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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
김지수 지음 / PageOne(페이지원)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을 보자마자 읽고 싶었는데, 저자 소개에 보그지 얘기가 많이 언급되는 것을 보고 책을 덮었다. 이 무슨 선입견이란 말인가. 공장에서 찍어나오듯 물밀듯이 나오는 그저 그런 에세이인 줄 알았다. 패션지에서 일하면서도 이런 책을 낼 수 있구나, 거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엔 여느 시 모음집이나 에세이와는 다른 무게가 실려있다.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표지 사진인데, 작가는 40이 넘은 아이 엄마였다. 그래서 그렇구나, 그래서 이런 무게가 실릴 수 있었구나, 싶었다. 큰 활자에 글도 많이 없고 처음부터 쉽게 읽힐 거란 생각이 있었는데, 의외의 다정함, 이 의외의 무게감에 마음이 따스해졌다.
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 이런 사치라면 나는 언제까지나 사치를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이고 싶다. 아, 그리고 내가 많이 하는 말 중 하나인 '천천히 와'. 그러고 보니 나는 그들을 정말 사랑했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이젠 나도 '천천히 와'라는 말을 들어보고 싶다. 가슴이 뭉클해질 것만 같다.
`누군가 당신을 향해 매번 `천천히 와`라고 말해준다면 그는 당신을 오래도록 사랑할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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