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사람, 장소, 환대 현대의 지성 159
김현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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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3 김현경.

아홉 살 때, 반에서 나 혼자만 한 아이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지 못했다. 엉엉 울었다. 얼마 후 있을 내 생일에 복수하는 대신 그 아이를 초대했다. 서로 끌어안고 미안하다고 엉엉 울면서 훈훈하게 마무리 되었다. 그렇지만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다. 인생 전반적으로 다른 아이들과 잘 지내지 못했다. 열두살, 열세살 때 같은 반 여자아이들과 몸싸움을 벌인 적이 몇 번 있다.(남자아이들과는 거의 매일 몸싸움을 했다. 주먹질 퍽퍽 쌍욕 팍팍) 나보다 키가 한참 큰 한 아이는 살벌하게 침을 튀기며 난 너 진짜 싫어, 애들 다 너 싫어해, 너는 너가 잘나서 회장된 줄 알지, 랩퍼처럼 분노에 찬 디스를 쉴새 없이 늘어놓았다. 멘탈 와장창이었다. 또다른 아이와도 어쩌다가 서로 멱살을 잡고 싸우는 걸 다른 아이들이 떼어놓았다. 그 아이는 내가 붙잡아서 목걸이가 끊어졌다며 고소할 거야! 하고 비명을 질렀고 나는 정리되어 있던 책상과 의자를 다 집어던지며 울었다. 중학교 때도 같이 밥 먹던 아이와 소원해져 한동안 급식을 혼자 먹었다. 고등학교 때는 힘들게 들어간 밴드부 아이들과 사이가 나빠져 탈퇴하면서 익명 게시판에 욕을 한바가지(실력도 없는 것들이 연습도 지겹게도 안 해!) 적어 놓기도 했다.

적어놓고 보니 나한테 문제가 많았나 보다ㅋㅋ 내가 잘못한 것이 분명 있다. 내 생각과 느낌을 거르지 않고 말하는 편이었다. 거기에는 상대의 부족함이나 실수에 대한 지적도 포함되어 있었다. 온건한 대화가 어떤 형태인지 자라면서 경험해보지 못했다. 비난하고, 불만을 표하고, 욕설을 내뱉는 아빠. 당장 도망가거나 죽어버릴 것 같은 어두운 얼굴로 입을 꾹 다문 엄마. 그런 부모를 보며 나와 동생은 매일 서로를 죽일 듯이 싸웠다. 나는 늘 불안하고, 긴장하고, 웃는 법을 몰랐다.
칭찬하거나 호감 표현하는 말을 믿지 않았다. 친절과 도움은 의심했다. 이런 나를 왜? 무슨 목적이 있겠지. 이런 마음은 최근까지도 많이 남아 있었다. 마음을 열지 않고 숨었다.
그런데도 사람에 대한 집착은 심해서, 너무 쉽게 누군가를 좋아했다. 사랑이 나를 구원할 줄 알았다. 막상 친밀한 관계가 되면 상대방이 잠시라도 부재할 때마다 공황 상태가 되어 내곁에 있어주지 않는 그 사람에게 원망의 말을 쏟아 붓고 울기만 했다.

그나마 지금은 평온해진 편이다. 그 사이 내가 무엇을 잘하거나 어떤 부분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냥 나라는 이유만으로 내 존재를 긍정해주고 나를 좋아해준 사람들을 만난 덕분일 것이다. 나의 잘못과 괴로움과 못난 부분을 드러내도 그 사람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여주고 그럴 수도 있겠다, 라고 해 주었다. 기댈 곳이 되어 주고, 내게 기대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많지 않은 친구들, 대학 동아리 선후배들, 새로 만든 가족이 그랬다.

내가 잘 하지 못하는 부분이라 그런지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 소통의 원리에 관해 많이 궁금했다. 커뮤니케이션, 대중매체와 온라인 매체, 사회심리학, 미시사회학이라 불리는 상징적 상호작용론에도 그래서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구조나 거시적 담론보다는 사람들 간에 관계가 맺어지는 과정과 사회가 유지되는 작은 연결고리들에 더 호기심을 가졌다. 뭐 아주 잠시였고 ㅋㅋㅋ몇 가지 책을 찾아보다 말았고ㅋㅋㅋ 그래서 제대로 알게 된 건 하나도 없다.

