서 크게 틀어 놓는 음악 같은 게 귓속에 맴돈다. 내 정신 건강이 염려스러울 때도 있었는데, 올리버 색스나 최낙언 책에 보면 시지각 손상이 온 사람들이 맹점에서도 뇌가 그리는 환각을 보거나, 사지절단 환자가 유령통증을 느끼는 거랑 비슷한 현상인 걸 알게 되었다. 우리가 보고 듣는 건 실체가 아니라 환상 환각일 때도 생각보다 많다…

이럴 때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사용이 그나마 도움이 되었다. 그보다 나은 해결책은…3M에서 나온, 차음성이 높아 33db까지 차단해 준다는 형광연두색 귀마개가 나를 구원해 주었다. 층간 소음이 심할 때, 독서실 백색소음이 싫을 때, 수능시험장에서 주변 애들이 답 맞히며 소란 떠는 게 싫을 때, 곁의 사람이 맥주 먹고 코골이가 심한 밤에…진짜 귀마개가 짱이다…

책을 보고, 인터넷을 하고, 대부분 정보를 시각에 의존해 얻고 있지만, 감정과 기분을 좌우하는 데는 청각, 촉각(촉감, 온도 모두 포함), 미각, 후각, 많은 감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걸 누구나 알 것이다. 찰스 스펜스의 이전 책 ‘왜 맛있을까’는 맛에 관해 미각, 후각에 국한하지 않고 이런 다중감각의 관점에서 가스트로피직스-미식물리학이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를 소개하고, 여러 재미있는 실험을 예시로 들었다. 음식을 먹으며 벨벳을 쓰다듬는다든가, 특정 음악을 틀어주면 맛이 더 시게 느껴진다든가, 감자칩 먹으면서 헤드폰에 파사삭 소리를 크게 들려주면 더 바삭하게 느낀다든가… 자기 이름이 찰스라 이름 비슷한 칠리 콘 카르네를 좋아한다든가 하는 시답잖은 이야기까지… 물론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건 그냥 근거 없다든가 뇌피셜이라든가 농담이라든가 이렇게 밝혀주긴 했지만 ㅋㅋㅋ

이번 책은 같은 저자가 더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감각에 관해 다룬다고 해서 재미있겠다, 하고 펼쳤다. 그런데 이전 책만큼은 잘 읽히지 않았다. 번역가가 다르기도 하고, 이 책의 핵심 키워드가 ‘센스해킹’인데 이걸 적합한 용어로 바꾸기 망설여졌는지 그대로 센스해킹, 하고 써 버리니 의미가 잘 와닿지 않았다. 감각 조작, 이러면 조작이 너무 부정적 의미라고 생각했나? 아님 그냥 센스만이라도 감각으로 번역해서 감각 해킹, 해도 좀 더 잘 읽혔을 것 같다. 센스 해킹은 결국 삶의 질, 만족도 향상을 목표로 하는데 이 부분도 웰빙, 이렇게 써버리니까 영 읽기에 별로였다. 내용도 이미 이루어진 연구보다는 저자가 이런 연구도 있었으면, 누가 나 대신 이런 실험도 해주었으면, 하는 내용과 가설 나열과 입증되지 않은 추정이 더 많아서 조금 아쉬웠다.

조명의 색이 식욕에 미치는 영향은 이전 책에도 다룬 것 같은데, 나는 수면 관련해서 큰 효과를 본 경험이 있다. 첫아이는 어릴 때 밤만 되면 잠들기 싫어서 책을 읽어달라고 하며 불을 계속 켜놓으라고 울곤 했는데, 나중에 ‘느림보 수면 교육’이라는 책을 읽고 잠에 영향 주는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케아에서 파는 저렴한 스탠드를 방과 거실에 갖추고, 전구만 조금 좋은 걸 구했다. 디밍 전구라고 해서,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면 불빛 밝기가 3단계로 점차 낮아지는 것을 침실에 두고, 거실에는 크기가 엄청 크고 밝지만 노란빛이 나는 전구를 단 스탠드를 가로등처럼 세워놓고, 주방에는 껐다 켰다 하면 조명색이 주광색과 전구색을 오가는 전구를 달았다. 저녁이 되면 하얀 엘이디 조명 대신 그렇게 노란 엘이디로 조명을 바꾸는데, 그게 석양빛이랑 비슷해서 그런지 점차 조도를 낮추다 꺼서 그런지 그렇게나 늦게 자던 어린이들이 별다른 불만 없이 일찍 자기 시작했다. ㅋㅋㅋ

