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대, 돈의 미래 - 세계 3대 투자자 짐 로저스가 말하는 새로운 부의 흐름
짐 로저스 지음, 전경아 옮김 / 리더스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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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보니 새해 첫 책이 되었다. 사실 이 책은 어찌보면 내가 그동안 가장 끔찍하게 여겨왔던 책들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돈 이야기, 성공이야기, 돈으로 성공하려는 허황된 꿈 이야기... 평소라면 전혀 궁금해하지도 않았겠지만, 어쩌다보니 또 너무 궁금한 책이 되어서 휴일에 서점에서 독서를 하게 되었다.
 몇 마디 말로 정리가 될 내용이지만 책으로 나왔기에 다소 늘인 티가 난다. 했던 말을 반복한다거나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건 그리 유쾌한 내용이 아니지만, 나처럼 그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접근이 쉬운 책이 될 것이다. 세계 3대 투자자, 짐 로저스. 나는 그의 커리어나 업적, 실력, 심지어 그의 명성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몰랐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확실히 혜안을 갈고 닦은 사람이라는 걸 알겠다.
 이런 책을 찾아서 읽는다는 건, 위기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커졌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실 이 책에서 뭔가를 얻길 바라고 책을 펼쳤지만, 그런 건 얻지 못했고 두려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래도 전보다 두려움이 옅어진 느낌이 드는 건, 큰 위기상황이 닥친 이후에도 삶이 어떻게든 지속되리라는 믿음이 생겨서인 것 같다.
 난 억만금을 벌고 싶다는 욕심도 없고, 투자로 성공하겠다는 목표도 없다. 그저 하루만큼의 삶을 지탱하고 유지하는 게 전부인 내게 이 책은 그리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도 꽤 유용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가 말했던 것처럼 다양한 세계를 보고 듣고 경험하는 차원에서라도 말이다. :)  

 

"타인과 똑같이 행동하면 타인과 같은 결과밖에 얻지 못한다."
"‘이번에야말로 다르다‘는 말은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실수다."
"가장 비관적일 때가 살 때고, 가장 낙관적일 때가 팔 때다." - 존 템플턴 Hohn Templeton -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다.
세계에는 성공하지 못한 똑똑한 사람들이 넘쳐난다. 동시에 성공하지 못한 재능 넘치는 사람들도 무수히 많다. 또 성공하지 못한 아름다운 사람들이 잔뜩 있다. 그 가운데 성공하는 사람,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은 결코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다. 학벌이나 재능보다는 인내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투자의 성공을 좌우한다. 이는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핫 팁(hot tip, 믿을만한 정보)‘을 원한다. 사람들은 내가 "이 주식은 사도 괜찮습니다"라고 말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타인에게 의지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능한 투자자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

스스로의 눈으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면 자신이 아는 세계에 머물면서 아무 데도 투자하지 않는 편이 낫다.
성공한 투자자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추천받아 아무 생각 없이 투자하면 그 상품이 어떤 것인지, 왜 샀는지조차 알지 못해 머리를 감싸 쥐게 된다. ... 당신이 어떤 분야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면 다른 사람보다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

투자하기 전에는 반드시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수익을 올리고 싶다면 정보 수집에 들이는 노력을 아껴서는 안 된다. 많약 괜찮은 종목을 찾지 못했다면 어설프게 움직이느니 은행에 돈을 맡기고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

현명한 투자자는 거의 모든 사람이 실패하고 손해를 볼 때 누구보다 재빨리 움직인다. 모든 이가 비관적으로 "이제 끝이야"라고 말할 때 기회를 발견하고 투자해놓으면 위기에서 벗어나는 시점에 얻을 수 있는 보상이 크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지름길이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위기가 닥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전한 피난처를 찾는다. 이런 이유에서 영국의 파운드나 유로 등에 비해 미국 달러가 우위에 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그렇게 ‘믿고‘ 행동하는 것이다. 경제 위기가 일어났을 때 달러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달러를 제외한 대부분의 통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위기가 심각해질수록 역설적으로 달러는 시세가 오르고 그 가치는 과대평가될 것이다. 나는 그 시점에서 달러를 팔고 다른 것에 투자할 계획이다.

