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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자이너 모놀로그 - 개정판
이브 엔슬러 지음, 류숙렬 옮김 / 북하우스 / 2009년 9월
평점 :
나는 순진한 것이 아니라 무지했다. 그리고 동시에 여성의 성기를 일컫는 '보지'라는 용어가 얼마나 남성 중심적인 시각에서 말해져왔고, 저속화 및 비속화가 되어왔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후천적으로 체득된 성적 문화에 의해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보지' 이야기를 밝히는 것이 많이 창피하기도 하다. 별 생각 없이 첫 장을 넘겼다가 마주친 '보지'라는 단어에 나는 얼마나 화들짝 놀랐던가. 아직도 익숙하지는 않지만, 페미니즘까지 나갈 필요도 없이 일단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나의 소중한 '보지'를 잘 알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책에는 글자가 별로 없다. 정말 몇 시간도 안 되서 다 읽었고, 읽으면서 조금 많이 분개했고 창피하면서도 신기했던 시간이었다. 작더라도 변화가 있기를 소망해본다.
`클리토리스가 인간의 몸에서 다른 어떤 기능 없이 오로지 쾌락만을 위해 존재하는 유일한 기관이라는 사실을 안 것은 나중의 일이다. (만약 그런 기관이 남성에게만 있었다면, 그 얘기를 얼마나 많이 들어왔을 것이며, 또 듣게 될 것인가. 또 이를 정당화 하기 위해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인간의 모든 근원과 존재 자체를 상징하는 문이야. 나는 인간의 사랑을 확인해주는 성스러운 장소이고, 그 사랑의 정점인 육체적 환희를 선물해 주는 열쇠야. 나는 아홉 달 동안 아기를 지켜주는 든든한 파수꾼이고, 그리고 그 커다란 아기가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내 모든 것을 희생해." -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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