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문학동네 시인선 145
이병률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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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록 그저 이병률... 그의 냄새를 알 것만 같다. 길가의 낙엽 한 잎도 그냥 바라보지 않는 사람.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웃기만 하는 사람. 사람 온기를 아는 사람. 가슴에 담아두는 것이 많은 사람. 걱정이 뭔지 묻지 않고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보는 사람. 대접을 좋아하는 사람. 훌쩍 떠나고 낯선 이들과 안녕을 주고 받는 사람.
 책을 수집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책을 처분하고 빌려만 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사는 책이 있다. 그건 바로 이병률 님의 책.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정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한 번도 직접 만나진 않았지만, 처음 알게됐을 때부터 완전히 홀딱 반해버린 사람. 내 마음을 여태껏 쥐고 놔주지 않는 사람. 바람 같은 사람...
 이 시집을 읽는 동안 너무 좋았다. 온통 그였다. 그의 아름다움, 쓸쓸함, 미안함, 혼잣말, 이야기, 우정, 연대, 소식... 시집을 이렇게 작가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주관적으로 읽어도 되나 싶지만, 이래도 저래도 충분히 아름답고 고운 시들이었다. 그래서 마음이 떨리는 이야기들이었다.
 언젠가 한번은 그가 직접 내려주는 커피를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 너무 쑥스러워서 도전해보지 못했다. 어떤 단어나 표현으로도 그를 향한 내 마음은 다 담아질 것 같지 않았다. 그럴 바엔 멀리서 애심을 간직하는 게 나을 것 같았는데... 가능하다면 언젠가 한번 그와 함께 여행은 떠나보고 싶다. 평생의 소원이라면 로또 같은 것 대신 그 정도는 바라도 되지 않을까 싶은, 그런 마음. 나도 상해식당의 주방 사람들처럼, 그를 알게 된다면 그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다면, 저 말이 너무 가슴속에서 절절할 것 같아서, 저 시는 몇 번씩 읽어도 계속 가슴이 먹먹해진다.    

 

가지 마요,
안 가면 안 되나요 - ‘상해식당‘ 중

인생에 실 하나를 묶어둔다면
인생 어느 귀퉁이에다 실을 묶어두고
어딘가로 어딘가로 마냥 길을 잃어도 되는 거라면 - ‘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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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20-09-21 1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좋은 시와 소설, 마음을 나눠 받네요ㅎ 고마워요 뽕님..

milibbong 2020-09-22 22:02   좋아요 0 | URL
아잇 참... 제게 선물같은 분이 바로 두부님이신 걸요 ^^
제가 늘 감사해하는 거... 알고 계시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