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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 경제적 자유인가, 아니면 불안한 미래인가
새라 케슬러 지음, 김고명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긱 경제, 즉 풀타임 근로자가 아니라 임시직 근로자로써 일하게 되고 그런 사회경제구조가 펼쳐질 거란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었나?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내용이 다소 왔다갔다 하고 포커스가 없이 흐릿하다. 게다가 해외 사례 이야기 몇 가지로 책 내용 전반을 이어가는데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성이었다. 이 정도면 책 제목을 다르게 출판하거나(책 제목은 진짜 마케팅의 술수였다!) 출판을 만류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만큼?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는 제목에 이끌려 책을 읽다가 이거 뭐지 싶어서 제목을 검색해봤는데, 평점을 보고 아... 다들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겠구나 싶었다. 내가 굳이 찾아볼 만큼 대단한 책도 아니었지만, 뭐라도 있겠지 싶어서 끝까지 다 펼쳐본 시간이 아까웠다. 흠... 여러모로 아쉽고 열심히 읽었지만 왠지 안 읽은 것 같은 책이었다.
"우버는 생활과 물류의 교차점에 있습니다. 생활이라는 건 말하자면 고객이 ‘내가 원하는 걸 가져와, 지금 당장!‘이라고 말하는 것이고, 물류는 그것을 실제로 가져다주는 것이죠. (...) 자동차를 5분 만에 가져다줄 수 있다는 건 그 밖에도 많은 것을 5분 만에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겁니다."
일찍이 야심 찬 비전을 표방했던 긱 경제의 리더들은 비교적 희소성이 큰 기술을 보유한 사람들(그래픽 디자이너, 기자, 영화 스태프, 프로그래머)의 현실과 희소성이 작은 기술을 보유한 사람들(청소원, 운전기사, 메커니컬터크 노동자)의 현실을 분간하지 못했던 것이다.
독립계약자를 한 집단으로 뭉뚱그려서 보면 비슷한 일을 하는 직장인보다 수입이 더 많다. 그중 많은 사람이 뉴욕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커티스처럼 고도의 기술을 갖춘 프리랜서로 1년에 10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린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저임금 노동자는 직접 고용이 줄어들면 득보다 실이 더 많다.
"또한 이 비정규 노동자들은 정규 노동자보다 직업 불안정성을 경험하는 비율이 높고, 풀타임 복지와 고용 조건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공공부조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와일에 따르면 기업이 건물관리를 외주로 돌릴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이 공정한가?‘가 아니라 ‘어떤 업체가 가장 좋은 가격을 제시하는가?‘이다. 이때 독립계약자에게 직장건강보험을 제공하는 것은 법적인 측면에서 오히려 부담이 된다(해당 노동자가 오분류misclassified됐다는 증거로 쓰일 수 있으므로).
비정규직에 대한 가혹한 처우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실제 사례를 보면 대기업이 간접 고용으로 노동자에게 안전을 보장하고 공평한 처우를 할 책임에서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알 수 있다.
긱 경제의 투사들은 노동자가 유연성을 좋아한다는 취지의 장밋빛 데이터를 좋아한다. 하지만 이런 데이터는 노동자가 유연성을 임금, 직업 안정성, 복지, 안전 등의 요인과 비교해서 얼마나 가치 있게 여기는지를 고려하지 않은 결과물이다.
초기에는 경제적 재난에 대한 해법으로 칭송받았다. 그러나 2014~2015년을 거치면서 긱 경제는 혁신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경영계에서 진행되어온 인력구조 개편작업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으로 비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문제의 해법‘이 아니라 ‘해법이 필요한 문제‘로 인식됐다.
지금까지 노동자의 공평한 처우와 관련된 규정은 모두 풀타임 일자리와 연결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일자리가 해체되고 있다. 현재 2등 시민 취급을 받으며 다른 노동자와 동일한 법적 보호와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 집단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것은 크고 무서운 문제이자 깊이 탐구할 가치가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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