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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 1인분도 배달되는 세상, 모두가 행복할까? - 인권 ㅣ 질문하는 사회 9
오찬호 지음, 소복이 그림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0년 9월
평점 :
-20250302 오찬호.
읽고 보니 여섯 번째로 읽는 오찬호 선생 책이었다. ‘1등에게 박수치는게 왜 놀랄일일까’가 처음 읽은 청소년 대상 책인데, 이 책이 그 후속편쯤 된다고 했다. 꼭지가 40개나 되서 워우 좀 많네...했는데 다 읽고 보니 뺄 만한 게 별로 없었다. 그만큼 차별과 불평등과 부조리가 많은 세상이다.
당위로 읽는 건 안 하기로 해 놓고 왕복 고속열차 세 시간 중 쉬다 읽다 하면서 이 책을 반쯤 읽고는 돌아와서 마저 다 읽었다. 그냥, 셀프 고문, 자학 같은 짓이다. 죽비로 후드려 쳐 맞는데 그 대나무 제가 가져왔네요…
아마 며칠, 빠르면 사흘 안에 나는 ‘나의 인권감수성은 몇 점?’하는 테스트를 권하며 인권에 관해 어린이들에게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책에는 그런 이야기 거리가 많았고, 나보다 어린이들에게도 어른이들에게도 권할 만한 책이었다. 다만 이런 책 읽고 그간의 자신의 인생과 말과 행동을 돌아볼 사람들은 이 책을 만날 기회가 아주아주 드물 것이라(읽더라도 아니 그게 왜 차별인데! 할 듯…) 책이란 늘 그런 것이라 안타깝다. 그리고 이런 책 많이 읽은 나라고 그렇게 훌륭해지지도 않았구요… 이런 그지같은 세상 그런데 그 세상으로 안 나가고 싶다…말하고 싶지 않다 더는 비판하고 불평하고 싸우는 사람이고 싶지 않다 그런 쭈그러드는 마음을 죽비로 다독다독하면서 내일은 남은 일도 좀 하고 그러자…
+밑줄 긋기
-한국에서 성비가 일반적 수치인 105 내외가 된 것은 2010년 이후입니다. 1980년 대부터 성비는 꾸준히 증가하여 1990년에는 무려 116.5를 기록합니다. 이 수치는 인구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였고 세계적으로도 드뭅니다. 이후 자연 상태의 성비를 회복하는 데 20년이 걸렸습니다.
-예전에는 그래도 일단 태어는 나고, 살면서 여자라고 무시당했는데 1980~1990년대에는 태어나지도 못하는 여자가 엄청 많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은 이성적이라 절대 선을 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하지만, 모든 이가 이성적이지 않기에 ‘훈육의 차원에서 적당한 체벌은 필요하다‘는 식의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어른, 양육에 지친 부모, 스트레스를 받은 교사는 순간적으로 학대와 훈육의 경계선을 구분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착각임을 일깨워주는 유명한 말이 있으니 평생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내가 체벌 때문에 바르게 큰 게 아니라, 체벌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사람인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자.‘(김희경, 『이상한 정상가족』,
-‘학부모‘라는 말을 쓰지 말자는 주장을 들어 보셨나요? 학생의 아버지, 어머니라 는 뜻으로 가정 통신문에 흔히 등장하고 선생님들도 자주 사용하시니 별 문제없 어 보이죠. 하지만 이 표현에는 가족에 대한 고정 관념이 있습니다. 모든 청소년 이 ‘부모‘로부터 보호받는 것이 아니기에, 누구도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는 ‘보호자‘라는 표현이 적합하지 않을까요?
-부모님 닮은 예쁜 자녀들이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꼭 엄마, 아빠 모두 참석하셔서 기쁘게 박수를 쳐 주세요. 가장 많이 참석한 가족에게는 응원상도 있답니다!‘
평범한 문장이지만 누구에게는 평범하지 않습니다. 모든 자녀가 부모와 닮을 리가 없습니다. 입양 가정, 재혼 가정은 서로 닮지 않은 사람들이 가족이 되어 살아갑니다. 모든 자녀에게 부모가 있을 리도 없습 니다. 대한민국의 2천 50만 가구 중 153만 가구(7.5퍼센트)가 한부모 가 정‘입니다(2018년 기준). 또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사는 조손 가정도 15만 가구나 되는데(2015년 기준) 2035년에는 32만 가구에 이를 전망입니다.
