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평전 역사 인물 찾기 29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5월 18일, 첫페이지를 펼치다.
5월 23일, 마지막 페이지를 덮다.

쿠바의 혁명을 주도하고, 남미의 혁명을 꿈꾸며 볼리비아에서 활동하다 전사한 체 게바라.
그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떠오르는 또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빨치산 남부군 대장 이현상, "태백산맥"의 농민출신 빨치산 하대치, 한국전쟁 당시 38도선과 40도선 사이에서 활동했다는 3840유격대. 그리고 1980년 광주의 시민군. 모두가 자신의 신념을 목숨보다 귀하게 여긴 사람들이다. 그들이 가진 신념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들의 삶과 죽음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숙연함을 불러일으킨다.

자신의 뚜렷한 가치관을 형성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시련과 유혹들을 물리치고 그 가치관을 끝까지 지켜가는 일은 더더욱 어려운 일일 것이다. 체 게바라는 억압받는 남미의 농민과 노동자, 가난과 무지때문에 비참한 삶을 사는 민중들을 비인간적인 제국주의로부터 구원하겠다는 의지를 꺾은 적이 없다. 의사라는 신분은 충분히 타협을 통해 안락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자리였다. 게다가 쿠바에서 성공한 혁명은 그를 쿠바은행의 총재와 장관 그리고 쿠바의 전권대사로서 각국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지위까지 올려놓았다. 수많은 파르티잔(빨치산)과 게릴라들이 자신의 신념을 이루지 못한 체 한맺힌 죽음을 맞이한 것에 비추어볼 때, 체 게바라는 분명 성공한 게릴라, 행복한 게릴라였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인이면서 쿠바의 혁명을 이루어낸 그의 목표는 남미 전체의 혁명이었다. 민족이나 지역적 개념을 넘어서 전 세계의 혁명이라는 더 큰 목표, 진정한 목표를 위해서 자신의 기득권을 버릴 줄 아는 그의 면모가 그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이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한다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 중에서 자신의 안락함과 기득권을 버리고 나서는 사람은 볼 수가 없다. 오히려 허울좋은 명분으로 자신을 미화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결국 자신의 안위를 지켜나가는 위선적인 모습들을 많이 봐왔다. 세상을 대하는 마음은 불신과 분노로 점철되어있다. 그러나 여기서 다시한번 희망을 가져본다. 아직도 어디에선가 자신을 내던져 우리 모두의 정의를 위한 삶을 살고 있을,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음을 기대해본다.

p.s. 전기문이나 평전에 대해서 심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 편견의 유래는 한때 우리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의 일생이 담긴 만화책을 본 기억과 그것이 철저한 거짓임을 깨닫게 된 날의 충격때문이었다. 인물에 대한 기록들은 어떤 목적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수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 평전을 읽어가는 동안에도 그러한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의심과 경계를 늦추지 않고 책을 읽어나갔다. 그러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의심이나 경계를 그대로 두고서라도 체 게바라라는 인물이 주는 위대함은 감출 수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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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5-28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긍게요. 이 책 쬐꼬만허지만 꽤 부피가 있쟎어요. 게바라야말로 진정한 세계시민이란 생각이 들어요. 자신의 나라도 아닌 타국에, 기득권을 누릴 수 있는 위치에서 고난의 혁명가로!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에 대한 인간적인 고뇌와 투쟁! 아, 저도 이 책 읽으면서 빨치산 생각했었습니다. 스스로를 한 번쯤 돌이켜 보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2004-06-08 0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