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1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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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감을 한껏 가지고 기다렸던 책인데 결과적으로 크게 만족스럽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느낌의 소설이 아니었다. 하나의 소설일 줄 알았는데 단편적인 사건들을 꾸며 모아놓은 것이고, 그건 모두 외모에 대한 고민으로 같은 의사에게 상담받으려는 케이스들이었다. 게다가 모두 상담받으려는 자들의 완벽한 1인칭 시점에서 편지글 혹은 일기처럼 서술되는데, 이름과 상황, 조건들이 바뀐 것 외에 아주 특별할 게 없었다. 게다가 상담받는 사람들의 내용들이 모두 그렇겠지만 너무 세세하게 TMI인 부분들도 많았고 말이다. 마치 작가의 필터를 거치지 않은 진짜 일반인들이 상담하는 내용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평범함이 있었는데, 그런 것까지 작가가 꾸며낸 거라면 나름 큰 그림이었던 것 같긴 하다. 
  모두 외모와 관련하여 또래 , 주위 사람들로부터 차별과 무시를 받고 그것이 컴플렉스가 되어 자신의 안 맞는 조각들을 맞추려 성형 상담을 받으려 하는 내용이다. 때로는 누군가의 가벼운 놀림이 다른 한 사람의 죽음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비판적인 내용도 있다. 하지만 심리 미스터리라고 하기엔 심리 위주 묘사뿐인데도 조금 부족한 느낌이랄까.
   나는 책을 잘 읽지 못하는 편이다. 일본 소설은 특히 주인공들 이름 외우기도 어려워서 여러번씩 되짚어가며 읽는데, 내용의 큰 차이 없이 이름과 상황이 계속 바뀐다는 건 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읽기였기 때문에 평을 좋게 주긴 아쉬웠다.

 

 

결의를 표명하고 자기 자신을 몰아넣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있잖아.
다이어트 선언이 딱 그렇지.

노력은 필요하죠. 하지만 기프트라는 밑바탕이 없는 곳에 노력을 쌓아봤자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매일 몇 시간씩 공부한들 도쿄대에는 못 갈 테고, 몇 시간씩 계속 달린들 올림픽에 못 나가는 거랑 마찬가지로.
뭐, 선배처럼 온갖 기프트를 다 받은 사람도 있지만요.
도달할 수도 없는 목적지를 필사적으로 지향하는 거, 시간 낭비잖아요. 인생 한 번뿐인데. 게다가 할머니 될 때까지 살아있다는 보장도 없고.

난치병에 걸리지 않았어도 내일 죽을 수도 있어요. 자기 자신이 싫어져서 죽음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고요. 아니,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사랑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을지도 몰라요.
나는 나 자신을 있는 힘껏 좋아하자고 결의했어요.

결국 학교뿐 아니라 세상 전반이 어필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걸로 사람을 판단하게 돼.
그래, 외모. 미인이냐, 아니냐. 잘생겼냐, 못생겼냐. 키가 크냐, 작냐. 날씬하냐, 뚱뚱하냐.
있는 그대로가 개성이 되면 또 몰라도 홑꺼풀은 애교가 없다는 둥, 못생긴 애들은 성격이 나쁘다는 둥, 뭐, 이건 반대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외모로 성격까지 단정 짓는 경우가 있잖아?

때로는 달콤한 것에 의지하지 않으면 극복할 수 없는 인생도 있다.

특별히 다이어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그저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을 뿐.
자기 안에 마음의 소리가 있는 건 알면서도 몸의 소리가 있다는 건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해요. 마음의 소리는 응석받이에 나태합니다. 적어도 제 마음의 소리는. 때로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지만 그런 건 정말로 가끔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은 모든 사람에게 저마다 다른 눈을 내려주셨단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똑같은 걸 갖고 싶어해서 쟁탈전이 벌어질 테니까.

규칙적으로 바른 생활을 해도 병에 걸리는 사람은 병에 걸리고, 건강에 해로운 생활을 해도 오래 사는 사람은 있거든. 적어도 타인의 겉모습이나 건강에 참견할 권리는 아무한테도 없지 않을까?

하지만 한 가지 기억해두셨으면 하는 건 자기가 이상이라 생각하는 형태가 타인에게도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겁니다. ... 자기가 만들고 싶은 그림에서는 부자연스럽게 여겨지는 조각이라도 그 조각이 딱 들어맞는 곳이 반드시 있습니다.
반대로 자기가 들어맞는 그림을 그릴 수 없는 경우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럴 때도 원하시면 상담해주세요. 그 그림을 함께 상상해봅시다.
당신이라는 조각이 딱 들어맞는 장소는 반드시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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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20-07-28 1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느나라든 그 나라의 문화가 공기처럼 뭍어있겠지만.. 때론 다른 나라의 공항에 내렸을때 공기중에 느껴지는 냄새처럼 문득 적응이 안될 때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 만화, 영화, 책 등도 그 고유의 문화 냄새가 유독 잘 적응이 안되더라구요..
그들의 말을 번역해도 (번역을 잘했느냐와 상관없이) 어찌 그 특유의 TMI 와 번잡스러움은 같은지.
어느 시점엔 또 그게 좋아보일때가 오겠지요?ㅎ
비가 오고.. 뽕님의 블로그에 걸려있는 그런 여름의 파란 하늘이 좋습니다. 건강조심하세요ㅎ

milibbong 2020-07-28 22:53   좋아요 0 | URL
음... 맞아요... 두부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인 거 같아요... 하하
그래도 예전에 읽었던 좋았던, (아주 드물게) 그런 기억으로
오랜만에 한번 읽어볼까 했지만... 이번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커졌네요.
원래도 한국 소설밖에 읽지 않았지만 더 그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ㅎㅎ
이번주는 내내 비소식이 있던데 두부님 계신 곳은 어떠세요? 저희 지역은 그리 많이 내릴 것 같진 않은데... 이번이 진짜 장마가 될지... ㅎㅎ
한차례 와락 쏟아져내리고 기분 좋게 맑개 개이는 하늘을 기대해봅니다. ^^
두부님도 건강 잘 챙기시고 오늘도 편안한 밤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