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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이해
이혁진 지음 / 민음사 / 2019년 4월
평점 :
사랑하는 남녀를 그리며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소설은 꽤나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다. 또 가볍거나 무거울 수도 있다. 그렇기에 제일 흔한 소재이면서도 잘 담아내기 어려운 주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름도 처음 들어본 작가의 소설이었다. 걱정하면서 책장을 넘겼지만, 책을 잘 못 읽는 나조차도 잘 읽을 수 있어서 조금 놀랄 정도였다. 그는 이야기를 잘 했다. 사랑에 있어서 겪거나 느꼈던 것들이 많은 사람 같았고, 그 이야기들을 적당한 무게와 깊이로 다룰 줄 알았다. 다소 지나칠 정도로 비유나 은유, 묘사를 자주 사용하기는 했지만 꽤 날카로운 면도 있었다.
다소 유쾌하지 않게 얽힌 이야기의 실타래가 중후반까지 계속 이어지면서는, 이건 사랑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는 철학적인 깨달음까지 얻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것처럼, 그 의식을 잘 드러내준 작가의 말과 그가 그려낸 모습들에 공감이 갔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결국 다 똑같아, 어쩔 수 없어...' 라는 생각을 하며 읽다보니 사랑에 있어서 내 민낯은 어떤 모습인지, 부끄러움까지 모두 감수해가며 진정으로 부딪혀본 기억이 없다는 생각에 이르자 나는 아직 진정한 사람다움을 겪어내지-견뎌내지- 못한 것 같았다. 여러모로 씁쓸한 뒷맛이 남았지만 그런 느낌조차 기분 나쁘진 않은 작품이었다.
이야기를 써 나가면서 사랑이 다른 감정과 다르다면 결국 우리를 벌거벗게 만들기 때문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사랑의 징후인 두려움과 떨림도, 보상인 환희와 자유로움도 그래서 생겨나는 것 아닐까, 하고. 같은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에곤 실레의 나체화처럼 벌거벗은 우리는 대체로 헐벗었고 뒤틀려 있기 마련이니까. 벌거벗은 자신을 바라보는 것도, 벌거벗은 상대방을 지켜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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