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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 | 일 - 일에서 충만함을 찾는 법 ㅣ 인생학교 3
로먼 크르즈나릭 지음, 정지현 옮김 / 쌤앤파커스 / 2013년 1월
평점 :
이 책이 나온 때를 기억하고 있다. 그때도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느꼈고, 오래 시도했었는데 책 읽기가 이렇게 늦어지고 말았다. 그때도 '일'이라는 게 내겐 그리 어려웠던 것이었을까. 지금 책의 출판일을 다시 확인하니 13년도다. 책이 나온지 9년이 다 되가는데, '일'에 대해 내가 느끼는 현실은 예전보다 더욱 암담해져 있는 느낌이다. 책을 읽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이번에는 이 책을 통해 꼭 도움을 받고 싶다 생각했는데, 기대보단 훨씬 오래된 책이라는 느낌이 나서 살짝 아쉽긴 했다.
직업을 바꾸는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으며,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찬란한 이야기도 아니다. 수십 수백 번의 고민과 두려움,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반대와 우려를 무릅써야 하는 고된 분투의 과정이다. 설령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결단을 내렸다 해도 그 실행 과정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직업의 평균 지속시간은 고작 4년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의 바람과 다르게 우리는 계속 선택을 하며 살 수밖에 없다.
그렇다. 기대치가 높아졌다. 우리는 예전 세대보다 일에서 더욱 많은 것을 기대하게 됐다. "무슨 일을 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활기찬 표정으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간낭비에 불과하고 입안에 쓴맛만을 남기는 직업이 아니라, 진정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답변 말이다.
"얘야, 넌 아직 젊다.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해볼 수 있어.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면서 사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단다."
역사의 상당 기간 동안, 직업을 정할 때 사람들은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일이라는 것은 자유와 선택이 아닌 운명과 필요의 성격을 띤 문제였다.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는, 현대인은 선택지가 너무 넓은데다 거기에 능숙하게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슈워츠는 선택권 없는 인간의 삶은 도저히 견딜 수 없지만, 선택권이 지나치게 많아도 과부하의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그 지점에 이르면 선택권은 더 이상 당신에게 자유를 주지 않고 오히려 약하게 만들거나 심지어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슈워츠에 따르면 선택의 역설은 첫째, 너무 많은 선택권은 자유가 아닌 무기력을 초래한다. 그래서 쉽게 포기해버리고 이미 이용하고 있는 전화 회사를 그대로 이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둘째, 설령 무기력 상태를 극복하고 결정을 내린다 해도 선택지가 적은 경우보다. 결과에 대한 만족감이 떨어진다. 역설의 주요 원인은 언제나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는데‘ 라며 이미 내린 결정을 후회하고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게 뭔지 미처 깨닫기도 전에 주입된 교육을 바탕으로 직업을 선택하고, 그 과거에 얽매여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삶에 깊이 뿌리 내린 과거가 정해준 제한된 직업의 길을 걸어간다. 가슴 뛰는 삶을 살기 위해 기꺼이 감당해야 할 모험으로 나아가는 데 당연히 방해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애써 일궈놓은 업적이 시간 낭비가 된다는 생각은, 우리가 직업을 바꾸지 못하도록 하는 가장 커다란 심리적 장벽이다.
막상 새 길을 떠나고 싶다고 하면서도 현재의 직업 덕분에 누리고 있는 사회적 지위나 직업적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
사람의 일이란 것이, 아무리 최상의 결정을 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후회를 피할 방법은 없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인간은 심리검사에서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존재다. ... 심리검사의 수백 가지 질문에 답하는 것보다 현실 속에서 여러가지 직업을 직접 경험해보는 쪽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을 찾는 데 더 유용하다.
관건은 위험을 무릅쓰기 싫어하는 본능과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변화에 필요한 용기를 찾느냐다.
"누구나 좋은 인생을 위해 추구해야 할 목표가 있어야 한다. (…) 그 목표는 앞으로의 모든 행동에 관련된다. 목적 하에 조직되지 않은 삶은 그 자체가 엄청난 어리석음의 증거다." - 아리스토텔레스 -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그 어떤 것도 견딜 수 있다." - 독일의 철학자 니체 Friedrich Wilhelm Nietzs -
"누구한테나 인생은 쉽지 않은 법이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끈기와,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 자신이 어떤 일에가 재능이 있다고 믿어야 하며, 어떤 희생을 치르는 그것을 달성해야만 한다." - 마리 퀴리 -
불편한 진실이지만 언젠가는 생각을 멈추고 행동에 옮겨야 할 때가 온다. 이것은 가장 오래된 삶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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