다시 말하지만 금과 은, 그리고 미국 달러는 그 자체가 건전해서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들이 안전한 자산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상식을 의심하라.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진실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인내하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인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혹시 인생에서 최대의 위기가 왔다고 느낀다해도 결코 포기하지 마라. 성공하고 싶다면 인내하면서 계속 전진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세계를 보는 눈을 넓히고 싶다면, 지금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확히 알고 싶다면 다양한 채널을 접하길 바란다.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뉴스 채널을 접할 필요가 있다.

지도를 보면 세계가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 평생 미국은 늘 ‘넘버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상식과 시스템이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 중국은 더욱 번영할 것이고 다른 신흥국들도 과거보다 풍요로운 나라가 될 것이다. 우리 자식 세대는 지금과는 매우 다른 모습으로 세계를 볼 가능성이 높다. 미래 세대는 화웨이를 보안을 위협하는 회사로 보지 않고, 젊은이들은 화웨이 제품이 근사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좋든 싫든 중국은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나라가 될 것이다.

역병처럼 전조를 발견하기 힘든 경우도 있지만, 경제 위기는 그렇지 않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주의를 기울이면 사전에 신호를 발견할 수 있다. ...위기는 반복된다는 전제 아래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의 일들을 살펴보면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쳤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했는지 배울 수 있다. 위기의 순간에 보이는 인간의 행동에는 놀라울 정도로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맹목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 대다수가 하는 말은 합리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틀릴 가능성이 크다. 세간의 상식을 의심하고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며,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부를 쌓고 성공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 믿는다.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 다른 사람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변화를 발견해낼 수 있다면, 그것은 다시 없을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다. 단,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실행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되 반드시 실행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

위기를 성공의 발판으로 삼아 뛰어오르고 싶다면 타인의 의견과 상식에 휘둘리지 마라. 혹여 당신의 판단으로 큰 실수를 했다고 해도, 환경은 반드시 달라질 테니 너무 절망할 필요 없다. 자기 자신과 세상을 제대로 인식하고 눈을 크게 뜨고 있으면 분명 강력한 전환점이 될 큰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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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21-02-16 0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쓰신것처럼 이런 류의 책에서 과히 무엇을 얻기는 쉽지 않죠ㅡㅡ 사실 무슨 무슨 법칙, 비법 이런건.. 세상의 상황과 확률이 똑같을 수 없기에 똑같이 적용될 순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구요.. 그래두 뽕님 말씀처럼 느껴지는 감정의 조각들은 많아지기는 합니다^^.. 상식과 대세보단 내가 찾은 원리를. 케인스가 말한 것처럼 대중과 반대돼는 정책이라는 지점들은 생각해볼만 한 듯 합니다. 암튼.. 이 세상에서 돈과 줄다리기하며 결과에 관계없이 행복해지기란 꿈일까요^&^

milibbong 2021-02-16 19:22   좋아요 0 | URL
^^
 
오늘부터 돈독하게 -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
김얀 지음 / 미디어창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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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쳐야 하는 날이지만, 코로나의 3차 유행과 사회적 거리두기 및 연말모임 제한으로 인해 다소 싸늘한 연말이다. 말 잘 듣는 나는 크리스마스에 집에서 책을 읽었다. 연말 분위기는 사라졌지만, 책의 마지막 글귀에서 희망적은 느낌을 받았다. 스스로 선택한 세상에서 다시 사는 기분은 어떨까. 정말 좋겠지? 부러웠다.
 즐겁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놀랍게도 저자는 내가 한 번 읽었던 책의 저자였다. 『낯선 침대위에 부는 바람』이라고 아주 독특해서 생경한 느낌을 받았던 책이었다. 이 책과 그 책의 저자가 같다니, 잘 연결(matching)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는 이 책을 읽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작가의 분위기가 변했다고 우리가 느끼듯이, 작가 자체가 변한 것이 맞다. 그 변화는 실로 놀라웠고, 부러웠고, 대단했다. 앞으로의 미래가 더 화창하게 보이니 더 대단하게 보인다.
  좋든 싫든 우리 모두는 돈과 인연을 맺으며 살아가야 한다. 돈이 애정의 대상이든 애증의 대상이든, 끊임없이 관계를 맺어야 하고 돈이 쌓일 수 있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누구나 이 책에 관심이 생길 것 같다. 돈을 다루는 스킬이 부족하면 부족할수록 이 책이 더 값진 깨달음을 줄 것이다. 물론 깨달음만으로는 부족하니 당장 행동으로 옮길 수도 있어야겠지. 작가에게도 그런 자극이 있어서 변화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이 책도 그런 자극이 될 것이다. 몸도 마음도 솜방망이 같은 나는 좀 더 죽기 일보 직전의 강한 자극이 와야 바뀔까말까 하겠지만 말이다. ;)
  그래도 소망해본다. 내년에는 조금 더 긍정적이 되고, 바라고 계획한 것들을 조금 더 성취하는 한 해가 되기를. 꼭 돈 때문이 아니더라도, 나를 조금 더 믿고 달래주면서 사랑해보자고도 마음 먹어본다.    