이렇게 간단하고 적은 비용으로 조명, 향기, 색채, 촉감 등을 이용해 사람들이 더 편안하고 건강하고 만족스럽게 생활할 수 있도록 감각을 연구하는 건 좋은 일 같다. 반면 감각 조작 연구에 가장 관심을 갖고 돈을 대는 건 주로 마케팅, 판매 촉진을 위한 산업 쪽이라는 게 씁쓸하기도 했다. 매장에 트는 음악의 템포가 고객 회전율에 영향 미친다는 건 너무나 잘 알려진 연구이고, 특정 향기, 빵 냄새나 커피 냄새 풍기면 집이 잘 팔린다는 것도 마찬가지이고…

소리나 냄새의 차단, 벽도 온통 하얀 벽지로만 발라버리고 최대한 감각 자극 덜한 쪽을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반대로 지나치게 감각을 차단하는 것이 감각 환각을 일으키거나 정신 건강에 해롭다는 걸 책에서도 보고 몸소 체험…하기도 했으니 조금 더 편안하고 기분 좋은 감각 자극에 대해 고민해 봐야겠다.

+밑줄 긋기-일상생활에 참고할 만한 센스 해킹 관련 내용은 맨 뒤에 친절하게도 요약 제시해 놓았다. ㅋㅋㅋ다 보고 나니 이게 다인 것 같기도…
★ 간단한 센스해킹 방법 ★
• 좋은 냄새가 나는 수건이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
• 식탁보를 깔면 음식 맛이 10퍼센트 더 좋아지고 50퍼센트 더 먹게 된다.
• 샤워를 좋아한다면 냉수 샤워를 해보자. 병가 일수를 29퍼센트 줄일 수 있다(이 수치를 이해하기 위해 덧붙이자면,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경우 병가를 35퍼센트 줄일 수 있다).
• 주름을 (일시적으로) 제거하는 페이스 크림의 주요 기능은 편안한 느낌을 주는 향이다.
• 자연의 소리는 평온한 느낌을 주며(이건 그리 놀랍지 않다), 새소리가 더 많이 들릴수록 더 평온하게 느껴진다.
• 옆집이 시끄럽다면? 그들과 같은 걸 들으면 더 잘 자게 될 것이다.
• 잠을 잘 못 자는데 귀마개가 하나뿐이다? 오른쪽 귀에 꽂아야 한다.
• 목욕을 좋아한다면, 목욕 후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상적인 수온이 섭씨 40~42.5도라는 점을 알아두자.
• 가족용 자동차는 ‘스포츠’ 모드에서 빨간색 조명을 켜고 엔진 소음을 키운다. 성능 자체는 거의 변화가 없는 경우가 많다.
• 실내 식물은 사무실 공기 오염을 25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고, 깨끗한 공기는 업무 생산성을 8~11퍼센트까지 높일 수 있다.
• 여성은 신진대사율이 낮아 사무실에서 추위를 타는 경우가 많다. 온도를 1도 높일 때 남성의 성과는 0.6퍼센트 감소하고 여성의 성과는 1~2퍼센트 증가하므로, 온도를 높이는 게 좋다.
•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는 회의를 했다면, 다른 냄새를 맡아 정신 상태를 다잡아보자.
• 개방형 사무실에서는 여러 방해로 인해 하루 평균 86분을 손해 본다. 집에서 일할 수 없는 경우, 배경음악을 들으면 생산성을 10~20퍼센트 높일 수 있다.
• 뻔하지만, 가게나 패스트푸드점에서 빵 굽는 냄새를 풍기면 고객들이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쇼핑객은 빠른 음악이 나올 때보다 느린 음악이 나올 때 돈을 38~50퍼센트 더 많이 쓴다.
• 더 열심히 운동하고 싶다면? 음악 속도를 10퍼센트 빠르게 해보자. 즐거움도 더 커진다.
• 테니스에서 경쟁 우위를 원하는가? 포효가 실제로 도움이 된다.
• 관중의 소음은 주심이 옐로카드를 내밀 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 더 크게 소리쳐라.
• 운동할 때 웃으면 달리기 경제성을 2퍼센트 이상 향상시킬 수 있다.
• 운동 중 7~8분마다 한 번씩 탄수화물을 몇 초간 맛보기만 해도(예컨대 스포츠 음료를 입안에 머금었다가 뱉기) 운동 능력이 2~3퍼센트 증가한다.
• 스포츠 팀의 장비 색상을 선택한다면? 검은색이 승리를 가져다줄 것이다.
• 영화관 데이트? 스릴러를 보면 데이트의 결말이 좋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 냄새로 사람의 나이를 알 수는 있지만, 젠더는 알 수 없다.

