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녹는 온도
정이현 지음 / 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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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이야기(소설)이 있고, 에세이처럼 그녀의 이야기나 생각을 담은 글이 이어져 있는 방식이다. 정이현의 소설도, 그녀가 적은 짧은 생각도 나쁘지 않았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소설이 조금 더 좋았지만, 그 이야기를 적게 된 동기라던가 그 안에서 밝히지 못한 작가의 생각을 적어내는 방식은 마음에 들었다. 
 이 책에서 맘에 든 건 일단 작품의 기획 의도이다. '우리가 녹는 온도'라는 따뜻한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책은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생각이 녹아든 책이다. 책 표지를 열면 이렇게 써 있다. '녹을 것을 알면서도 눈사람을 만드는 그 마음에 대하여' ... 
 설령 녹아내려 없어진다해도, 한 때는 아름다웠고 한 때는 설레었고 한 때는 모든 것이 꿈만 같았던 그 황홀한 순간들을 조심스레 바라보며 그려낸 작가의 마음을 느껴보니 책을 읽는 동안 너무 따스했었다. 그래서 좋았다.

 

 

‘상대방이 싫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그 옆의 내가 싫어서 도망치는 경우도 있다. 그 사람 옆에 있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고 어색할 때, 혹은 그 모습이 스스로도 생각지 못하던 방향으로 변해갈 때 우리는 이별을 결심한다.
일상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곤 하는 습관이 새로 생겼다고 해서, 일 년 후의 삶이 까마득한 암흑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그게 모두 ‘그 사람과의 관계‘ 탓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엄밀히 말해 ‘내 탓‘이다. 그러나 누구도 자신과는 이별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방과 이별한다. 가장 가까운 옆 사람과 헤어지면 내가 조금은 다른 삶을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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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19-03-08 1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진 않았지만 뽕님의 리뷰를 보니 읽고싶어지네요ㅎ 자신과 이별하지 못해 옆에 있는 사람과 이별한다. 새로운 사람 옆에서 내 삶이 바뀌리란 기대. 녹을줄 알고 만드는 눈 사림같은 이야기로 읽혀서.. 커피맛도 평소와 달리 맹물처럼 느껴지는 오전입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