돈 때문에 일부러 제일 싼 메뉴를 고르지 않아도 된다. 다음 달 카드값을 고민하며 전전긍긍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나오면 내 것은 물론 친구들에게 줄 것까지 기분 좋게 살 수 있다. 돈 걱정을 하며 쓰던 에너지와 시간을 온전히 글쓰기에만 집중한다. 무엇보다 이제껏 나를 도와주었던 사람들에게 은혜를 돈으로 갚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 그것이 돈이 내게 준 가장 큰 기쁨이다.

자, 자, 시간이 없다. 나에게는 먹여 살려야 할 내가 있다.

오늘부터는 열심히 공부하며 ‘어떻게 쓸까‘보다 ‘어떻게 벌까‘에 집중할 것!

"돈.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사실은 내가 돈이 없으니까)
"세상에는 돈보다 소중한 것이 얼마나 많은데! 가족, 연인, 친구 이런 것들 말이야." (돈이 없으면 이 소중한 것들을 지킬 수가 없는데도)
그러면서 돈도 아주 펑펑 썼다. 어차피 없는데 이까짓것 아껴서 뭐하냐며 시원하게 쓰고 다녔다. 지갑에 돈이 얼마가 들어 있는지 세어본 적도 없고, 들어오기가 무섭게 써버렸다. 누굴 만나도 쩨쩨하게 굴기 싫어서 괜히 먼저 나서서 계산하고는 "돈은 쓰라고 있는 거지 뭘 그래"라고 짐짓 쿨한 척을 했다. 그러면서 돈에게 말했다. "돈.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잘 봐라, 이렇게 쿨하게 써버리는 나를. 촤하하하."

정말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아마 안 될 거야‘라는 그 생각을 먼저 버려야 한다. 대신 ‘어떻게 하면 될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앞으로, 앞으로 걸어갈 것.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불러 세우지 마세요. 설사 걸어가다가 누가 내 어깨를 팍 치고 가더라도 탈구된 게 아니라면 그냥 보내세요. 그렇지 않고 ‘저기요!‘하면 악연이 생겨요. 나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의도가 없어요. 그냥 ‘바쁜가 보지‘하고 보내면 돼요. 내 인생을 흔들 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럼 강물처럼 흘려보내세요. (오은영, 『한국일보』 2018.6.2)

우리에게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다. 그러니 귀중한 내 시간과 감정을 쓸데없는 것들에 낭비하지 말자.

끝까지 나와 함께 있어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
세상에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내가 나를 사랑해주면 된다. 내가 나를 응원하고, 위로하고, 사랑하는 것 또한 아름다운 일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불안해하지 말고, 그 안에서 나만의 것들을 창조하고 힘을 길러낼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먼저 누군가의 든든한 친구, 연인, 가족이 되어줄 수도 있다.
이렇게 나를 알뜰살뜰 보살피다 보면 누군가에게 어이없는 공격을 당하더라도 "뭐야, 내가 나를 어떻게 키웠는데. 이 자식들이 감히!"하고 내가 나의 편이 되어줄 수 있다.

최고야. 잘했어. 정말 대단해.
지금부터 별것 아닌 일에도 내가 나를 칭찬하는 습관, 내 편이 되어주는 습관을 만들어보자.

힘든 일, 괴로운 일, 기쁜 일,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끝이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뭐든 해볼 수도 있다.