그러니 엄마, 아빠와 함께 라는 말 한마디가 누구에게는 상처가 됩니다.
-세상 어디를 가더라도 공부를 잘하면 직장 선택의 범위가 넓어지고 그래서 소득도 높아지겠지만, 한국처럼 ‘초등학교 4학년이면 중학교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라는 말이 떠돌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는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예의‘입니다. 몰세권이 많아질수록 세상에는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아집니다. 그들에게는 어떤 잘못도 없습니다. 높은 임대료 때문에 쇼핑몰에 입점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뿐입니다. 대형 마트처럼 물건을 대량 구매할 수 없기에 1+1‘ 행사를 할 수 없을 뿐입니다. 시대의 변화를 막을 순 없는 상황이지만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이들에게 누구도 ‘경쟁에서 졌으니 어쩔 수 없다‘라고 말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차별과 혐오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에 맞서기 위해서 필 요한 것입니다. 둘째, 문제가 되는 말들을 일상에서 일절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차별과 혐오의 단어를 작성해서 벽에 붙이고 매일 각오를 다지고 제대로 실천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둔감하게 살아갈 것입니다. 이런 것까지 신경 쓰면 머리 아프다고요? 아니, 살 뺀다고 칼로리 계산하며 음식도 가려 먹으면서 사람을 아프게 하는 말 좀 하지 말자는 게 그토록 어려운 일인가요?
-1 더하기 1의 답은 정치와 상관없이 2입니다.
대통령이 누구든 어떤 정당이 국회 과반을 확보하든 불변이죠. 하지만 덧셈을 언제 배워야 하는지(교육 과정), 나라가 정한 기준보다 빨리 배워도 괜찮은지(선행 학습), 이를 어떤 식으로 시험을 치르는지(평가 방법), 또 점수에 따라 상 주고 벌 줄지(교육 철학)는 모두 정치의 결과물입니다.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도, 여러분의 시간표가 특정 과목 위주로 짜여 있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의 삶이 정치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이라면, 어릴 때부터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쟁이든 내전이든 총소리 하나 들리지 않아도, 냉장고에 먹을 게 풍부해도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난민은 박해를 피해 탈출한 경우, 즉 국가가 자신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고 여기고 사는 곳을 벗어난 사람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부자인지 아닌지는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질병에 개인적 원인이 있다고 해서 이를 개인의 ‘잘못‘처럼 여겨서는 안 됩니다. 그런 사회에서는 개인의 아픔을 쉽사리 드러내지 못합니다. 특히 정신의 병을 바라보는 시선은 너무나 차갑습니다. 우울한 기분과 우울증은 차원이 다른 상태인데, 사람들은 우울증 정도는 쉽게 이겨 낼 수 있는 것처럼 여깁니다. 우울증은 나약해서 걸린다는 편견은 사람들에게 병을 숨기게끔 하죠. 우울증은 자살하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공통점입니다. 한국 사회가 자살률 1위인 건, ‘아픈 사람‘을 바라보는 ‘나쁜 사람‘이 많기 때문이죠.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을 피해자로 생각할 때는 통쾌했겠지만, 우 리 모두가 가해자인 양 언급하는 지점에서는 불편함도 있었을 것입니 다. 절대 외면하지 마세요. 순간순간, 아니면 언젠가는 이 책의 기억이 사회가 좋아지는 데 옳은 판단을 하는 연료가 될 수 있으니까요. 엉망 인 사회를 애써 외면하면서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여기는 건 결 코 바람직한 시민의 자세가 아닙니다. 차별과 혐오가 없는 좋은 사회에 서는 대단한 결심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답니다.
+40개나 되는 주제의 사례들, 다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지 않고, 8개로 나눠진 큰 장 마다 붙은 이거 하지 마! 이거라도 기억하면 좋겠다 싶어서 퍼 놨다. 이 책 안 볼 거면 8가지만 훑고 가요...이거라도 지켜 보자고...쉽진 않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