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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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는 역시였다. 정유정 님은 정말 대단하다. 작가의 능력이란... 새삼 감탄하게 되었다. 정유정 님이 집필하실 땐 아예 '그 사람'이 된다고, '싸이코패스'로 집필기간 내내 살아왔다고 말씀하시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정말 그런 것만 같았다. 이 작품에서는 더더욱 그런 것 같이 느껴졌다. 심지어 화자의 입을 빌어 작품이 쓰여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초반에는 왠지 예전처럼 잘 집중할 수가 없었는데, 정확히 딱 책의 중반부를 넘어가면서부터 초반부터 암시되었던 무시무시한 악의 모습이 점차 그려지기 시작했다. 전작을 읽을 때도 그러했나 지금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이번엔 유독 전율이, 공포에 의한 전율이 강하게 느껴졌다. 차이가 뭘까 라고 생각해보자면 아무래도 증오의 '대상'에서 오지 않았을까 싶다. 세상 누구보다 가까웠던, 또 가까워지고 싶었던 사람들이지만 결국 불행의 가능성이 되어버린 사람들. 그리고 누구라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오싹했다.        
 공교롭게도 작품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엄여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당시엔 끔찍한 이야기로만 엄여인 이야기를 들었고 바로 기억속에서 제거해버렸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왠지 그 이야기가 계속 생각이 나면서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둘 다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어 진절머리를 치게 만든다는 점에서도 비슷했고 말이다. 끔찍한 만행을 벌이면서도 결국 '나'밖에 생각하지 못하고, '내'가 피해자라고 인식하는 끝장면에서는 결국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인간에겐 행복할 권리도 있지만 타인의 행복에 대한 책임도 함께 있다는 작가님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계속 울린다. 


"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해가면, 그 인생은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
"아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그녀는 베란다 유리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치 먼 지평선을 넘어다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실제로 보이는 건 유리문에 반사된 실내풍경뿐일 텐데.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시간은 그녀에게 어떤 것도 주지 않았다. 대신 원치 않은 진실을 가르쳤다. 내일은 바라는 방향에서 오지 않는다는 것. 간절히 원한다 하여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안다는 건 모르는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의미했다. 그중 어떤 유의 ‘앎‘은 ‘감당‘과 동의어였다.

다만 아무것도 받아들일 수 없는 때가 있다. 농담도, 비난도, 배려도, 위로도, 그 어떤 것도 원하지 않는 때.

그러게. 여기서 뭘 하고 있을까. 어쩌다 삶이 여기까지 왔을까. 무엇을 그리 잘못 살았기에.
컴컴한 허공으로 들어선 느낌이었다. 발 디딜 곳 하나 없고 앞이 보이지도 않는 곳으로 무작정 들어선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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