누군가 내 건강과 에너지의 비결을 물어오면 나는 언제나 공복 N시간 덕분이라고 대답한다.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 먹기보다 불필요하게 많이 먹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온몸으로 경험한 진리다.

"시간이 돈이다."
이 말을 실감하는 순간, 우리 안의 부자 씨앗이 싹을 틔웠다고 봐도 좋다.

돈보다 귀한 것이 시간이라는 말을 체감하게 된 순간부터 놀랍게도 나는 더 이상 돈 걱정을 하지 않는다. 대신 어떻게 시간을 벌 것인가를 고민한다.

소중한 순간들을 자주 만들고 되새기자.
나를 괴롭게 하는 것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계획과 우연, 나의 세계와 타인의 세계가 적절하게 섞일 수 있는 적당한 틈 유지하기.

"좋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되게 해주세요."
내가 나를 믿으면 언젠가는 그렇게 된다는 것을 믿으며.

대부분의 자기계발서의 핵심은 이 다섯 가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1. 긍정적인 생각
2. 원하는 것을 이미지화해서 자꾸 떠올리기(이른바 끌어당김의 법칙).
3. 실행력(목적의식을 가지면 훨씬 쉬워진다).
4. 메모하는 습관.
5. 매사에 감사하라.

부자 책의 핵심은 바로,
1. 아껴라 : 돈과 시간과 체력을.
2. 사랑하라 : 돈과 가족과 내가 하는 일을.
3. 실행하라 :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지금 당장!
이 세 가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Love your story
결국, 우리의 이야기가 우리의 승부수가 되어줄 것이다.

부자일수록 세금을 많이 낸다. 세금을 많이 내는 이유는 그만큼 열심히 일했고, 가진 것이 많고,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New day new you!"
스스로 선택한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는 기분을 느껴보기를. 스스로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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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21-02-14 0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래서 작가가 젤 첫 인용 문단처럼 돈에대한 목표를 이룬건가요? 그랬든 아니든 어쨌든 걱정없이 쓴다는 말이 좋네요^^ 돈으로 은헤를 갚는것. 것두 참 훌륭한데. 돈으로도 갚는 모습도 상상해 봅니다~

milibbong 2021-02-14 12:27   좋아요 0 | URL
네~ 지금은 꽤 많은 돈을 벌어들이게 되서 돈 걱정 없이 지낸다고 하더라구요... ㅎㅎ 놀랍고 부럽~ ㅎㅎㅎ
 
부지런한 사랑 - 몸과 마음을 탐구하는 이슬아 글방
이슬아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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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부터 펴놓고 지난하게 읽은 책들을 12월이 끝나갈 무렵이 되서야 겨우 마무리하고 있다. 어쩌다보니 나의 단골 책, 이슬아 님의 책이다. 아이들 이야기로 꾸며졌다 해서 1차로 걸렀던 책. 글쓰기를 업으로 삼지 않기에 2차로 걸렀던 책. 3차에 못 이기고 결국 내 품으로 오게 되었다.
 나도 아이들을 가르쳤던 적이 있다. 사실 아이들이 아니라 다 큰 성인에 가까운 학생들이었다. 잠깐이지만 초딩들도 가르친 적이 있다. 다루는 언어가 다르고 아이들 나이가 달라 분위기는 무척 달랐지만 그때 생각이 조금 났다. 창의성 넘치고 순수한 아이들과 함께 있다보면 내 마음까지도 함께 깨끗해지는 기분이 든다. (지도하면서 다시 흑화된다는 게 함정이지만 ;))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아이들의 글이 그대로 쓰여있어서 그런 느낌이 잘 전달되는 책이다.
 이슬아 님에게는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녀의 장점으로 꼽는 건 아마 대부분의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 기본기 닦기의 어려움과 자신이 지닌 강점을 보다 자연스럽게 강조하며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점이 매력적으로 보일 때가 있다.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나도 이렇게 정갈하고 군더더기 없는 글을 쓰고 싶다 느낀다. 내 글에는 남길 것보다 덜어낼 것이 훨씬 많아 힘들겠지만, 언젠가는 꼭 한번 글쓰기 훈련을 최선을 대해 해보고 싶다. 

