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기쁨 - 한국 현대 시인 25인과의 아름다운 만남
정효구 지음 / 작가정신 / 2001년 10월
평점 :
품절



 
  요즘에야 이래 저래 대충 엮인 시 모음집이 많이 나온다지만, 저 책이 나올 즈음에는 흔하지 않았다. 시를 좋아하는 나는 이 책 괜찮겠다 싶어 얼떨결에 선택해 읽었지만, 꽤 괜찮아서 두고 두고 보고 그리고 '정효구' 라는 지은이의 약력도 오래 보았었다. 지금은 인기가 많아져서 2권과 3권이 발매된 후이지만, 난 아직 1권 밖에 읽지 못했다. 작가는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했다. 그 바람으로 엮인 예쁘고 주옥 같은 시들, 그리고 담백하게 설명해 주는 그녀의 글이 참 좋았다. 오규원의 '프란츠 카프카', 이기철의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등은 내가 이 곳에서 만난 의미 있는 시이기도 하다. 정현종의 '좋은 풍경' 도 참 아름답지 않은가...! 좋은 시를 만난 기쁨은 이루 설명할 수가 없다.

 

 

 

좋은 풍경 - 정현종 -

늦겨울 눈 오는 날
날은 푸근하고 눈은 부드러워
새살인 듯 덮인 숲 속으로
남녀 발자국 한 쌍이 올라가더니
골짜기에 온통 입김을 풀어놓으며
밤나무에 기대서 그짓을 하는 바람에
예년보다 빨리 온 올 봄 그 밤나무는
여러 날 피울 꽃을 얼떨결에
한나절에 다 피워놓고 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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