-자연의 초록초록이 스트레스 낮추는데 좋다는데…화면으로 보는 건 효과가 있는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하지만…이 부분 읽다가 아이패드 홈화면을 죄다 초록초록 여름의 공원 사진으로 바꿔 버렸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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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섹스북 - 우리 모두 잘 모르는 여자들의 성과 사랑
한채윤 지음 / 이매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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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1 한채윤.

원래는 일주일 후 성적표 나오는 날까지 쉬려고 했는데, 어차피 인터넷 들여다보고 책 보고 허송세월하는 건 똑같잖아…하고 백만 년 만에 수학 기초 개념 강의를 두 개 들었다. 시험 전엔 너무 늦게 강좌 수강 시작한 바람에 막 어려운 개념이랑 기출문제풀이 강의를 먼저 들었는데 다시 초심으로, 나 수학 처음 배움 ㅋㅋ하는 마음으로 기본 강의를 1배속(그전에는 막 배속해서…)으로 여유 있게 보았다. 문제는 많이 안 풀었는데 내일부터는 문제 푸는 연습도 다시…

그래서 오랜만에 책도 별로 안 본 하루였다. 2주 동안 이 책 저 책 벌려놓고 봤더니 거의 다 본 책 뭐 있나 봤더니…여자들의 섹스북 거의 다 보고 끄트머리만…책 보다보다 지치면 이거 보면 이제 그만 보자…하고 마무리(?) 되는 느낌으로 조금조금 보았다.
성과 사랑 카테고리 책은 꾸준히 보았어서 이제 그만 하산…해도 될 거 같지만 우연히 이 책 발견하고 흠, 새로운 뭔가가 있을지도…늘 정진해야 한다…하고 구입했다. 개정판 전에는 레즈비언을 위한 섹스책이었다는데 새로 책을 내면서 동성애 이성애 구분 없이 사랑 나누는 여성 모두에게로 독자를 확장했다고 한다. 과연, 성적 지향 상관없이 여성과 사랑을 나눌 이는 물론, 혼자 스스로를 사랑할 여성에게도 참고할 만한 내용들이었다. ‘질의응답’이나 ‘마이시크릿 닥터’같은 책은 여성의 성을 다루면서 건강 쪽에 더 초점을 뒀다면 이 책은 건강이나 교제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루지만 조금 더 실용서 쪽이다. 대부분 아는 내용(?)에 실천 중(?)이지만 뭔가 도움 될 내용 있던 것 같다…했는데 그새 다 잊어버림… 저는 역시 하산해도 될 것 같고, 자신과 파트너의 행복을 위해 더 노력하실 분들은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여성 신체에 초점 맞춰서 남성 관련은 안 나옵니다…스스로 상상력이 부족하다 싶다면 지평을 확장해 주는 부분이 많습니다.

오늘의 일상은 수학 재시작…인데 어쩌다 펼치고 마무리한 책은 섹스북이라…싱크가 안 맞는다. 아… 만약 하느님이 수능 국어랑 수학 둘 다 만점 주는 대신 성적 능력은 박탈 vs 공부는 해도 해도 못하고 성적 능력은 신컨으로 맞춰주심 셋 다는 안 된다고 하심… 당신의 선택은? 요즘 수능 국어 수학 둘 다 만점이면 원하는 데는 웬만하면 가서 팔자 고칠 수 있으니 뭔가 갈등되는 질문을 던져보았다…저라면… 하느님께 국어 빼고 수학이랑 성적 능력 이렇게 둘이 묶음은 안 되냐고 물어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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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2-12-02 2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성적표 나올 때까진 쉬시지...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2-12-04 15:05   좋아요 1 | URL
쉬엄쉬엄 하려고요 ㅋㅋㅋ 성적표 두렵다…

