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은 날보다 싫은 날이 많았습니다 - 완벽하지 않은 날들을 살면서 온전한 내가 되는 법
변지영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쉽게 읽히긴 했지만, 절대 쉽지 않은 책이다. 제목에 공감이 되서 이 책을 펼쳤다면 분명 삶의 어떤 부분이 잘 되지 않거나 자신에게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을터. 작가가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계단은 놓아줬지만, 계단을 오르는 것은 오롯이 우리들의 몫으로 남아있다.
  나도 나를 이렇다 저렇다, 혹은 나는 원래 그래 라는 내 편협한 생각대로 고지식하게 닫아두는 편이다. 쇠창살 감옥처럼 억세고 좁은 내면에 나를 가둬두고 매질만 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엄격한 만큼 세상도 그렇게 봐왔음이 분명하다. 책에서는 적잖이 내 얘기를 자주 하고 있었지만, 책을 읽는 것처럼 쉽고 편하게 나를 바꿀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책을 읽는 동안 작지만 분명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손을 잡아주려는 작가의 의도를 느껴 마음이 조금 말랑해진 것 같았다.
   앞으로 어떤 노력을 더 해봐야겠다는 식의 글은 너무 글쓰기용 글이라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들을 조금이라도 오래 가져가고 싶다는 바람이다.     
 


존재를 견디기 위해 우리는 거짓말을 한다. 무엇보다 우리 자신에게.
- 소설가, 엘레나 페란테 -

세상이 어떠어떠하다고 말하면서 그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할 때, 그것은 실제 현실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이다. - 스즈키 순류 -

감정이란 모방적 관계의 여러 발전 단계의 덧없는 색깔일 뿐이며, 행위를 결정하는 것은 감정이 아니고 욕망이다. -프랑스 정신의학자, 우구를리앙 -

시작을 바로잡을 수는 없어. 하지만 엔딩을 바꿀 수는 있지. - C.S.루이스 -

우리 대부분은, ‘나‘에 대해, ‘너‘에 대해, 혹은 ‘우리‘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배우지 못한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존재를 어떻게 ‘이미‘ 알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어떠어떠하다, 당신이 어떠어떠하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이미 과거에 대한 분석이다. 당신이 누군가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란, 아침이 되면 빠져나가는 머리카락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어떤 의미로 우리는 결코 나를, 너를, 우리를 알지 못한다.

여러분은 아직 그 누군가를 만나지 못한 게 아니다.
당신이 알지 못한는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잘 알아주거나,
당신이 외면하는 것을 당신 대신 품어주거나,
당신이 미워하는 자신을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그런 존재는 없다.

나 자신이 어떠어떠하고 내게 어떤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그 ‘문제‘가 하나의 부분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떤 특성도 곧 나 전체는 아니다.

자신의 어떤 부분을 좋아하고 어떤 부분은 싫어하면서, 누군가가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받아주고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것도 곤란하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상담을 하고 있지만, 사람이 사람을 치유한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타인을 치유할 권리나 능력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자기 자신을 구하는 것은 오직 자기 안의 ‘빛‘이다. 놀라운 점은, 누구에게나 그 빛이 이미 충만하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자신을 못마땅해 하는 이유는 자신의 빛을 잠시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언어는 단순히 현실을 설명하지 않는다.
언어는 내뱉는 순간 동시에 현실을 창조해낸다.
그래서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떤 단어로 규정짓는 것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
‘원래 그런 사람‘은 없다.
당신이 스스로에게 갖다 붙이는 꼬리표가 곧 당신이 된다.

내가 상담을 마무리할 때 한 번 더 강조하는 메세지는 이것이다. ‘자신에게 무조건 따뜻하게 대할 것. 지금은 자기 안의 모든 부분들을 이해할 수 없더라도, 일단 믿고 경청하고 기다리면 그 부분들이 나에게 자신의 스토리를 들려주리라는 것‘이다. 내 일부인 생각과 감정과, 어떤 경험들을 없애고 지우려고 하거나 회피하려 할수록 내 일부에서 멀어질 뿐이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지 않은지, 이대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염려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누군가가 진실로 함께한다는 경험이다.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지 않고 바꾸거나 고치려드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느낌. 그런 경험을 할 때 우리는 긴장을 내려놓고 안도하게 된다.

