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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는 거 아닌가? - 장기하 산문
장기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평점 :
장기하라는 사람이 궁금해서 바로 선택한 책. 보통 방송 출연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책을 통해 자신이 그동안 하지 않았던 말들을 풀어놓으니까 그런 걸 기대했던 것 같다. 그의 생각, 사고 방식, 일상 등을.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반쯤 정도만 합격이다. 전체적인 감상을 놓고 보면 장기하라는 사람은 내가 짐작했던 그런 분위기의 사람인 것 같긴 한데, 이 책에서도 장기하라는 사람을 다 드러내진 않았다. 조금 서운할 수도 있지만 이런 점에서 그가 privacy와 자신의 일상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희한한 책이었다. 분명 다분한 호감과 기대를 가지고 선택한 책이었지만, 왠일인지 쉽게 읽히진 않았다. 첫째로는 내 상황적인 이유 때문일 것 같고, 둘째로는 그와 나의 관심사가 일치하지 않아서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너무 구어체로 쓰인 책이었다는 게 한 몫했다. 책을 전문적으로 쓰지 않는 사람이 쓴 글이라는 게 누가봐도 확실한 책이었다. 물론 에디터들을 통해 기본적인 짜임새, 구성, 교정 및 교열을 다 해서 이 정도의 퀄리티로 나왔겠지만, 책이 아니라 마치 그의 육성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달까! 완벽한 구어체로 이루어진 책이라... 이건 장점도 단점도 될 수 있는데, 책으로 선택해서 읽기에는 책다운 느낌이 덜하지만, 그를 온전히 느끼기에는 나쁜 방식이 아니었다. 책은 안 좋아하지만 그를 좋아해서 이 책을 선택해 읽는 사람들에게도 그럴테고 말이다.
라면을 어떻게 끓이는 지에 관해 30초 영상컷이면 충분한 일을 무려 네다섯 페이지 분량을 꽉 채운 글자로 읽는 시간이라는 건... 재밌기도 했지만 크게 다시 하고 싶은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쨌든 그 자신이 아니라, 그의 소소한 관심사, 그가 좋아하는 것들을 통해 그의 생각과 그의 멈춤의 시간을 엿봤던 시간이었다.
"기분 탓이야." 이 표현이 널리 쓰이고 있다는 것은, 아마도 많은 이들이 이 ‘기분‘을 좀 하찮게 여기고 있다는 뜻일 터다. 하지만 나는 기분만큼 믿을 만한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기분이 어떤지를 잘 살피는 일이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생에서 좋은 기분보다 중요한 것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자유롭다는 것은 곧 막연하다는 뜻이고, 막연한 삶은 종종 외롭다.
막연함과 외로움은 나의 선택에 딸려 올 수 밖에 없는 대가다.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는 ‘막연하고 외로운 것이 뭐 어떤가. 따지고 보면 어떤 삶인들 그렇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쯤은 할 수 있게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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