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모르겠고 하루만 열심히 살아봅니다
최현송 지음 / 팜파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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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읽던 책을 반 정도 읽은 상태라 그 책을 마저 읽고 리뷰를 올리고 싶었는데, 상대적으로 읽기 쉬운 이 책을 더 빠르게 읽어버렸다. 요즘엔 거창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추스리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들이 많이 나왔고 인기를 얻고 있다. MZ세대의 마인드에 맞게 이대로 내버려두라거나 내 속도로 살겠다고 말하거나 당분간 쉬겠다거나 퇴사를 하겠다는 식의 책들이 그렇다. 어떻게 하면 나를 더 발전적으로 만들까 하는 유형의 계발서가 스테디셀러라면 차라리 놓아버리고 편안하게 나의 마음을 직시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게 요즘 베스트셀러인 것 같다.
 이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편하게 내려놓으라는 요즘 계발서나 에세이의 느낌을 띄고 있지만, 사실은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자신을 단련시키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강도 높은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삶이나 인생에 대해 초점을 맞추지 말고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과 오늘 하루를 컨트롤하라는 게 요점이다. 정말 그럴싸한 방법이고 맞는 말이라고 무릎을 탁 치게 됐다. 매일 살아가고 있는 하루지만 이 하루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 바꿔보려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나의 하루조차 통제 못하고 좌절하는 내겐 이것도 엄청 어려운 과제이지만... 그래도 정말 작가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이 책도 아마 작가가 프리랜서로 자신의 하루를 일구기 위해 시작한 일기 형식의 글쓰기였을 것이다. 그날 하루치 감당해야 하는 글이었을텐데, 그것이 이렇게 모여 한 권의 책으로 출판되었으니 결국 그렇게 한 발자국씩 나아가게 되고 자신의 삶을 꾸리게 되는 거라는 걸 증명한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용과는 상관없이 정말 좋게 느껴진 책이다. 솔직히 가끔씩 전하는 팩톡에 가까운 말들, 작가가 전해주는 삶의 메세지 몇 가지만 빼면 나머지 글은 크게 매력적인 에세이라기보다 다소 평이한 저널 수준이긴 한데, 그래도 읽기에 부담없고 크게 나쁘진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글쓴이처럼 하루를 소중히, 열심히 일궈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결고, 나 자신과 조금 더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오늘 하루일 뿐이지만, 그것도 쉽지 않으니 열심히 다짐하고 노력하며 작은 것들부터 하나씩 바꾸며 일궈나가야겠다.  :)


추상적인 고민을 내려놓고 하루를 내 의지대로 가꿔보기로 했다. 어디서부턴지도 모를 만큼 엉켜버린 삶은 일단 내버려두고, 하루에만 집중해보기로. 과거의 흑역사와 미래의 불확실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대신 ‘지금‘을 꼭 붙잡고 하루씩만 잘 살아보기로. 과거는 되돌릴 수 없고 미래의 삶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했다. 내가 어찌해 볼 수 있는 건 오늘의 하루뿐이었다.

더 좋은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는 건 삶을 대하는 태도라기보다 순간의 기분에 가깝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도 비슷하다. 이런 추상적인 감상은 곧 사라져 버리기 쉽지만 어제보다 좋은 하루를 보내기로 마음먹으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부터 해 나갈 수 있다. 좋은 하루는 좋은 삶보다 쉽고 명확하다. 인생을 내 뜻대로 사는 건 어렵지만 하루를 내 의지대로 살아보는 건 할만하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묻기보다 지금 이 순간 내게 이로운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 시작해보면 어떨까.

우리에게 주어진 건 원래 현재뿐이다. 현재가 지나간 것이 과거이고 미래란 아직 당도하지 않은 현재일 뿐. 현재는 대부분 일상으로 이뤄진다. 우리가 살아가고 성취하는 것은 결국 일상일 뿐이다. 더 쪼개면 바로 지금 이 순간만이 남는다.

삶이란, 노력이 반드시 정직하게 작용하는 건 아니라는 걸 배워가는 과정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런데도 노력해보고 결과에 초연할 수 있는 것, 이것이야말로 노력의 배신이라는 삶의 조롱을 성숙하게 맞받아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내게 행복이란 내가 선택한 방향 안에서 좋은 순간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 모여 더 나은 삶을 만들 것을 믿는다.

사랑에 빠지는 건 비일상적 이벤트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일상을 함께 누린다.

‘오늘의 파도와 싸우지도 파도를 피하지도 말 것. 온전히 받아들일 것.‘

행복이란 주어지기를 기다리는 자가 아닌 누리고자 결심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능동적인 만족감이라고 생각한다. 특정한 상태가 충족될 때를 기다리는 이에게 행복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고 찾아온다 해도 일시적이다.

