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미

                                                     - 강 연 호 -

 

절구통만한 먹이를 문 개미 한 마리

발 밑으로 위태롭게 지나간다 저 미물

잠시 충동적인 살의가 내 발꿈치에 머문다

하지만 일용할 양식 외에는 눈길 주지 않는

저 삶의 절실한 몰두

절구통이 내 눈에는 좁쌀 한 톨이듯

한 뼘의 거리가 그에게는 이미 천산북로이므로

그는 지금 없는 길을 새로 내는 게 아니다

누가 과연 미물인가 물음도 없이

그저 타박타박 화엄 세상을 거너갈 뿐이다

몸 자체가 경전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저렇게

노상 엎드려 기어다니겠는가

직립한다고 으스대는 인간만 빼고

곤충들 짐승들 물고기들

모두 오체투지의 생애를 살다 가는 것이다

 

그 경배를 빗밟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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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삶에 대한 진실한 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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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물고기 2004-06-12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에 대한 진실한 몰두, 가 아니고요? 몸 자체가 경전이란 저 쉰의 말에 으스스 한기 느낀 적 있었는데.. 여튼, 충일한 나들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