라로 2022-12-03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미 국어를 잘 학시니 그렇게 여쭈는 것은 당연한데 (반열샘에게) 저는 수학과 국어로 부탁드릴까봐요. 성적능력 하산하라 하실듯. ㅋㅎㅎㅎㅎㅎㅎ3=3=3=3333333333333

반유행열반인 2022-12-04 15:06   좋아요 0 | URL
아니 그니까 하산할 능력조차 앗아가고 선택하라 하시면 과연 수학 국어를 선택하실 건가요???!!!

라로 2022-12-05 15:28   좋아요 1 | URL
하하하 이 댓글엔 댓글을 달아야 할 것 같아요,,, 하산 할 능력조차,, 음, 저는 지금의 제 나이로 얘기하는 것이니까 뭐 할만큼 했으니 앗아가도,, 뭐 답이 되었을까요?? 근데 저는 국어를 잘 해서는 아지만 수학과 영어나 스페인어 하고 싶은데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사계절 만화가 열전 13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 / 사계절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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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30 재독. 이창현, 유희.

읽은 해에 나를 제일 많이 웃긴 책이라길래 오늘 다시 봤다. 아까 본 하루키 단편 소설도 그렇고, 읽은 지 몇 년 된 책은 안 읽은 거나 다름 없구나…싶었다. 사자네 집에 모임 멤버들이 우루루 몰려갔던 기억은 나는데 나머지 장면들은 다 새로웠다. 그런데 그때 만큼 웃지 않았다.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진짜 한 번도 안 웃었다…
독서가에 대한 고정관념을 오히려 과장해서 책을 읽는 사람이든 안 읽는 사람이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만화라고…그때는 생각했지만… 지금 보면 아니 책 읽는 게 뭐 특별하다고… 이거야 말로 오리엔탈리즘의 재탕… 그리고 그땐 작가님들 책 많이 읽나 보다 했는데…지금 보니까 님들 책 안 많이 안 읽죠… 독서가도 그냥 평범한 사람입니다… (왜 뾰족해졌어 안 웃겨서 뿔났어?)

무슨 독서 에세이 광고를 보다가, 북튜버란 사람 소개와 포스트 같은 걸 둘러보다가… 자기 소개에 다독하는 타입, 이라고 되어 있어서 얼마나 읽나요..보다가 월 9-11권인 걸 보고 친구와 다독이란 무엇일까… 우리의 기준치는 너무 높게 설정된 걸까… 이쁘긴 이쁜데… 이러고 회한에 잠겼었다. 많이 읽지 않고 행복한 한해를 보내기로 했는데, 그냥 많이 읽지만 않은 해가 저물어간다.

지난 번에는 도서관이 근처에 없으면 사람 살 곳 아니라고 이사를 가! 이런 장면이 웃겨서 퍼놨었는데 오늘은 다른 장면들에 꽂혔다.

+밑줄(아니고 찰칵?)
-도서관이나 알라딘중고서점 같은 데서 이러지 맙시다. (흠흠)
-과도한 독서는 곧 자기파괴… 자기개발 정도의 자기 위안이 평범하게 사는데 낫지 않을까…(그러면서 오늘도 열심히 자기파괴 중인 동지들, 간바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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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2-11-30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예전에 열반인님 서재에서 봤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시 보면 별로인 부분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도 나중에 다시 보면 팔아버리고 싶은 책들이 생겨서ㅎㅎ 일찍 팔았으면 좋은 값을 받았을텐데 괜히 아쉬워서 껴안고 있다가 책값이 똥값 되어야 팔아요ㅜㅜ...

