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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식탁 위의 중국사 - 한 상 가득 펼쳐진 오천 년 미식의 역사
장징 지음, 장은주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2월
평점 :
-20210822 장징.
이전에 ‘식물학자의 식탁’이라는 책을 재미있게 보았다. 식용 식물에 관해 주로 다룬 중국인 식물학자 저자가 재치있게 글을 잘 썼다. 식물책을 종종 챙겨보는데 음식책도 가끔 본다. 이 책도 식탁 들어가네, 그런데 대부분 식탁 넣은 책 원제에는 식탁이 없더라고…(이 책 원제도 다 읽고 작가 후기 보니 ‘중화요리 문화사’라고 한다…출판사들 낚시쟁이!!) 하여간에 음식 관련 역사라니 흥미롭네, 하고 빌렸다.
어릴 때 아주 재미있게 보았던 ‘금옥만당’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일단 잘생긴 장국영이 나오고, 배우 이름은 모르지만 빨간 머리에 조증과 매력이 둘다 넘치는 여자 인물도 귀여웠다. 거기에서 식당의 운명을 두고 두 팀이 요리대결을 펼치는데, 만족과 한족의 음식 문화를 아우른다는 ‘만한전석’을 재현하려고 코끼리코, 곰발바닥, 원숭이골 같은 희한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심사위원들이 먹으면 눈보라가 치고 하여간에 난리가 나던 요리왕 비룡의 원조쯤 되겠다.
내가 아는 건 하여간에 거기 나온 희귀 요리랑 신송반점의 자장면 짬뽕이 중국 본토에는 없다 소리 들어본 게 다인데…가끔 진미랍시고 먹는 상어 지느러미와 제비집이 얼마나 환경 파괴적인 음식인지 다룬 보도들이랑, 최근에 유행하다 또 급 사그라진 마라탕, 동네에 우후죽순 생겨나던 양꼬치집, 대만 밀크티 같은 게 한자 새겨진 음식 아는 전부이고 그나마 사먹은 적이 거의 없다…
시대 순으로 춘추전국시대부터 한, 위진남북조, 수당, 송원, 명청시대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고문헌을 열심히 뒤져서 당시의 특색있는 음식, 현재 먹는 음식이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나름대로 추적한 저자의 노력은 가상했다. 그런데 고대 중세쯤 되는 부분의 음식 이야기는 놀랄 만큼 재미가 없었다…일단 중국 음식도 잘 모르고 중국사도 중학교 세계사에서 다루는 정도만 알고 있는 터라 와닿지가 않았다. 그나마 송나라, 원나라, 명나라, 청나라 이야기 나올 때부터 조금씩 재미있는 이야기가 등장했다. 청나라가 나오니 드디어 만한전석도 나왔다. ㅋㅋㅋㅋ
저자가 후기에서 인정한대로 모든 음식을 다룰 수도 없고, 시대별로 순서대로 이어가기는 하지만 그냥 저자가 꽂힌대로 파고든 음식이 많다. 그래서 막상 읽고 나니 남는 것도 단편적이고 파편적인 지식들이었다. 저자가 일본에서 살면서 한 해 한 번 정도 중국을 들르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학자라 나름 한중일 음식에 대한 비교문화적 관점을 가지고 중국이 짱짱 하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이 책을 읽으며 알게된 몇 가지들
-중국도 개고기 먹는 걸 금지하고 꺼린 시절이 있다. 개고기하면 중국이랑 한국이 대표주자처럼 취급받는데…우리 중에도 개고기 먹는 사람 젊은이들은 잘 없잖아요…
-드렁허리를 중국사람들은 볶아 먹는다…드렁허리 처음 들어서 검색했는데, 나 드렁허리 본 적 있어!! 어려서 아빠 아플 때 누가 약으로 쓰라고 잡아다 준 뱀같이 길고 징그러운 물고기가 웅어라고 했는데, 검색해보니 드렁허리가 그거였다. 결국 마음 약한 부모는 그 물고기를 개천에 풀어주었다…그렇지만 보은은 없었다….
-일본에서는 젓가락을 가로로 놓는다! 저자는 중국은 세로로 놓는데 왜…하고 궁금해하다가 중국에서 일본 전래할 때까지만 해도 중국도 가로로 놓았다가 언젠가부터 세로로 바뀌었을 거라는 가설을 세우는데…정말로 고분 벽화에서 중국에서도 가로로 놓던 모습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중국도 예전에는 밥을 숟가락으로 먹었고, 그게 한국에 전해져 한국은 여전히 밥숟가락 쓰지만 지금은 중국, 일본 모두 밥을 젓가락으로 먹는다.
-누들로드니 뭐니 하면서 중국이 면 요리 원조일 것 같은데, 공자님 시절에는 지금처럼 긴 면이 없었다. 오히려 이탈리아의 짤막한 파스타 같은 것도 중국 역시 면류로 같이 취급했다고…
-중국이 어쩌면 매운 고추 우리보다 늦게 먹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고문헌에 고추가 생각보다 최근에 등장한다고 한다. 마라탕도 되게 유서깊을 거 같은 기분인데 그냥 우리나라 불닭볶음면이나 떡볶이 마냥 최근에 나온 음식 같다…
-상어지느러미나 북경오리 같은 중국 대표 음식도 역사가 짧다. 특히 상어지느러미는 그 자체로는 별 맛도 없다고 한다…안 먹을래…상어 불쌍해…
-마오쩌뚱, 덩샤오핑, 증국번 모두 고추를 좋아했다고 한다. 스탈린도 매운 거 좋아했나 궁금해진다… 난 매운 거 싫어해. 잘 못 먹어…
-아, 또 생각나서 추가! 중국은 고사리 안 먹는다!!! 한국이랑 일본만 먹어!!!! 우엉도 중국은 재배 전량 수출하고 안 먹는다고 한다!!!! 중국산 고사리 중국산 우엉 엄청 많던데 정작 자기들은 안 먹는다…. 충격…
이어의 한정우기를 글항아리 이벤트 덕에 갖춰 놓았는데 이 책에서 몇 번 언급되어서 아이참 조만간(읽겠다고 한 책만으로도 몇 년을 채우겠다 야…) 읽어보고 싶다.
약혐이지만 드렁허리 사진도 첨부…검색하다보니 이걸 수족관에 기르는 분들도 있고, 일부러 시장에서 사다가 방생하는 분들도 있고, 자양강장용으로 달여 먹거나 요리해 먹는 분들도 있고, 물에 떠다니는 걸 물뱀인 줄 알고 기겁하는 분들도 있고, 자꾸 논두렁에 빵꾸 뚫어서 논물 줄줄 새게 만들어 드렁허리라는 이름 붙은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고…나는 17년 동안 얘 이름이 웅어인 줄 알고 살아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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