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시인비평 - 문학비평시리즈 2
김재홍 / 서울대학교출판부 / 1990년 12월
평점 :
절판


 

 

이런 책을 공부했었구나. 지은이는 분명 국문학 전공 교수님 성함인데, 교육철학 시간 때 배운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하다. 책 내용은 그 때나 지금이나 다 이해할 수 없지만, 지금 다시 뒤적여보니 한자어 한글자마다 다 음을 달아놓고 밑줄치고 해석달고 하며 열심히 공부했던 대학생 때의 나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분명 카프인지 저항인지 무슨 계급의식 어쩌고 하는 것들은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만인에게 통하는 시이기에 퍽퍽한 내용의 책을 그나마 잘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세낫의 아들이 말둥말둥 살아있는데도,
재롱을 부리는 사랑스런 손주들이 열이나 넘는데도,
어머니는 다만 산촌에 계셔 쓸쓸이도 이 날을 보내십니까.
생각하면 저이 형제는 못난 놈들이외다.
늙으신 어머니를 산골에 내버려두어
굽으신 허리는 활등처럼 더 굽어 하늘을 보지 못하오니
어머니 어머니는 그렇게 사세야 됩니까.`
(박세영, <산촌의 어머니> 부분)

`날더러 진달래꽃을 노래하라 하십니까?
이 가난한 시인더러 그 적막하고도 가냘핀 꽃을,
일은 봄, 산골째기에 소문도 없이 피엇다가
하루아침에 비바람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꽃을,
무슨말로 노래하라 하십니까?
...
진달래꽃은 봄의 선구자외다.
그는 봄의 소식을 먼저 전하는 예언자이며
봄의 모양을 먼저 그리는 선구자외다.
비바람에 속절없이 지는 그 엷은 꽃닢은
선구자의 불행한 수난이외다.
...
그러나 진달래꽃은 오랴는 봄의 모양을 그 머리속에 그리면서 찬바람 오고가는 산허리에서 오히려 웃으며 말할것이외다. 「오래오래 피는것이 꽃이 아니라, 봄철을 먼저 아는 것이 정말 꽃이라」고ㅡ`
(박팔양, <너무도 슬픈 사실>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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