반유행열반인 2022-12-01 16:19   좋아요 1 | URL
막 팔아버리고 실망까진 아닌데 처음 본 것처럼 웃음 터지는 건 없더라고요. 어떤 책들은 여러번 봐도 매번 감탄이고 새롭기도 한데(만화책일지라도요 ㅎㅎ) 이 책은 역시 처음 한방이 다 한달까 ㅋㅋ저도 책 파는 거 주저하는 편이었는데 집이 점점 좁아지니 막 싸게라도 내놓게 되네요 ㅋㅋㅋ

Yeagene 2022-12-01 15: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재밌게 봤던 책인데...다시 보면 재미없을까요?ㅎㅎ

반유행열반인 2022-12-01 16:19   좋아요 1 | URL
다시 보고 여전히 빵 터지시면 알려주세요 제가 웃음이 부족한 걸로 알겠습니다 ㅋㅋ
 

걷고 싶었다. 그러면 책도 안 들여다보고 목도 어깨도 덜 아플 테니까. 목표지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폴바셋으로 하고, 1.7킬로미터(이게 가깝니…)라고 하니까 왕복하면 거리도 딱 적당, 가서 카페라떼 한 잔, 그런데 어제보다 9.9도 낮습니다…라고 해서 그냥 포기했다. 언제부터 카페에서 커피 사 먹었다고… 저지방고칼슘 우유를 전자렌지에 뜨겁게 데워서 스타벅스 이탈리안 로스트? 뭐 그런 캡슐을 내려서 한모금 했더니…세상 맛없는 카페라떼였다…사양하고 싶은 맛엔 사양벌꿀을…웃기지도 않는 아재 드립을 치며 맛없다 맛없다 하고 커피를 마셨다.

시험 끝나면 세상 영화 다 조질 것처럼 굴더니 지난 주 극장 가서 헤어질 결심 한 번 더 보고는 그냥 책만 조졌다. 걷는 대신 영화를 보자! 아이패드 저장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고 있는 버닝을 보기로 했다. 보려고 결심한 지 4년 만에 보았다. 영화는 좋았다. 유아인 글은 안 좋아하는데 연기는 좋아한다. 대놓고 자본주의, 여기는 부, 여기는 빈, 사랑 하나 남은 사람한테 그거 하나마저 앗아가는 게 너무 슬펐다. 원래 줬다 뺏는 게 제일 잔인하다. 차라리 너를 몰랐더라면. 흑흑.

영화를 보고나니까 하루키가 썼다는 원작 헛간을 태우다, 도 다시 읽고 싶어서 읽었다. 놀랍게도 내가 이걸 읽었다고? 할 정도로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짧은 소설 가지고 두 시간 반짜리 영화로 재해석 한 쪽이 조금 더 좋았다. 자본주의 돼지의 심장에 강렬한 베이스 대신 죽창을 퍽퍽퍽, 타보지도 못한 슈퍼카엔 스러져간 비닐하우스들에 대한 복수의 불꽃을 활활활, 하는 건 조금 더 어렸을 때라면 열광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그냥 그렇다. 그렇다고 더 나은 매조지도 모르겠음…그냥 참 잘했어요…

하루키는 십대인지 이십대인지 쯤에 상실의 시대 읽고 삼사년 전에 반딧불이 읽고 왜 팬이 많은 거지 갸우뚱…했었다. 나랑은 안 맞나 봐…하고. 오늘 영화 보고 다시 한 편 보니 뭔가 잘 쓰는 거 같긴 한데, 역시나 아저씨 자아는 꼴보기 싫어서, 헛간 찾아 달리기나 했지 퍽퍽퍽, 활활활, 이건 원작에 없어서 예전에 이웃이 말하던 빵가게 재습격을 같이 꺼내놨다가, 김이 빠져 나중에 읽기로 하고 조금 가까운 곳에 꽂아만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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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11-30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닝이 하루키 작품이 원작이었군요!! 저도 버닝 봤는데요!! 유아인은 전 예전에 연기 좋아했는데 갈수록,,, 뒷 얘기는 안 해도 하시죵??^^;;

반유행열반인 2022-11-30 17:55   좋아요 0 | URL
저 이상하게 남들이 미워하는 캐릭터에 더 연민을 갖는 질병(?)이 있습니다…동병상련인지… ㅋㅋㅋㅋㅋ

Yeagene 2022-11-30 17: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아인은 골육종인가로 군대는 안가고 태연하게 활동해서;;;;
좀 웃기더라고요...