 

‘부지런히 쓸 체력과 부지런히 사랑할 체력. 이 부드러운 체력이 우리들 자신뿐만 아니라 세계를 수호한다고 나는 믿는다.‘

스물아홉 살인 지금은 더이상 재능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된 지 오래다. 꾸준함 없는 재능이 어떻게 힘을 잃는지, 재능 없는 꾸준함이 의외로 얼마나 막강한지 알게 되어서다.

계속 쓰는데 나아지지 않는 애는 없었다.

얼마나 평범하거나 비범하든 간에 결국 계속 쓰는 아이만이 작가가 될 테니까.

내게 문학의 향기를 알려준 사람들. 사랑은 말과 몸을 버무려 완성하는 거라고 말해준 스승들.

글은 사실 머리도 가슴도 아닌 손으로 쓰는 것이라고. 쓰기를 반복적으로 훈련한 손만이 안정적이고 탄탄한 문장을 써낸다고.

‘아마도 너는 이제부터 더 깊고 좋은 글을 쓸 거야. 하지만 마음 아플 일이 더 많아질 거야. 더 많은 게 보이니까. 보이면 헤아리게 되니까.‘

‘생각나는 것을 죄다 말하지 않는 윤리에 대해 생각했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뿐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신중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사실 나는 글쓰기만큼 재능의 영향을 덜 받는 분야가 없다고 생각한다. 시간과 마음을 들여 반복하면 거의 무조건 나아지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신형철 평론가의 책 『정확한 사랑의 실험』(마음산책,2014)에 따르면 욕망의 세계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지만, 사랑의 세계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지 않은지가 중요해진다. ... 어떤 사랑은 나를 더 사랑하게 만들기보다 내 안의 결여를 인지하도록 이끈다.

‘일기 같다‘는 피드백은 글쓴이를 부끄럽게 하는 말이었다. 그 말에는 자신과 거리를 둘 줄 모른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자위적인, 객관화에 게으른, 자기 세계 안에 갇힌, 오로지 본인을 위해서만 쓴 글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나는 알게 되었다. 작가의 글은 일기 이상이어야 한다는 걸.

솔직함과 글의 완성도는 상관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솔직하지만 별로인 문장들을 많이 읽었기 때문이다. 내 일기장에서 쉽게 찾을 법한 문장들이었다. 어떤 솔직함은 끔찍했다. ... 위험하기도 했다. 모두가 서로의 마음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면 이 세상은 더 지옥 같을 게 분명했다.

가슴 아픈 이야기를 쓰더라도 작가가 먼저 울어서는 안 된다고 나의 글쓰기 스승은 말하곤 했다. 그럼 독자는 울지 않게 될 테니까. 작가가 섣부른 호들갑을 떨수록 독자는 팔짱을 끼게 될 테니까.

나는 치유를 위해 글을 쓰지 않지만 글쓰기에는 분명 치유의 힘이 있다. 스스로를 멀리서 보는 연습이기 때문이다.

그 연습을 계속한 사람들은 자신을 지나치게 불쌍히 여기거나 지나치게 어여삐 여기지 않은 채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자기 연민의 늪과 자기애의 늪 중 어느 곳에도 빠지지 않고 이야기를 완성하여 독자와 관객에게 슬픔과 재미를 준다. 혹은 두 가지를 동시에 준다. 자신 말고 타인이 울고 웃을 자리를 남긴다. 그것은 사람들을 이야기로 초대하는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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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21-02-02 0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뽕님 덕분에 이슬아님이 친근하게 느껴지네요ㅎ 많은 문장들이 와닿지만.. 꾸준함. 결국 뭔가 결말을 맺어야 제목을 붙일 수 있단걸 다시 느껴봅니다. 뽕님두 많이 써 주세요^^

milibbong 2021-02-11 01:07   좋아요 0 | URL
^^ 제가 무슨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사실 이 책 읽으면서 엄청 뜨끔했거든요. 끔찍하게 솔직한 이야기.. 너저분한 낙서 혹은 일기 그즈음의 어떤 것들 같은 거... 너무 다 제 얘기잖아요...ㅎㅎ 두부님은 보살... 아니면 천사... ㅎㅎㅎㅎ
 