이 책은 사람이 어떻게 사회 안에서 사람일 수 있는가, 사람 대접 받지 못하던 존재나 상황에 관해 다양한 사례를 들면서 사람이 사람 아닌 존재로 취급받지 않기 위해 사회란 어떤 곳이어야 할지 풀어나갔다. 책의 구성방식이나 표현방법이 독특하게 느껴졌다. 수많은 개념과 사상가들의 주장과 역사적, 시사적 사례를 다루는데 그것들이 이야기하려는 주제와 주장에 착착 맞게 이어졌다. 책이 두껍지 않은데 설명이 명료하고 잘 읽혔다. 뭐 그래서 책 내용을 확실히 잘 이해했냐 하면 나새끼의 산만함과 집중력 저하로 헬렐레 하고 읽은 부분이 더 많다. ㅋㅋㅋ

누구나 인정 받고 싶어하고 어딘가에 소속되어야 안정감을 느낀다. 때로는 내가 가진 호감을 상대방에게 투사해 친밀도와 적정 거리를 유지하지 못했다가 개까이고 엉엉 울거나 너는 나한테 왜 이리 모지냐!하고 삐지기도 한다. 반대로 내 안의 편견과 혐오 때문에 누군가를 오해하고 배척하는 일도 자주 생긴다. 혼자 아닌 여럿이 사는 안에서 사람 시늉하면서 사는 게 이렇게나 힘들다. 일일이 이론적인 틀이나 담론을 떠올리고 적용하면서 살 수는 없겠지만, 사회 현상을 이해하고, 소외와 억압이 발생하는 이유를 알고,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까, 더 잘못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 데 도움이 될 책이었다. 원래 그런 거라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것들에 설명을 시도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시도는 언제나 고마운 일이다. 그걸 내가 읽을 수 있는 언어의 책으로 묶어 내주는 학자, 저자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밑줄 긋기
-하지만 우리를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매일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대접이다. 사람행세를 하고 사람대접을 받는 데 물질적인 조건들은 여전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전쟁은 인간 대 인간의 관계가 아니라 국가 대 국가의 관계이다. 전쟁 관계에서 개인이 서로 적이 되는 것은 우발적이며, 이때 개인은 인간도 아니고 심지어 시민도 아니며 단순한 병사일 뿐이다. 조국의 구성원이 아니라 그 방위자일 뿐이다. 결국 국가는 적으로서 다른 국가만을 가질 수 있을 뿐 사람들을 적으로 삼을 수는 없다.” 루소는 여기서 병사를 시민이나 인간과 대립하는 개념으로 보고 있다. 실로 병사가 되는 순간 개인은 시민권의 정지를 경험한다. 그는 헌법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예외 지대로 들어가며-물론 이 예외 지대의 존재 자체는 헌법에 규정되어 있지만-잘못을 저질렀을 때 형법이 아닌 군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동시에 그의 인간으로서의 권리 역시 정지된다. 무엇보다 그는 우호의 권리-친교의 권리-를 갖지 못한다. 적을 인간으로 대하는 것은 병사가 결코 저질러서는 안 되는 중대한 죄이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돌아온 군인들은 아무런 이야깃거리도 갖고 있지 않았다. 진흙 구덩이 속에서 죽음과 싸우며 시간이 지나가기만 기다렸던 그들의 전쟁 경험 속에는 주체성을 증명할 아무것도, 서사를 구성할 어떤 단편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말이 끄는 전차를 타고 학교에 다녔던 세대가 벌판에, 구름 외에는 변치 않는 게 하나도 없는 풍경 속에 던져져 있었다. 독가스가 폭발하고 죽음이 흐르는 그곳에서 그들은 왜소하고 부서지기 쉬운 인간의 몸뚱이일 뿐이었다.”