반유행열반인 2022-11-30 17:56   좋아요 1 | URL
빨리 통일 되어서 군대가 없어졌으면 좋겠네요… 유아인은 에스엔에스 안 하고 연기만 했으면 좋았겠는데… 글 써 놓은 거 보면 저는 무슨 소리 하는지 뭘 말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더라고요 ㅋㅋㅋㅋ(내 독해력이 문제인가!)
 
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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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9 애나 렘키.

2년 전쯤 뇌과학 책들에 빠져 이것저것 읽었다. 도파민형 인간이라는 책도 흥미롭게 보았는데, 그 책은 그야말로 흥미 위주로 쓰여 있긴 했다. 또다시 도파민이 등장하는 제목의 이 책을 보고 궁금했다. 엘리자베스 워첼의 프로작네이션이랑 제목도 왠지 비슷하고… 예상과 비슷하게 이전에 읽은 책들을 적당히 섞어 놓은 듯, 이 책은 사람의 중독 성향에 초점을 두고 도파민을 다루고 있었다.

십여 년 전에 우울증 진단을 받고 항우울제, 항불안제, 수면제 골고루 먹을 때는 갑자기 약이 떨어져 심한 부작용을 겪거나 약이 잘 맞지 않아 단기기억 상실이 일어나거나 악몽을 꾸는 경험을 하긴 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약물 의존을 걱정하기는 했지만 투약 기간은 반 년 정도였고 아이가 생기는 바람에 약을 탁 끊었지만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정신과 쪽은 오히려 약물 처방과 복약 지도에 조금 더 신경 쓰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약물 문제는 다른 과 진료를 보면서 일어났다. 성대 질환이 재발을 반복하다 결국 수술을 받게 되고, 의사는 너무 빨리 말하는 게 문제라며 천천히 말하길 권하고 근육 이완제를 처방해 주었다. 두경부외과에서는 근육 이완제인 것이 정신과에서는 항불안제였다. 나는 원체 불안도가 높고 신경이 예민한 편이라 근육 이완용으로는 아주 적은 양, 반알씩 처방받았지만, 문제는 그 약을 이따시만한 통에 소분하지 않고 몇 달 치를 한 번에 담아 주었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고 힘들면 그냥 멘토스 꺼내 먹듯 지맘대로 먹다가 안 먹다가 했다. 잠이 안 오고 눈물이 주룩주룩 나오면 그냥 한 알 통째로도 먹고 왠지 안심이 안 되면 두 알씩도 먹고… 그러다가 막 수능 감독관이 지각도 하고 그러는 겁니다…
뭐 이 문제는 그 뒤로 약뿐 아니라 과음 문제로 이어지고, 이런저런 사고를 치고 나서 곁의 사람에게 그런 약물 관련 수많은 남용 문제를 털어놓으면서 약 먹지 않기 약속, 이러고 많이 해결되었다. 처방받은 약이 다 떨어지고서는 저절로 약 없어서 못 먹기도…직접 정신과에 가서 약을 탈까 고민한 적도 있지만 그냥 잘 버티고 넘어가며 몇 년이 지났다.
화이자 맞고 나서, 심박이 이상한 느낌과 호흡곤란을 느껴 내과 진료를 받았는데, 이런저런 검사를 해도 큰 문제는 없었고 천식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천식약 외에도 공황장애약 자낙스를 냥냥하게 처방해 주었다. 이게 또 없으면 그냥 버티는데 집에 약이 있잖아… 나는 자주 불안하고 예민하고 그러다가 한 번 울음이 터지면 줄줄 우느라고 아무것도 못 하고 잠도 들지 못하고… 그게 공부하면서는 더 심해져서 모의고사 보고 너무 충격받아서 잠도 못 들 정도로 울거나 시험 앞두고 진짜로 공황에 빠졌거나 다시 친해질 거라 믿었던 이웃이 언팔한 걸 알고 또 충격에 빠졌을 때… 한 알씩 빼먹고 말았다.
뭐 이 정도는 예전에 비하면 오용 남용 아니고 필요한 때 최후의 수단으로 일회적으로 쓰긴 했지만… 어쨌거나 진단과 처방 없이 임의 복약했으니…
…아 쓰고 보니 나 약대 가면 안 될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굳이 약물이 아니라도 공부 잠시 멈춘 뒤로 겨우 열흘 동안 책 열한 권 미친 듯이 봐서 다시 어깨랑 목을 작살내는 것도 중독일 것이고, 책 보기 싫으면 또 그동안 못했던 인터넷 서핑을 죽어라 해가지고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데 매일매일 차츰차츰 스크린타임이 늘어나더니 어제는 기어코 10시간… 찍는 걸 보고 아니 이거 수학할 때 문제 가장 극단적으로 붙잡은 날의 공부 시간이잖아… 이 시간에 차라리 공부를 하지…하고 시험 전까지 걸어두었다 시험 끝나고 해제했던 다운타임과 앱 제한 시간을 다시 설정하였다… 자 사파리는 하루 두 시간 반… 북플은 한 시간…네이버 블로그는 삼십분.. 이거 다 합해도 네 시간이나 되지만 그래도 열 시간은 안 하겠지.. 사용 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오늘 시간 끝! 하고 알림 알려주면 그래도 스스로 경계하는 부분이 있어서 IOS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기능이다.

