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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 - 제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8년 12월
평점 :
"서로가 만나 그저 하나가되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만큼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이 있는 이들은 알 것이다. 그것은 참으로 기이한 늪이라는 것을, 한번 들어가면 도저히 빠져 나올 수 없이 깊고 아늑하고 어둡고 아름답지만 또한 슬프고 외롭고 괴로운 늪이라는 것을. 하나와 준고는 그런 늪에 빠져 버렸다. 누구랄 것도 없이 둘은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그것을 핥아가며 헤어나올 수 없는 늪 속으로 늪 속으로 가라앉아 버린 것이다. 그 둘의 세상에서는 이목도 상관없고, 도덕도 상관없고, 사회도 상관없고, 심지어 자신이라는 존재 자체도 상관이 없다. 그저 그 둘이 함께 있다는 그 시간, 그 순간만이 존재할 뿐." - 다락방서 허뭄
소설을 읽다 보면 아래의 인용 구절이 이렇게 읽힌다.
'어디까지가 아빠(딸)이고 어디서부터가 사랑인지.
우리로서는 도저히 선을 그을 수 없다.'
애초부터 그렇게 정해졌을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세계인 아빠와 엄마. 아빠와 엄마의 영향 아래서 겨우 독립해나갈라 하면 또 다시 의존하게 되는 사랑하는 남자 혹은 여자. 한 사람의 인생 중 반은 아빠와 엄마와 함께 나머지 반은 사랑하는 남자나 여자와 함께 살아갈테니 그 강력한 두 세계가 서로 합쳐지는 일 따위는 애초부터 허락지 않으셨을 거란 말이다. 신화에서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비극적 서사. 어둡고 불쾌하고 위험한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읽고 싶던 이야기.
`어디까지가 뭍이고 어디서부터가 바다인지. 우리로서는 도저히 선을 그을 수 없다. 무슨 일이든 그렇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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