-왜 어떤 범주의 사람들-흑인, 재일조선인, 불가촉천민 등등-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럽다고 여겨지는가?
“순수와 위험”에서 더글러스는 더러움을 자리에 대한 관념과 연결시켰다. 더럽다는 것은 제자리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신발은 그 자체로는 더럽지 않지만 식탁 위에 두기에는 더럽다. 음식이 그 자체로 더러운 건 아니지만, 밥그릇을 침실에 두거나 음식을 옷에 흘리면 더럽다. 마찬가지로 목욕 도구를 옷장에 두거나 옷을 의자에 걸어두는 것, 집 밖에서 쓰는 물건을 실내에 두는 것, 위층의 물건을 아래층에 두는 것, 겉옷이 있어야 할 자리에 속옷이 나와 있는 것 등은 더럽다.”

-한편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오염의 메타포는 그것이 겨냥하는 대상이 지배계급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음을 함의한다. ‘더럽다’는 말은 죽일 수도 길들일 수도 없는 타자에 대한 미움과 두려움을 담고 있다. 그 말은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하는 동시에, 그러한 부정이 굳이 필요했음을 인정함으로써 그의 주체성을 역설적으로 인정한다. 그래서 어떤 페미니스트들은 ‘더러운 년’이라는 욕을 들어도 전혀 위축되지 않으며, 오히려 이런 말을 듣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것이다.

-말하자면 고프먼은 의례의 교환에 참여할 자격이라는 측면에서 다음 세 가지 경우를 제시하는 셈이다. 의례의 교환에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면서 상대방에게 존중의 의례를 기대하고 요구할 수 있는 경우, 특정한 행동 노선을 따를 때만 조건부로 의례 교환에 참여할 수 있는 경우, 의례 교환의 장에서 배제되어 ‘탈인격화’의 과정을 겪는 경우. 여기서 뒤의 두 경우에 속하는 사람들은 성원권이 불완전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시대의 새로움을 드러내는 것은 이런저런(흙과 같은) 소설이 아니라, 근대소설이라는 장르 자체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가 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가장 비천한 사람도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다른 사람과 똑같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그전까지 얼굴이 보이지 않고 목소리가 들리지 않던 사람들이 사회 안에 현상하게 되는 것은, 소설이 배양하고 확산시킨 이 새로운 상상력에 힘입어서이다.

-하지만 한 사람이 자존감을 유지하려면, 그에게 실제로 자신의 존엄을 지킬 수단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자존감은 아큐의 ‘정신승리법’과 비슷해져 버린다. 신자유주의의 모순은 상호작용 질서의 차원에서(즉 상징적으로)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주장하면서, 구조의 차원에서 사람들에게서 자신의 존엄을 지킬 수단을 빼앗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신분주의와 학교 폭력의 연관성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우리 사회의 신분주의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음을 알리는 가장 날카로운 경고음은 교실에서 나온다. ‘일진’이 더 이상 가난하고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아니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교실 내의 위계는 사회의 위계를 닮았다. 가진 게 많은 아이들, 지배 문화의 요구에 가장 잘 부응하는 아이들이 꼭대기에 있고, ‘자본’이 가장 부족한 아이들이 밑바닥에 있다. 위에 있는 아이들은 아래 있는 아이들을 괴롭힌다. 별다른 이유 없이, ‘장난삼아’ 그래도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관계를 지배하는 감정은 경멸이다. 학교는 겉으로는 존중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경멸을 가르친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모욕하고, 가난한 아이들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힘센 어른은 힘없는 아이들을 막 대해도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면서 말이다. 그래서 겉치레로 하는 말과 진짜 메시지를 구별할 만큼 영리해진 아이들은 자기보다 못한 아이를 경멸함으로써 학교의 가르침을 실천한다. 마치 어른들이 입 밖에 내고 싶어 하지 않는 사회의 진실을 아이들이 연극의 형식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교실이라는 무대 위에서 날마다 상연되는 잔혹극. 그러니 이 연극에서 몇 명쯤 죽어나가더라도 너무 호들갑 떨지 말기로 하자. 지금 아이들은 사회에 나갔을 때 꼭 필요한 두 가지 기술-경멸하는 법과 경멸에 대처하는 법-을 익히는 중이다.