그렇게 지나친 스크린타임을 걱정하면서도 이 책을 전자책으로 보면서, 맛이 간 목과 어깨와 팔을 미친 듯이 스트레칭하면서, 그간의 생활을 한 번 더 돌아보았다. 공부를 효율적이지 못하게 지나치게 오래 붙잡거나 했던 것도 어쩌면 도파민 중독이었을 것 같다. 쾌락이 바로 주어지지 않아도 일단 보상에 대한 기대감이 나를 몰아갔다. 다만 이전에는 그렇게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비교적 빠르게 따라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시험에 닥치기 전까지 끝내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많이 괴로웠고, 그건 진짜 고통이었다. 고통. 이 책은 쾌락과 고통이 맞닿아 있다고, 뇌에서 둘을 관장하는 부분은 유사하다고 하는데, 그래서 고통과 슬픔과 나쁜 감정도 중독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너무 오래돼서 기억 안 나지만 사랑중독이라는 책도 비슷한 이야기했던 것 같다. 여러분 사랑도 중독이 되는 것이랍니다… 러브홀릭이 허투루 만든 노래가 아니었던 거지…

어쩌면 가장 결핍이 없고 풍요로운 시기를 살게 된 내가 굳이 나에게 어려운 과제를 던지고 계속 성취 지향적으로 나를 다그치는 건 이놈의 도파민 중독 탓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미친 듯 달리고, 또 휴식을 맞아 반동처럼 책에 탐닉하다, 요 며칠 엄청난 무기력과 피로와 우울과 슬픔에 빠진 걸 보면… 그러면서 아…12월 땡 치자마자 좀 일찍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겠구나…궁리하는 걸 보면… 나는 쉬는 법, 나를 돌보는 법부터 제대로 다시 배워야 할 것 같다. 진짜 아무것도 안 하는 법…나는 심지어 낮잠도 몇 달에 한 번 잘까 말까 하고, 공부할 때도 강제로 쉬어라, 쉬어야 한다, 하면서 억지로 누웠다가 벌떡 일어나 버리고, 시험이 끝나고도 오히려 늦잠 자는 버릇이 시험날 일찍 일어나면서 쌱 고쳐져 버려서 막 전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 버리고 난리가 났다. ㅋㅋㅋ공부 다시 시작하면 청개구리니까 또 늦잠 자겠지…아닌가…

…책에서 말하는 대로 평형을 찾고 싶다…기울어진 시소 말고 평평한 시소이면 좋겠는데 그게 재미없는지 자꾸만 시소 끝의 그렘린들이(책 속 비유) 날뛰는구나…

(아…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자신이 만났던 환자들의 심각한 사례 뒤로 사실 나도…하면서 솔직한 중독 경험이랍시고 자꾸 꺼내는 고백이 -저 사실 트와일라잇 같은 로맨스 소설 중독이었어요… 하는 게 가소로웠다… 뭐 알코올 중독 섹스 중독 이 정도는 나와줘야 시소 균형이 맞지 않나…본인이야 괴로웠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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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2-11-30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지금은 괜찮으신거죠?;;;;;

반유행열반인 2022-11-30 17:57   좋아요 1 | URL
모가지요? 멘탈이요? ㅋㅋㅋ늘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 종일 상모 돌리기 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