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위한 마음
이주란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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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리뷰를 써도 평론 같은 느낌으로 제법 썼던 것 같은데, 지금은 당최 어찌 적어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여러 책을 읽어도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하는 게 정확한 말이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마음에 없는 것을 거짓으로 꾸며내지 못하는 사람이다. 쓰기 싫은데 억지로 글자 수를 늘려 적은 글을 보면 누구나 단번에 알아차릴 것이다.
 소설책은 꽤 오랜만인 것 같다. 주식 책, 다이어트 책, 에세이 등에 밀려 정말 오랜만에 읽은 소설이다. 이주란 작가님은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구매 사이트의 리뷰를 보니 팬층이 상당히 두터운 것 같았다. 그런 능력있는 작가님의 글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생각이 나지 않았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따뜻한 느낌, 다정한 느낌, 섣부른 위로를 하지 않는 느낌 등... 작가의 시선과 표현에 따른 여러가지 느낌이 들긴 들었지만, 말하는 순간 흔해빠진 리뷰 중에 아주 못 쓴 리뷰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데 궁금한 건 그런 느낌이 드는 건 내가 가난하기 때문인 걸까? 아무래도 그렇겠지? 잘 사는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다른 나라 이야기나 전래동화를 듣는 것처럼 현실감이 없지 않을까? 공감도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이런 쓸데없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했다. 


언젠가 다시 사람 같은 것도 좋아하게 되는 순간이 올까.

M은 내가 다시 예전의 일상을 찾아가기 시작했을 때 나를 떠났다. M이 떠날까봐 정신을 차리려 노력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가고 없었다. 나는 가끔 그때 나를 살게 한 것이 나였는지 M이었는지 생각할 때가 있다.

어떤 순간이 한 번뿐이라고 생각하면 어쩔 줄을 모르겠다.

자신 없으면 자신 없다고 말하고 가끔 넘어지면서 살고 싶다. 무리해서 뭔가를 하지 않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긴장하는 것이 싫다.

살에 대해 생각해본다. 내가 뚱뚱하다고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니라고, 괜찮다고 했다. 팔십 킬로그램은 넘고 이야기하자고 했다. 그들은 정말 내가 뚱뚱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까? 내 몸에 대해 내가 얘기하는데 더 뚱뚱해야 뚱뚱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외모에 대해 신경쓰고 싶진 않지만.

원래 가난한 것들이 더 살찐다는 말을 면전에서 들은 적도 있다.
내 경우엔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래 기분이 나빴다.

앞으로 내게 많은 불행한 일들이 예고되어 있다는 건 알았지만 내가 결정하고 싶었지 갑자기 통보받고 싶지는 않았다.

내게는 더 가난해질 일만 예고되어 있었으므로 가난하지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돈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방법을 골똘히 궁리해보고 싶었다.

오전에 몇 차례 구토를 하고 울면서 겨우 화장을 한 뒤 출근을 했고,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와 여행에서 신을 운동화를 구입했다. 자기 전에는 아무래도 내가 오래 못 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내가 나의 몸과 마음과 나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내가 내 몸과 마음을 너무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그것들에게 많이 미안했다.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말하고 살 것이다.

힘든 것도 거기에 있었지만 행복도 거기에 있었다.

나는 쏴ㅡ 하는 빗소리를 들었다. 비는 순식간에 퍼부었다가 순식간에 그치기를 밤새도록 반복했다. 삶에 대해 말해본 적은 없지만 어쩌면 그건 오늘 같은 날씨의 반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I 말이야. 너무 귀엽지 않았어?
너도 귀여워!
우리도 그런 아이 낳을까?
오늘?
.....
오늘 너무 고맙네.
만약 우리가 아이를 낳는다면 골프연습장은 못 보내겠지.
그런 걸 뭐 아무나 보내나.
만약 우리가 아이를 낳는다면 지금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눠 먹고 나눠 쓰며 살아야 하겠지.
내 거 다 줄게.
아냐, 아냐.
우리는 다 마른 발을 포개고 누웠다. 나는 오늘 준이 전에 없이 다정하다고 느꼈다. 왜......라고 생각하며 그의 이마와 손가락 같은 것을 오래 바라보았다.

내가 무언가를 아주 깊이 생각했다면 후회할 선택 같은 걸 안 했을까?

그 순간이 한 번뿐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어떤 순간이 한 번뿐이고 누군가가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다면 나는 지금과 좀 달랐을까. 그러니까 너도 넌데 나도 하나뿐이라고...... 수진이 하나뿐이라고 생각한 적은 있었으나 나 자신이 하나뿐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걸 알았다고 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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