따라하면 수익이 따라오는 ETF 투자
이재준 지음 / 원앤원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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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TF'라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다. 자꾸 그 상품 얘기가 나오니 도대체 그게 뭔데? 하는 심정으로 찾아보게 된 책이었다. 서점에서 보긴 봤지만 대충 훑어봐선 아무것도 모르겠다 싶어서 포기했는데, 너무 궁금해서 (쓸데없는 호기심이 많은 편) 교보문고 이북으로 읽게 되었다. 이북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잘 읽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오늘로써 ETF와 이북이라는 언덕을 간신히 넘은 것 같다.
 정치, 경제, 수학, 과학, 이 쪽으로는 아예 담을 쌓았다. '도대체 ETF가 뭔데?'라는 물음에 답해줄 사람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수고는 없었을 텐데. (검색조차 해볼 생각을 안했다니..) 손에 잡히지 않는 책을 읽으면서 답을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근데 과연 내가 원하는 답을 찾았는가? 반은 그렇기도 하고 반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책을 읽게 되기 시작하자마자 (살짝 답답한 마음에) ETF를 직접 매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ETF가 뭔지 알고 싶어서 책을 읽었는데, 책은 ETF의 정의 대신 투자하는 방법에 대해 말해주고 있어서 그냥 내가 체험하는 게 빠르겠다 싶었다.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ETF 자체는 심플한 혁신 그 자체! 결과는 그랬다. 물론 실질적으로 ETF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잘 몰라 이런 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 나는 답 대신에? 답으로써? ETF를 얻었고, (지나고 나면 또 까먹겠지만) 그동안 잘 몰랐던 주식 용어에 대해서도 다시 익히게 되었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읽었는데, ETF에 대해 잘 모를 때 덜컥 종류별로 사놓은 것들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 식겁하기도 했다. (무식해서 겁 없는 편..ㅋㅋ) 앞으로도 내 투자 포트폴리오에 꾸준히 ETF를 담아가게 될지 모르겠지만, 가능성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정말 좋은 시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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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21-02-01 2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그 많은 월가와 자유시장의 적폐라는 파생 상품들 속에 검증된 상품, 좋은 상품이라는데.. 레버레지나 인버스 말고 노멀한 상품으로 길게 가는게 가징 좋은 상품이라고 알고있는데 어쩜 뽕님 스탈에 잘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많이 많이 수익이 나셨으면 좋겠어요~

milibbong 2021-02-11 01:10   좋아요 0 | URL
와우 ㅎㅎ 전 탐욕(?)덩어리라 ETF... 아... 감질나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막상 투자를 해보면 돈 날라가는 건 겁내하면서... 성향은 백퍼 주식형.. 위험추구 90%의 이상한 종자입니다 ㅎㅎ 전 인버스가 뭔지도 아주 나중에 알았는데 역시... 두부님은 투자를 안하셔도 넓은 방면으로 두루두루 깊이감을 나타내시네요 ^^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 박연준 산문집
박연준 지음 / 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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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연준 작가의 두 번째 책이다. 처음 읽었던 책은 『소란』. 너무 좋았었다. 가끔은 너무 깊이 있거나 작가님의 세계 느낌이 짙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 책이 주는 느낌 자체가 좋았다. 부드럽고 연한 분홍빛 살결 같은 느낌. 아기 볼 피부, 혹은 입술 같은 느낌, 그래서 미세한 떨림이 감지되던 책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번 책은 다소 힘을 빼고, 작가님다운 느낌을 전하며 편하게 쓰신 것 같다. 각을 잡고 모양을 만들어 고운 것들만 골라서 내야지 하는 것과는 분명 다른 느낌이다. 편한 느낌은 좋아하지만, 그래서 다소 평이해진 느낌도 없잖아 있다. 이야기 자체가 편하게 쓰여진 걸 다듬지 않다보니 조금 길어진 느낌도 있다. 일단 모든 책은 책 자체로 충분히 좋고, 다양한 책을 읽어보자는 느낌에서는 나쁘지 않았지만, 내 취향에 맞는 책은 아니었다. 그래도 작가가 쓴 또 다른 책을 읽어보는 건 꼭 필요한 일인 것 같다. 그러니까 최소 두 권은 읽어야 하는 셈이다. 작가가 맘에 들거나 다소 맘에 들지 않더라도, 두 권의 책은 읽어보면서 판단을 보류해두고 작가의 세계에 이해를 더해보면 좋지 않을까. 난 그 일을 이번에 하게 된 느낌이었다. :)
  이야기 중에 친구 윤과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야기가 너무 공감되서 친구들에게 읽어주고 싶어졌다. 결혼과 육아로 멀어진 친구가 한 명이 아니니 모두에게 들려주긴 어려웠다. 책 글귀를 옮겨적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인스타 피드에 올릴 만한 이미지를 만들어봤다. 모든 내용을 다 옮길 수도 없었고, 처음이라 아주 조잡했지만 그래도 내 마음이 전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가 자애로운 손길로 내 얼굴과 머리카락, 이마를 쓸어주는 게 좋았다. 마치 내 존재 전부를 쓸어주는 것 같았다. 가능하다면 더 불쌍해지고 싶었다. 할머니의 주문 같은 말이 멈추지 않길 바랐다. 행여 주문에서 풀려나 할머니가 손길을 거둘까봐, 눈을 감고 더욱 불쌍해 보이도록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후 오랫동안, 할머니는 내 이마를 짚어줄 때마다 이가 살짝 나간 그릇을 만질 때처럼 혀를 찼다. 나는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다. 사랑에는 언제나 한 방울의 연민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숨은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인생을 이완시키는 것도 경직시키는 것도 숨쉬는 자세에 달려 있다. 무리하지 않고 나답게, 편안한 자세로 사는 일. 좋은 삶을 꾸리는 열쇠라고 믿는다.