-사람을 연기하려면 적절한 무대장치와 함께, 연기를 중단하고 들어가 쉴 수 있는 무대 뒤의 공간이 필요하다. 언제나 타인의 시선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 예를 들어 노숙인이나 재소자는 이러한 공간의 구분이 무너져 있기 때문에 사람을 연기하기 어렵다. 예고 없이 빈민가를 방문하여 ‘봉사 활동’을 하는 유명 인사들-나는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지으며 쪽방으로 기어들어가는 박근혜의 모습을 생각하고 있다-은 시혜의 대상이 된 빈민에게 원치 않는 노출을 강요함으로써, 그들이 상대방을 동등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지 않음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낸다. 독거노인을 ‘어르신’으로 부르는 따위의 정치적 수사학이 이 사실을 감추지는 못한다.
한국 사회가 경제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다루는 또 하나의 방법은 효도나 돌봄 같은 전통적인 가치를 강조하면서 가족에게 짐을 떠넘기는 것이다. 조금 전에 생활보호 대상자를 애완동물에 비유했지만, 한국에서는 애완동물이 될 자격조차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폐지를 주워 팔면서 혼자 사는 노인이 장성한 자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초생활수급권을 얻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이런 사례를 조명할 때 언론은 이 장성한 자녀에게 실제로 부양 능력이 있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만일 부양 능력이 있는데도 노인을 모시지 않는 거라면, 그 자녀는 ‘인륜을 저버렸다’는 비난을 받는다. 요컨대 문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도덕과 풍습이라는 것이다. ‘시스템의 한계’가 논의되는 것은 자녀 역시 막노동을 하거나 몸져 누워 있는 등 극단적인 빈곤 상태에 처해 있을 때 뿐이다.
간단히 말해, 한국 사회는 B와같은 사람들을 일차적으로 A의 위치로 옮겨놓으려 하며,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만 공적부조 시스템을 가동한다.

-고래들은 아무 매개 없이 동시성 속에서, 모두가 모두에게 직접 연결되어 있다. 동일한 소리의 장 안에 갇혀 있기에, 그들은 교신 대상을 선택할 수 없으며 침묵 속으로 물러날 수도 없다. 다른 말로 하면 그들은 서로에게 청각적으로 완전히 노출되어 있는데, 이는 언제나 상대방을 침범할 수 있고, 또 상대방에 의해 침범될 수 있음을 뜻한다. 반면 도서관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영혼들은 책을 매개로 서로에게 접근한다. 그들을 연결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라 소통 가능성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지평 전체를 감싸는 소리의 궁륭이 아니라, 도처에서 조용히,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교류들이다. 이 교류는 거리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혼자 책 쏙으로 침잠하는 것을 모두 포괄한다. 독서와 대화 사이에는 아무런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독서는 또 다른 대화-비동시적으로 이루어지는 대화-이기 때문이다.

-가격을 갖는다는 것은 비교할 수 있으며 대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인간은 그 자체가 목적인 존재이기에 가격을 갖지 않는다. “존엄성의 가격을 계산하고 비교하는 것은 곧 그것의 신성함을 모독하는 것이다.” 타자를 사람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그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에 대한 질문을 괄호 안에 넣은 채 그를 환대하는 것을 말한다. 타자가 도덕적 공동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이러한 환대를 통해서이다. 타자는 사회 안에 그의 자리를 마련해주는 우리의 몸짓과 말을 통해 비로소 사람이 되고, 도덕적 주체가 된다.