자기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고 싶다면 자신이 세상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어떻다, 세상은 어떻다고 말할 때 우리는 늘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 많은 사람이 함부로 대하는 것은 자기 자신인데, 남을 미워하거나 싫어한다고 착각한다.

만약 어떤 불편한 감정에 오랫동안 매여 있다면, 그건 당신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그 감정을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이 문제가 아니라, 감정에 대한 태도가 문제인 것이다.

습관을 바꾸려는 의지가 효과 없는 이유는 행동을 생각으로 바꾸려 하기 때문이다. 행동을 바꾸는 것은 오직 행동이다. 생각이나, 감정, 의지나 동기가 아니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들을 그만두려면, 그 상황에 처했을 때 새로운 대체 행동이 바로 나올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삶을 살면서 심리적 안정을 바라는 건 계속되는 것 같다.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뭔가 중심이 잡혀 있는 상태를 유지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그러나 답은 매우 간단하다. 매일 하는 일을 ‘전심전력을 다해 하는 것‘이다. 다른 생각 없이 오직 지금 일에 매진하는 것이다.

당신은 무엇을 매일 하는가?
매일 하는 것이 당신을 만들어간다.
매일매일 하는 행위가, 당신의 말이 되고 생각이 되고 감정이 될 것이다.
습관이 될 것이고 운명이 될 것이고 정체성이 될 것이다.
당신은 곧, 당신이 매일매일 하는 것이다.

지금 숨 쉬는 것이 기적이고, 걷는 것이 기적이며 사람들을 만나 두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기적이다. 매순간이 기적이다.

삶에서 그냥 주어지는 것은 없다. 자신이 놓인 조건, 곧 토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는 사람은 시간과 함께 자연스럽게 열매 맺고 꽃 피운다. 삶의 의미나 목적은 그런 과정 중에 자연스레 발견된다. 다른 사람의 토양과 자신의 토양을 비교하면서 자책하고 후회하는 사람은, 항상 다른 사람의 열매와 꽃만 구경하다가 삶을 놓친다.

우치야마 선사는 "우리 삶의 경험이 곧 마음"이라고 했다. 삶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은 우리 뇌의 신경망을 재배선하고 세포와 기타 물질들에 영향을 미친다. 경험이 뇌를 바꾸고 몸과 마음을 만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은 일 같지만 그것들이 쌓여 나 자신이 되는 것이다. 하나의 말과 행동, 하나의 사건 혹은 만남이 결코 사소할 수 없는 이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rtcode 2020-08-31 0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끔 글처럼 영원한게 있을까 생각해볼때가 있어요.. 책에 담긴 모든글이 좋을리 없지만 맘에 와닿는 그 한 구절을 담기엔 결국 한 권의 책이라는 노력이 필요한 거니깐ㅠ.. 늘 저두 생각만 반복하는 그런 일 중 하나가 아닐까 해요. 뽕님 블로그도 잼나게 잘읽구 .. 자야겠다 싶은 시간입니다ㅎ 수욜부터 태쿵이라던데. 또 한주 잘 보내봐요 뽕님^^

milibbong 2020-09-03 20:24   좋아요 0 | URL
두부님도 두부님만의 깊은 철학을 담아서 글로 정리해보시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저처럼 바람같이 날리는 이야기가 아니라, 두부님 글 속엔 진중한 내용이 있고 그에 대한 사색이 있잖아요. 그동안 제가 감히 뭐라 글을 남기기도 어려울 만큼의 멋있는 글들을 저도 봐왔고... 그 글들이 두부님 하시는 일에 대해서도 연관이 있을테고 말이죠. 분명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거나 도움을 받을 것 같은데 말이에요. ^^ 저도 이해는 못하겠지만, 말씀해주시면 무조건 1호팬이 될 거구요. ㅎㅎ
저도 이 책을 읽으며 그냥 가볍게 표식을 남기고 나중에 모아봤는데 이렇게 긴 발췌문들이 남더라구요. 이 내용들을 보다 보면, 음, 진짜, 두부님이 하셨던 생각같은게 들기도 해요. 아, 물론 제가 하고 싶단 얘기는 아니지만요.ㅎㅎ
오늘은 태풍이 선선히 지나갔는데, 내일도 아마 조금 태풍의 바람이 불겠죠? 날아가지 않게 조심하시고 마스크도 단단히 여미시길 바랄게요~ 금요일이 다가오네요, 예~ ^^ 오늘도 좋은밤 하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