슬픈데 눈물조차 나지 않을 때, 그리하여 마음 가장자리가 수분 부족으로 균열을 일으키며 메말라갈 때, 슬픔의 가뭄 속으로 자신을 밀어넣고 있을 때는 분명히 떠나야 한다. ‘여행‘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일 필요도 없다. 그냥 상처가 나를 데리고 가는 일에 몸을 맡기면 된다.

사람들은 마음이 아플 때 건강하고 강하게 이겨내는 방법으로 슬픔이 자신을 비껴가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착각하곤 하는데, 이는 건강한 방법이 아니다. 멍울진 감정이나 체한 슬픔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슬픔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 슬플 기회를!

무언가 때문에 상심해 있다면 자신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슬픔을 피하지 말고, 같이 여행을 가자. 상처가 나를 데리고 떠나는 여행이 끝날 무렵, 딱지 앉은 상처를 이제 내가, 데리고, 돌아오면 된다.

다정함은 자세다. 뭔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내가 도와줄게‘라고 몸으로 말하는 것. 그것도 ‘미리‘ 말하는 것. ... 내게 다정한 사람, 그건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선물 자체가 아니다. 선물(마음)을 주고 싶어하는 상대의 ‘자세‘다. 네가 좋아하는 것, 그거 해주고 싶은데, 해줄 수 있는데! 이런 말. 말이 전부다. 그게 선물의 시작이다. ‘말이면 다가 아니다‘라고 얘기하는 이도 있겠지만, 글쎄. 나는 어기더라도, 우선 다정한 말을 건네는 이에게 마음이 간다. 내겐 말이 다다. 쏘아붙이거나 소리치지 않고, 나쁘게 말하지 않는 것. 말로 사람을 우선 끌어안는 것, 그게 다정함이다.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엄마를 가진다는 것.
그것은 세상 무엇과도 싸울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사랑을 나무라는 시대를 산 어른들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말‘은 잉여다.
사족, 팔불출, 주책, 남세스러운 말.

절제하다 사라져버린 능력.
하지 않으면 지워지는 언어.
아끼면 사랑은 불능이 된다.

스마트폰은 실시간으로(정말 실시간이다) 무지막지한 양의 새로운 정보를 공급하는 공장이고, 나는 공장 안에 채워진 세상 정보를 두루 살펴보느라 늙어가는 일꾼이었다. 이제 퇴직했다! 야호! 그동안 남의 삶에 ‘끼인‘ 내 삶을 살고 있었다.

스마트폰이 없으니 할 수 없는 게 많아졌다. 할 수 없는 일은 바로, ‘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이 시대에 ‘진짜 어른‘, ‘진짜 시인‘이 얼마나 귀한지, 얼마나 고픈지 모르겠다.

