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생활
송지현 지음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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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왜 선택하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때는 내가 책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책이 나에게 오는 느낌이다. 일단 내가 기억하고 고른 건 아니었지만 이 책은 송지현 작가의 에세이로,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를 통해 먼저 만났던 작가다. 분명 박상영 작가의 책에서도 그녀에 대해 들었을 것이다. 책을 다 읽고 전작 리뷰를 다시 봤더니 그 책도 참 좋았다는 게 생각났다.
  표지가 조금 이상하긴 한데, 왠일인지 책을 다 읽고나서 보면 무슨 내용인지 다 알아서 피식 웃게 되는 그림들이다. 나 또한 작가의 동해 생활을 잠시나마 이렇게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나는 술을 즐기지 않지만, 술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을 좋아하고, 함께 어울리고 즐거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애주가가 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 한바탕 어울려 떠들고 놀고 즐기고 또 슬퍼하고. 추억할 거리가 많은 사람들은 언제나 부럽다. 송지현 작가는 인생의 한 시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즐기며 넘긴 사람이고, 나는 그 시간들을 이렇게 넘어다보며 부러워했다.
   책을 읽으며 특히 부러워했던 건 함께 숙박까지 할 수 있을 정도의 남사친과 친구처럼 함께 어울리는 여동생의 존재였다. 정말 너무 부러웠다. 박상영 작가가 했던 등단작가라도 별 다를 거 없단 말처럼 송지현 작가가 그려낸 자신만의 이야기는 그리 아름답지 않았지만, 함께 지켜봐주고 곁에 있어주는 친구들과 동료들이 있어서 모두 눈부시게 느껴졌다.
   편안하게 책을 읽다가 갑자기 웃거나 갑자기 가슴이 울컥하는 부분도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소설과 달리) 이런 이야기라면 SNS에 올리는 일기를 정성스럽게 다듬어 퍼낸 건데 라고 생각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이들이 함께 누리고 즐겼던 시간 속에서 나까지 마음이 따스해지고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동해에서 생활을 해봐야겠다는 (닳고 닳은) 다짐을 다시 한번 해보았다.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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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20-09-11 2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지점에서 공감되고 좋아지기도 할 때가 있어요.
그게 또 매력이겠지요? 글과 책이라는 매체가 갖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