누구에게나 삶은 어렵다. 나이가 더 들면 조금은 수월해지려나? 잘 모르겠다. 몇몇 분야에서야 능숙해질 수 있겠지만 공평하게 단 한 번씩만 주어지는 삶에 대해 누군들 자신 있게 베테랑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수많은 위기를 잘 넘기고 일상을 단순하게 정돈하면 좋은 점이 많다. 내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잘 보이니 마음을 놓치는 일이 드물다. 자연히 중요한 것에 집중하게 된다. 오늘 내 몸과 마음은 어떤지,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 고민할 만한 것들을 고민하고 그 밖의 것들엔 덜 신경 쓴다. 휩쓸리지 않고 자기 길을 찾고 걸어가는 힘을 기르는 것, 내가 생각하는 자기 계발의 의미다.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은 자기 자신과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자신과 관계 맺기에 실패한 사람이 타인과 오랫동안 건강한 관계를 이어가기는 어렵다. 좋은 친구나 연인, 존경할 만한 멘토를 찾아 헤매던 날들이 있었다면 나 자신과 얼마나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자신을 사랑한다고 명쾌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을 것이다. 대개는 좋음과 좋지 않음 사이 어딘가에서 서성이지 않을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 나와 잘 지내기 위해서 기울여야 하는 노력은 고상하기보다 오히려 유치하고 눈물겹다. 하지만 고상하고 산뜻하기만 한 진실은 원래 드물다. 나를 좋아하려면 유치한 나를 반드시 껴안아야 한다.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어른이 된다는 건 나의 유치하고 약한 부분을 받아들인 후 비로소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기적으로까지 나아간다는 의미가 아닐까.

앞날에 대한 불안과 더불어 살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계속 해온 끝에 요즘 내가 믿는 주문이랄까 한 가지 확실한 진실이 있다면 이것뿐이다. 지금이 이어져 미래가 될 거라는 것. 미래는 지금 이 순간의 연장선 중 어딘가일 뿐이다.

지금 걷고 있다면 어떤 날의 나도 계속 걷고 있지 않을까. 어쩌면 심장이 조금 더 튼튼해져 있지는 않을까. 혹시 뛰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공부하고 있다면 언젠가는 지금 배운 걸 나누고 있지 않을까. 지금 꽃을 보고 웃는다면, 그리고 내일도 모레도 웃는다면 그 언젠가도 웃고 있지 않을까. 혹 원치 않는 일이 닥치더라도 무수한 지금을 통과한 끝에 만나는 일이라면 그때의 나는 견딜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모닝 루틴은 아침형 인간의 유익한 습관이나 세련된 라이프 스타일이 아니라 자기만의 삶의 리듬을 지키고자 애쓰는 사람이 하루를 여는 작은 고집, 혹은 대체로 뜻대로 되지 않는 하루를 최대한 잘 살아보겠다는 다짐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 그러니까 모닝 루틴, 그거 별 거 없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작은 일을 아침에 배치하고 성실히 반복할 것, 그리하여 어찌 될지 모를 하루지만 어쨌거나 기분 좋게 시작할 것.

‘멋지게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하루를, 그리고 하나의 계절을 온전히 경험하는 것‘ - 호스피스 운동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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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20-07-15 0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뽕님~ 하루 어떠셨어요? 술한잔하구 그나마 사람 한산한 거의 마지막 전철을 타고 들어가는 중 입니다. 지난 댓글에서 뽕님의 힘듦이 느꺼져서 뭔가 힘이돼는 글을 드리고 싶었는데 역시 그게 참 그냥 뽕님의 그 기분과 상황을.. 내가 느끼는 힘듦과 연계해 공유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 책의 소감처럼 과거 미래 다 놓구 지금 그냥 맘 편한 ‘생각없음‘ 의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전철역들을 지나치고 있습니다. 저 마다의 하루가 이렇게 저무네요. 그냥 지금 이대로 그렇게 살자구요ㅎ 그런 의미에서 잘자요 뽕님!^^

milibbong 2020-07-19 00:00   좋아요 0 | URL
^^ 저는 두부님 댓글만 봐도 기분이 좋아져요. 저의 비타민 두부님~ ㅎㅎ
음.. 그나저나 늘 저를 위한 댓글만, 마치 A.I.처럼 ㅋㅋ, 달아주시곤 하셨는데
오늘은 딱 읽자마자 현실 두부님이 소환됐어요 ^^
흐... 술한잔이라뇨... 술한잔이라뇨.... 부럽네요 ㅎㅎㅎ
두부님이랑 술한잔하면 무슨 느낌일까요 ㅎㅎㅎㅎ
평소엔 랜선(?) 위로와 댓글만 나누다보니 현실캐 소환이 된 적이 없었는데 ㅎ
(음... 잘 나가고 바쁜, 아아를 즐겨 마시는, 전문직의 느낌 정도?)
오오... 이런 느낌 굉장히 신선하네요 ㅎㅎㅎㅎ 허허허허....
역시 저를 미소짓게 하는 두부님이네요 ^^ 전 뭐... 딱히 힘든 건 없어요.
제일 큰 과제는 저를 다스리는 일.. 저와 싸우는 일인데...
차라리 적이었으면 좋았을걸... 뭐 이런 아무 생각도 하고... ㅎㅎㅎ
그래도 별일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ㅎ
게으름 피우다가 이제야 책 한권을 시작했는데 이 책은 언제 마무리가 될지~ ㅎ
너무 길어질 것 같으면 블로그에 살짝 소식 남기려 노력해보겠습니당 ^^
두부님은 별일 없으시죠? ㅎㅎ 일상이 늘 그렇듯 일상이지만
지칠 때도 피로하실 때도 있으실텐데... 두부님도 마음 다스리기 잘 하셔서
편안한 하루하루 일궈나가시길 바랄게요 ^^ 담주도 홧팅입니다!
비소식이 있으니 예보 놓치지 말고 우산도 잘 챙기시구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