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
김원희 지음 / 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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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책인데, '자유'에 대해 말하는 책을 '자유'를 빼앗긴 채 읽어서 공교로웠다.
  각설하고 이 분 진짜 멋진 분이시다. 젊은 사람 못지않은 열정을 유지하며 삶을 에너지있게 살아내는 모습 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어른으로써의 모습까지 합쳐져 더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 아무리 성공했다 하더라도 새롭고 넓은 세상을 자주 접하는 사람만이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지 않고, 소위 말하는 '꼰대' 기질도 갖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이 분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읽을 땐 아주 쉽고 편안하게 읽혔는데, 다시 읽으며 정리를 하다보니 더 감회가 새로웠다. 젊은 나도 한번 시도하기 버거운 해외여행을 이렇게 자주 다니시는 것도 부러웠고, 나이듦에 따라 몸이 아파지는 정도와 인생의 무게감을 아주 조금쯤은 짐작하는데 그런 온갖 아픔과 무거움까지 이겨낼 만큼의 열정은 어느 정도일까 감히 상상할 수가 없었다. 벌써 70살인 분이신데, 앞으로의 모습이 더욱 궁금해진다. :) 


‘해외 자유 여행‘이란 멋스러운 단어가 주는 풍족함 이상으로, 내가 그 어려운 행위를 스스로 하고 있는 것, 그렇게 그리스란 나라에 와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그 행위 자체가 더 만족스러운 것이다.
내가 나이듦에 있어서 무기력하지 않고 젊은이들처럼 해낼 수 있는 것, 그 긍정적인 마인드와 용기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것, 노년이기에 획득할 수 있는 특별함,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

나이 들어 여행한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몰랐던 세상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내가 살아온 세상과 내가 지나온 시간을 보러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이 들어 여행한다는 것은 아직은 이 세상을 영원히 떠날 때는 아니라는 것을, 지금의 내 시간을 확인하기 위함인지도 모르겠다.

힘들다면 떠나보라. 그리고 돌아와 보라. 자신의 자리, 가장 편안한 자리가 어디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돌아와서도 그 자리가 편안하다 생각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그 자리는 당신의 자리가 아닐 수도 있다.

산다는 것은, 돈을 번다는 것은 세계 어느 곳을 막론하고 참 힘든 일이구나.

"그럴 수도 있지!"
자신의 무지를 당당함으로 무장하기도 하고 뻔뻔하게 받아들일 줄도 안다. 설령 상대의 실수라 하더라도 이렇게 웃으며 넘어가는 지혜로움도 있다.

나이를 먹으면 혼자가 두렵다. 젊었을 때는 혼자, 고독, 사색, 그런 멋진 낱말들이 그립지만 노년이 되면 그런 것이 얼마나 두려운 낱말들인지 알게 된다.

예쁜 총각이 뜸도 들이지 않고 "We are all friends."라며 밝게 웃어 준다. 막내아들보다 더 어린 스물하나의 젊은이가 환갑이 넘은 우리에게 스스럼없이 "We are all friends."라고 해주었다.
그 말엔 어떤 황홀감이 있었다. 청년의 한마디가 60년 굴곡진 인생에 보상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정 우리는 정말 Good friends가 되었다. ... 청년의 목소리로 들은 "We are all friends."는 귓가를 오래 맴돌다, 뒤늦게 나의 목소리로 "인생은 아름다워"가 되었다.

누구나 좋다고 하는 곳을 누구나 다 좋아할 수는 없는 것. 그래서 여행의 색깔은 다채롭다.

황홀과 행복, 잊히지 않는 추억거리는 자유로이 여행하는 여행자들의 몫이다.

순간순간 무력감에 퍼질러 누워 마냥 눈 감고 자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을 일으켜 다음 여행을 구상하고, 망설임 끝에 티켓을 산다. 얼마나 남아 있는지 알 수 없는 이 삶을 나는 어떤 형태로든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이든 웃을 수 있다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다.

나이가 들면 사랑을 무색하게 만든다. 누군가가 나이든 누군가에게 잘 대해준다는 것은 사랑이라 말하기보다, 애긍*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설령 누군가가 나이든 그대를 모른 척하거나 적대시하더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마라. 그것은 그가 그대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늙음, 그 육신의 추레함이 싫을 뿐이니까.
(* 애긍: 애처롭고 가엾게 여기다.)

우리는 가보지 않은 길을 그리워하고 때로는 부러워한다. 내가 걷는 길이 힘들고 지칠 때마다 저 길로 갈걸, 저길이 훨씬 수월했을 텐데, 하고, 그러나 막상 그 길로 갔을 때, 그 길이 지금의 길보다 더 힘들었을지 누가 알겠는가?

지난 어떤 선택도 그 시점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믿고 후회하지 말자. 시간은 앞으로 가지 뒤로 가지 않는다.

글쎄, 70쯤 되면 그냥 조금은 아파도 좋은 나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뿐이다. 불편한 육신을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하는 나이. 세상의 모든 만물은 새로 태어나고, 새로 만들어지고, 사용되어지고, 이용되어지고 그리고 노화된다. 그리고 노화된 것은 새로움으로 교체된다. 자연의 이치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모든 것은 자신의 마음이다. 내 맘속에 우주가 있다는 말이다. 어떤 사물과 환경을, 어떻게 보고 생각하고 행동하느냐 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나의 하루는 지루할 사이 없이 충만하게 흘러가고, 나는 이 프리랜서 일을 할 수 있는 날까지 할 것이다. 다리에 힘이 있을 때까지, 아니 조금 힘이 없으면 어떤가, 나에게 맞는 길을 찾아 여행도 떠날 것이다.
멋지지 않은가? 100살이 되어도 캐리어를 끌 수 있고,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며, 자기의 일을 한다는 것이. 설령 허황된 꿈이어도 좋다. 꿈꾸는 그 순간도 삶의 연속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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