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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성차별의 역사 ㅣ 한빛비즈 교양툰 2
솔르다드 브라비.도로테 베르네르 지음, 맹슬기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지금 이 순간도 역사가 쓰여지고 있다.'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도 역사가 진행되고 있다.'라고 말하기엔 뭔가 조금 이상하다. 조금 이상하지만, 이 책에 대해서는, 적어도 성차별의 역사에 있어서는 후자의 표현이 훨씬 더 적합한 것 같다.
제목 그대로 만화로 '성차별의 역사'를 그려낸 책이다. 만화인데다가 글도 별로 없어서 서점에서 바로 읽을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왜 이렇게 처참한 건지 모르겠다. 역시 아직 진행중인 이야기인 게 확실하다.
아이와 함께 성교육적인 측면에서 함께 읽어도 좋을 만한 책이다. 성적인 '차이'가 있을 뿐인데, 그 '차이'를 이용하여 '차별'을 만들어내 권력을 누려온 남자들에게서 그 조그만 힘을 되찾기 위해 역사적으로 노력해온 시간이 얼마나 길었나. 어쩌면 태초부터. 어쩌면 창세 때부터.
너무 슬픈 일이다. 나는 그동안 차별을 받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그 어떤 부당함의 감정을 간직한 채, 누구도 알려준 적 없지만, 성차별에 예민해져 있었다. 스스로 페미니스트가 아닐까 고민될 만큼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편들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페미니스트의 시작점도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불과 몇십년... 그리고 한국 사회가 얼마나 더 폐쇄적인지, 어떻게 교회가 그렇게 차별적이었는지, 그런 것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니 더욱 암담했다.
어쩌면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차이에 의한 차별은 없어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충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정확하게 관심과 의식을 가지고 약자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그들의 권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