-...오늘날에는 누구든 자기가 원하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게시할 수 있으며, 실제와 다른 정보를 게시하는 것도 허용된다...하지만 여기에는 중대한 예외가 있는데, 젠더에 관한 정보가 그것이다. 젠더 정보를 게시하지 않거나 실제와 다르게 게시하는 것은 사회규범의 심각한 위반으로 간주된다. 물론 이 규범은 현대 사회의 작동 원리에 어긋난다. 사람의 수행이 젠더화되어야 할 논리적 이유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길게 본다면 법적 주체의 탈젠더화 추세와 더불어 이 규범도 무너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정체성에 대한 인정은 특정한 서사 내용(“나는 레즈비언이다”)에 대한 인정이 아니라, 서사의 편집권에 대한 인정이다. 우리는 정체성운동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갖지 못했더라도(펨이나 부치 같은 단어를 모른다 해도) 그저 귀를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이는 행위를 통해 그러한 인정을 표현할 수 있다.(“네가 레즈비언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네가 오늘은 레즈비언이라고 고백하고 내일은 그것을 부인해도 상관없다. 나는 너에 대해서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너 자신임을 인정한다”)

-부모는 아이가 자기들로부터 나왔고, 한때 자기들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잊어야 한다. 부모는 무엇보다 아이에게 생명을 준 사람이 자기들이고, 그들이 아이를 죽일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야 한다. 이 망각으로부터 사회의 가능성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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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12-13 22: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저런 고난과 역경의 학창시절을 뚫고 여기까지 잘 자라주셨네요. 멋있다!

반유행열반인 2020-12-13 22:43   좋아요 2 | URL
역경이 아니라 못난 시절이요 ㅋㅋㅋ 좋은 이웃님들의 오구오구도 제가 사람 구실하는데 기여하고 계십니다 ㅋㅋ

하나 2020-12-13 2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아해요. 가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리/장소를 갖는다는 것이다. 환대는 자리를 주는 행위이다.˝라는 문장이 떠오를 때가 있었어요. 사람이 된다는 건 내가 되고 싶다고 될 수 있는게 아니라, 누군가가 자리를 내줘야만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게 너무 잔인한 거 같아요. 아무리 운이 좀 좋지 않았다, 나도 걔들 별로였다, 혼자인 게 오히려 편했다, 이렇게 넘어가보려고 해도 끝내 아프게 남는 지점들이 있죠. ㅠㅠ 저는 요즘 레비나스 아저씨의 ˝판단정지˝가 왜 환대의 중요한 개념일까 혼자 생각해보고 있는데요. 박찬욱 감독이 대단한 지점이 그걸 벌써 오래전부터 하고 있는 거 같아요. 너 쥐니? 너 싸이보그니? 너 박쥐니? 그렇구나... 밥 먹어...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게 환대의 시작이 맞는 거 같아서요...

반유행열반인 2020-12-14 06:42   좋아요 1 | URL
다른 곳에서도 판단정지 이야기 들었었는데 ㅋㅋㅋ 이미 우리 존재가 도수랑 색 들어가고 이리저리 휘어지게 갈린 렌즈 같아서 있는 그대로 보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이상해 보이는 것들을 더러운 것 제 자리가 아닌 것 치부하는 티를 안 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ㅎㅎ나부터 잘 하자...

하나 2020-12-13 22: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이 밑줄긋기하신 첫 줄도 완전 최애 문장 🧡

반유행열반인 2020-12-14 06:42   좋아요 1 | URL
뒤늦게 읽은 내가 따라쳤네요 ㅎㅎㅎ

scott 2020-12-13 23:3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우리 사회의 신분주의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음을 알리는 가장 날카로운 경고음은 교실에서 나온다. ‘일진’이 더 이상 가난하고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아니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교실 내의 위계는 사회의 위계를 닮았다. 가진 게 많은 아이들, 지배 문화의 요구에 가장 잘 부응하는 아이들이 꼭대기에 있고, ‘자본’이 가장 부족한 아이들이 밑바닥에 있다. 위에 있는 아이들은 아래 있는 아이들을 괴롭힌다. 별다른 이유 없이, ‘장난삼아’ 그래도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관계를 지배하는 감정은 경멸이다. 학교는 겉으로는 존중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경멸을 가르친다]

a밑줄 쫘악

열반이님 멱살 잡은 뇬 ㅋㅋ ,뻔치ω-
열반이님한테 침튀긴 뇬 ㅋㅋ, 마스크 씌우기╭┈┈┈┈╯
열반이님한테 욕을 한바가지 한 뇬ㅋㅋ 한개 바가지 ╰┈┈╯
열반인님한테 익명에 욕을 바가지로 한뇬 ㅋㅋ ╰┳┳╯대야를
상처받고 이해받지 못한 어린시절이지만 열반인님 정말 잘큰 어른,소요님 말씀처럼 여기 까지 오셨네요

