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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평점 :
-20201108 장강명.
작년 여름 책꽂이 하나를 들이면서 더는 늘리지 말자, 생각했다. 그 다짐을 어기고 그때와 같이 120센티 넓은 폭에 한단 더 올려 5단 짜리를 저렴하다고 사 버렸다. 이번에는 심지어 DIY…내가 저지른 일은 내가 해결한다, 하면서 혼자 조립하고, 2미터 가까운 높이를 혼자 일으켜 세워서, 집 이곳저곳 낑낑대며 대보지만 놓을 곳이 없었다...망했다. 결국 집에서 이곳만은 유일한 책장 청정지대라고 (내 맘대로) 정해두었던 침실을 침범하게 되었다. 서랍장, 책상 등의 가구를 이리저리 밀고 돌리고 당기고 테트리스 하다가 겨우 책장이 들어갈 자리를 마련했다.
거실을 비롯한 책장 여기저기 이중으로 꽂힌 책을 윗줄에 모셨지만...나는 나의 책 지름욕구를 과소평가했다. 이중 책장은 완벽하게 해소될 수 없었다. 새 책장은 집에 있는 폐휴지 더미의 열에 하나를 수용할 수 있을 뿐이었고...(그렇다 사진에 나온 이런 덩어리가 집구석에 아홉 개 쯤 더 있다....) 새 책꽂이에서 내가 읽은 책이 얼마나 되나 세어보니 이십 권 남짓...꽂아둔 책의 십퍼센트만 쳐읽었구나. 그만 사고 좀 읽어라 이새끼야. 이렇게 열심히 종이책을 정리한 나는 오늘도 전자책을 읽고 전자책을 또 샀다. 이건 무슨 병입니까.
책꽂이 아래층은 어른 책을 공격해 겉지와 띠지를 마구 벗기는 어린이(만31개월)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어린이책을 일부 채워주었다. 만족한 어린이는 책장 옆에 앉아 고양이와 해양생물 등이 나오는 책을 본 뒤 호방하게 내패대기 쳤다. 책을 던지는 걸 제일 좋아했다.
작년에 산 책꽂이 왼쪽 아래 한 칸에 장강명과 구병모의 책이 사이좋게 채워져 있다. 북플이 독서통계 메뉴에서 알려준다. ‘장강명의 책을 좋아하시는 군요.’ 16권 읽으셨음다. 내가 정말? 2018년 출산 후 장강명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수유하느라 밤새는 틈틈 읽고 푹 빠져버렸다. 몇 달만에 그의 소설 전권은 물론 르포와 에세이까지 다 읽어버렸다.
그러고나서 읽는 책이 점점 넓어지면서 꼴에 눈이 높아져 버렸고, 그렇게 물고 빨던 장강명이 이제는 성에 차지 않는다고, 신작들을 까면서도 애증으로 꾸준히 찾아 읽는 이상한 짓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도 펼쳤지. 독서 에세이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지난 번에 SF소설집 읽고 사정 없이 까버려 놓고 손절할 것처럼 굴더니 그래도 또 신작이 궁금했다.
그간 작가는 요조와 함께 독서 팟캐스트를 진행했고, 그래서인가 처음 읽을 때는 요 며칠전 읽은 김하나의 말하기를 말하기와 조금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심지어 김하나 작가도 이 책에 나온다. 그런데 책 후반부로 갈수록 장강명의 소설가적 자의식이 드러났고, 난 이게 뭐라고 마음에 들었다.
책을 열심히 읽은 지는 몇 년 되지 않았고, 그래서 독후 감상도 클라우드 앱에 몇 줄 간단하게 남기는 수준이었다. 2018년부터 알라딘과 네이버블로그에 독후감을 남기기 시작했는데, 그 계기는 ‘당선, 계급, 합격’을 읽은 덕이었다. 책 말미에 장강명은 독자들의 서평 공동체? 정확하진 않은데 이런 다소 유토피아 같은 바람을 표현했고, 짧은 악평일지라도 읽은 사람이 뭔가를 남기는 일이 가치있다고 설파했다(고 기억한다). 그래서 아기 낳고 두 달 째 심심한 어느 하루, 몇 년 간 끄적인 독후 기록을 블로그에 다 올렸다. 이후 읽는 책들은 꼬박꼬박 독후감을 온라인에 올리기 시작했다.
좋아요 하나 없이 혼자 기록장으로 쓰던 알라딘 블로그에 왠 똥글뱅이 AI같은 게 좋아요를 누르기 시작했다. 이상한 사람인가 편집증 환자인가 서점 알바인가 고민하다 댓글을 주고받아보니 그냥 사람이었다. 알라딘 서재 페이지와 북플이라는 앱이 있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고…
오늘부로 즐겨찾는 이웃 100명을 채운 알라디너가 되었습니다. ㅎㅎㅎㅎㅎㅎ
소설쓰는 장강명이 권해주는 책은 이전의 책들에서도 여러 번 낚여 봤었는데, 이번에도 이 책 읽다가 결국 이토준지가 그린 ‘인간실격’, 제임스 엘로이의 ‘블랙달리아’1,2권 전자책으로 질러버렸다… 독서 팟캐스트에서 장강명을 진행자로 섭외한 것은 어쩌면 탁월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닌가 나한테만 한정되는 전문 책팔이인 것인가…
작가와 나는 연배 차이도 약간 있고, 읽은 책 중에는 겹치는 것도 있지만 취향이 다른 부분도 있고(나는 그가 어려서 신나게 보았다는 추리나 SF같은 장르 문학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의 글을 읽다보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자주 마주쳐 놀랄 때가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독후감을 쓸 때, 책, 이게 뭐라고? 라는 질문에 답하듯 책, 이게 뭐냐고? 내가 들이마시는 산소, 질소, 수소, 이산화탄소지. 이렇게 제목 붙이고 필수 요소도 있고 그닥 쓸모 없는 것도 있지만 숨쉬는 것처럼 멈출 수 없지. 이러고 혼자 자문자답 하는 말을 쓰자 하고 있었는데, 책 말미에서 작가가 독서를 호흡이라 비유하는 부분이 나와버렸다. 에잇 선수치다니. 소설을 읽을 때도 소재나 문장에서 에잇 선수치다니, 하는 부분이 자주 있었다.
그래서 묘하게 얄미운데 또 사실 완전 얄밉지도 않은게, 전작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 처음부터 엄청 탁월하게 잘 썼다기보다 오랜 기간 꾸준하고 끈질기게 쓰고 읽은 덕에 성장해 온 작가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직장인에서 소설가로 전업한 것도,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작가라는 점도 롤모델처럼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그렇지만 역시 약간의 애정이 남아있을 뿐 오늘날 저의 최애는 아니십니다...그래도 애정합니다…
장강명은 확실히 장편에 강한 작가이다. (장강명으로 삼행시 가면 장편에/강한/명작가 해야지. 아무도 안 시킴...) 새 장편이 나올 때까지 일단은 블랙달리아를 읽을 것이고 ㅋㅋㅋ범죄물을 쓰고 있다는 작가가 얼마만큼 또 성장해서 어떤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면서 다음 소설을 펼칠 것이다. 그리고 나도 계속 열심히 써야지. 봐줄만한 게 나올 때까지 무럭무럭 자라는 수 밖에는 없다. 열심히 읽고 쓰고 고치고 또 고치고 게을러지지 않고 꾸준하고 끈질기게 써야 뭐라도 되겠지. 그렇게 산소 함량을 높인 쓸모있는 공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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