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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 - 제22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화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야기를 멈추지 못하고 읽게 되었지만, 어느 순간 더는 읽고 싶지 않다고 느껴 오래 책을 덮어두게 된 작품이기도 했다. 이야기가 너무 끔찍했었나. 너무 적나라했었나. 너무 충격적이었나. 왜 읽고 싶지 않았는지,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묘사할 단어를 찾기도 쉽지 않다. 이 책을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영페미' 혹은 '페미니즘'이라는 용어로 이 책을 이렇다 저렇다 설명하기 전에, 일단 읽고 당신의 생각을 말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투박한 책이다. 전형적인 페미니즘 책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읽어봐야 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좋아서 읽든 싫어서 읽든, 읽어야 말할 자격이 부여된다고 말하고 싶다.
‘산부인과 간호사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건 억울함이야. ... 너도 알겠지만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남자 몸에서는 별 반응이 없어. 그러다 여자 몸에서 폭죽처럼 터지지. 나는 가끔 조물주가 제정신이었나 싶을 때가 있어. 아이도 여자가 낳게 만들어놓은 걸로 모자라서, 병도 여자가 걸리게 만들었나 싶어서. 내가 조물주였다면 아이는 남자와 여자 중 누가 낳을지 모르게 만들었을 거야. 섹스를 하면, 둘 중 누구한테 아이가 생길지 모르는 거지. 그러면 남자들이 콘돔 하면 느낌이 안난다며 떼를 쓴다거나, 남자들은 원래 욕구를 참을 수 없다거나 뭐 그런 소리를 하는 일은 거의 없을 걸.‘
‘그러니까 폭력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졌을 때만 강간이라고 인정받았다. ... 여자가 두들겨 맞고 소리를 지르고, 협박 당하고 그래서 목숨의 위협을 받은 후에 이루어진 성관계만 강간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수진이 겪은 건 절대 강간이 아니었다. ... 하지만, 원하지 않았다. 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왜 가해자가 가한 폭행의 정도로 판단되어야 하는 건지 수진은 이해할 수 없었다. ... 수진의 경우는 준강간에 해당했다. 준. 세상에 이 단어 앞에 ‘준‘을 붙인다고?‘
‘이건 욕구를 참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욕구를 참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데서 발생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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