모든 사랑은 먹어보기 이전엔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할 수 없다. 가끔은 먹고 난 후에도 구분이 어렵고 똥인 줄 알면서 꾸역꾸역 먹을 때도 있다.

사랑은, 그게 단지 하룻밤의 사랑일지라도 ‘우연과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아름다움‘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책이 사는 일을 생각하고 고민하게 한다면, 소설은 한 편에 한 번씩 삶을 ‘살게‘ 한다. 한 권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한번 더 살아본 기분이 든다. 나 아닌 다른 사람으로.

소설은 ‘사실‘만을 담고 있지 않지만,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을 담고 있다(때때로 우리는 ‘중요한 건 사실이 아니야!‘라고 부르짖지 않는가). 삶이 일부로 숨기거나 어떤 이유 때문에 보여주지 않은 것, 불확실함 속에 깃든 징후를 소설은 보여준다. 소설은 ‘모호함을 형상화‘하는 장르다. 갖가지 방식으로, 우아하게. 따라서 소설은 삶의 거울이자 라이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소설가들은 거울을 통해 "완벽하게 알고 자세히 관찰한 것"을 기록한다.

좋은 문장은 독자를 피로하게 하지 않는다. 좋은문장을 읽을 때면 좋은 배를 타고 있는 기분이 든다. 편해서, 배를 타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전진하는 기분.

사랑에는 크고 작은 포탄이 숨어 있다. 불시에 날아들어 상처를 내는 포탄.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닐지라도, 사랑은 관계를 굴러가게 하는 윤활유다. 사랑이 과도하거나 부족하거나 사라지면 관계가 틀어진다. 연인 관계뿐 아니라 친구 사이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우정은 ‘사랑‘에 가까웠다가(죽이 잘 맞는 친구를 사귀게 됐을 때 설렘!),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여 끈끈해지고, 어느 순간 권태기를 맞는다. 권태기를 지나 우정은 살(아나)거나 죽는다. 사랑처럼, 우정도 죽는다.

우정이 ‘어떻게‘ 사라졌는지, ‘왜‘, ‘갑자기‘ 서로 멀어졌는지, 명료하게 알 길은 없다. 한 가지 이유가 아니라 여러 가지 복잡한 원인들이 흙속 나무뿌리처럼 얽혀 있을 것이 분명하기에, 섣불리 뭐라 말할 수도 없는 상황. 멀어진 친구를 미워하냐고 묻는다면? 천만에. 오히려 나는 그를 여전히 사랑한다. 그러나 관계는 늘 ‘사랑을 제외한 것‘들 때문에 어려워진다. 멀어진 친구를 생각하면 한밤중에 갑자기 가난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마음을 탈탈 털린 기분.

지나치게 가까워 ‘거리‘를 잃어버리면 ‘관계‘도 잃어버린다. 밀착되어 있지 않으면 그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 없기에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생긴다. 둘 사이에 조화로운 틈이 생기며, 격格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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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20-12-29 1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뽕님 블로그에서 읽은 그 책이네요. 좀전에 강남 미팅끝나구 역 근처 영풍문고에 들러 이 책을 샀어요ㅎ 한번 찬찬히 읽어볼께요.. 낼 엄청 춥다는데 따뜻히 잘 보내요 뽕님ㅎ

milibbong 2020-12-30 19:57   좋아요 0 | URL
^^ 전 책 홍보대사가 되었군요 ㅎㅎ 두부님 덕분이네요 ㅎㅎ
괜히 맘에 들지 않으시면 어쩌나 조마조마하네요 ㅎ
그래도 여유롭게 천천히 읽어나가기에 적합한 책인 것 같아요.
돌아다니기에 날씨가 너무 추웠죠? 전 외출을 삼간지 하도 오래 되서
추위가 어떨지 가늠이 안되는데 ㅠㅠ 부디 집에서 따뜻하게 쉬시면서
마음과 몸 잘 녹이시길 바랄게요 ㅎㅎ 내일이면 정말 한해의 마지막 날이네요.
두부님의 마지막 날에 기쁨과 다짐과 평안이 가득하길 바랄게요.
미리미리 Happy New Yea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