한국 사회가 언어에서 부터 모든 계급과 멸시 차별 상처가 시작되는것 같아요.
존경어 존칭 모두 없애버리고 미쿡 처럼 모두 ‘YOU‘라고 했으면 좋겠어 요 ㅋㅋ
(๑•̀ڡ•́๑)


하나 2020-12-13 23:37   좋아요 2 | URL
진짜 scott님 짱 ㅋㅋㅋㅋ 같이 가요 진짜 뇬뇬뇬 다 가만두지 않겠어!!! 🔥(근데 익명으로 욕한 건 문맥상 어린 열반인님인 것 같다... 역시 훌륭 우리 열반인님은 참지않긔!!! 🔥)

반유행열반인 2020-12-14 06:43   좋아요 2 | URL
저도 멱살 잡고 욕하고 익게에 욕 달아서 같이 처맞았네요 ㅋㅋㅋㅋ 저도 존경어 존칭 빼고 이름 부르는 문화 좋을 거 같아요. 이름 부르는 게 하대가 안 되는 사회이면 좋겠네요.

페넬로페 2020-12-13 23: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세상 살면서 정말 이런 선택이 가장 어려워요~~
그냥 멱살잡고 싸우느냐!
아님 똑같은 사람 되지 않게 참느냐!
어떡하면 좋을까요?

반유행열반인 2020-12-14 06:45   좋아요 5 | URL
멱살 잡고 싸우면서도 같은 사람은 되지 않게 멱살 잡을 상대를 봐 가면서 ㅋㅋㅋㅋ나보다 센 놈이면 잡고(그러다 처맞고) 나보다 힘든 이면 먼지 털어주고 상냥한 걸 원칙 삼아 살고 있는데 그런 태도조차 뭔가 고저 따지는 거라 어렵습니다 ㅠㅠ

han22598 2020-12-15 02: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릴때 거의 쭈그러져 있었기 때문에, 반님처럼 믓지게 자기를 표현하며 싸워나가는 (^^) 친구들이 부러웠어요. 반님같은 친구가 나도 있었으면 했었어요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0-12-15 06:53   좋아요 2 | URL
별로 믓지진
않고 저도 쭈그리에 울보였는데 질질 짜면서 할 말은 하는 정도였어요 ㅋㅋㅋ잘 찾아보면 저 같은 친구 있으실 걸요?(어디? ㅋㅋㅋ여기ㅋㅋㅋ)

하나 2021-01-08 20: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얘드라~~~ (존경하는 알라딘 이웃님들..ㅋㅋ) 책은 사람 장소 환대, 리뷰는 반유행열반인님이다... 이거시 이달의 당선작! ㅋㅋㅋ 축하드려요! 우리 누나 좋으면 좋다고 말하라는 나의 충고 새겨들었군 ㅋㅋㅋㅋ 알라딘놈들..

반유행열반인 2021-01-08 20:14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왠지 떼써서 받아 먹은 느낌 난다...하나님도 페이퍼 당선 축하드려요. 나는 꼭, 하나님 글을 간직할게!!!!

scott 2021-01-08 22: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ㅎㅎ알라딘놈들 ㅋㅋ(북플 기능 넘 후짐) 열반인님 이달의 당선 추카~추카~

반유행열반인 2021-01-08 22:14   좋아요 1 | URL
scott님도 2관왕 축하드립니다!!! 알라딘놈 아니 알라딘님들 비천한 제 리뷰도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굽신굽신 ㅋㅋㅋㅋㅋ

2021-01-11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1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