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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의 우산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평점 :
읽기 힘들었던 책이다. 이 책을 들고 낯선 카페에 가서 처음 읽었다. 카페 음악도 신경쓰이고 주변도 신경쓰여서 책이 너무 안 읽혔다. 끈질기게 읽어보려 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그때는 카페가 원인인 줄 알았는데, 이유는 책 자체에 있었던 것 같다.
못 쓰거나 실망스러운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내게 과분하게 잘 쓰여진 느낌이라 읽긴 버거웠던 느낌이다. 글 자체에서 감동을 받게 되는 소설이 아니라 글에 의해 풀어지는 스토리 내부의 묵직한 힘에 의해 감동받는 소설이다. 그만큼 힘이 가득하려니 내부에 내용도 많다. 정치적이거나 역사적인 내용도 많았다. 그래서 더 버거웠던 것 같다.
'd는 dd를 만나 자신의 노동이 신성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로 시작하는 유명한 책 속 문장을 책 소개에서 봤을 때 왜 이렇게 익숙할까 했다. 난 이미 그녀의 연작소설 중 한 몸통을 읽었었지만, 그 사실도 기억 못해서 한참을 고민하며 계속 읽었던 것이다. 결국 끝까지. 처음 책이 나왔을 때 무척 읽고는 싶었지만 왠지 겁도 나면서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는데 이제야 왜 그랬는지 알 것 같다. ;)
아주 나중에 (그럴 날이 올진 모르겠지만) 내 독서 능력이 조금이나마 더 향상되고 깊이가 깊어지게 되면 이 소설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나는 내 환멸로부터 탈출하여 향해 갈 곳도 없는데요.‘
‘박조배는 금방이라도 세계가 망할 것처럼 이야기했으나 d는 의아했다. 망한다고? 왜 망해. 내내 이어질 것이다. 더는 아름답지 않고 솔직하지도 않은, 삶이. 거기엔 망함조차 없고.......‘
‘너희가 무슨 관계인가. 나는 궁금하다. 그렇게 묻는 우리의 이웃은 그것이 정말 궁금할까? 그 ‘궁금함‘의 앞과 뒤에는 어떤 생각이 있을까, 그것은 생각일까? 예컨대 너희가 무슨 관계냐는 질문을 받을 때 서수경과 나는 우리의 대답으로(우리가 대답을 하건 하지 않건) 우리가 또는 우리 각자가 대면할 수 있는 위협을 생각하고, 질문자와의 관계 변화를 생각하고, 그 질문이 나오기까지의 과정과 대답 이후까지를 찰나에 상상하는데 우리에게 질문한 이웃도 그 정도는 생각했을까?
아니야 언니. 라고 김소리는 말했지. 사람들은 그런 걸 상상할 정도로 남을 열심히 생각하지는 않아. 그것을 알/생각할 필요가 없으니까.‘
‘아름다운 것을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나는 별과 책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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