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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로니 전략 - 내 안에 숨어있는 20% 매운맛을 찾아라!
옌스 바이트너 지음, 배진아 옮김 / 더난출판사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공격성보다는 내면의 두려움을 없애라
이 책을 보면서 과거 직장을 다닐때 내 모습이 떠 올랐다. 그 중에서도 과장이란 위치에서 근무했던 직장 모습이 가장 선명하게 떠 올랐다. 이는 과장이란 위치가 회사에서 맡고 일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아는 단계이었고, 한 과, 대략 10여 명 정도,를 관리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동시에 나에게 지시하는 부장과 임원을 위에 두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되돌아 보면 나 역시 직장생활을 하면서 저자가 말한 팀 내에서의 역할, 즉 리더, 막후 실력자, 장교, 단순가담자, 외톨이, 단짝, 심부름꾼, 희생양의 모든 단계를 한번씩은 다 거쳤던 것 같다. 그리고 누구든지 어떤 조직, 직장에 근무하게 되면, 자신이 경력사원이나 외부에서 초빙된 전문가로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면, 한번쯤 은 이 단계들을 하나씩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위로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과장으로 근무할 당시를 되돌아 볼 때면 항상 생각하는 사람이 한 명이 있다. 그는 지금 생각해 봐도 정말 능력 있는, 그러면서도 부하직원들에게는 한없이 부드러운,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부장이었다. 아마 그 사람이 이 책에 나와 있는 페페로니 지수 평가를 해 봤다면 최적의 점수를 받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런 그 부장에게 한 가지 독특한 기질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다른 부서에서 일이 제대로 진행이 안된다는 낌새만 보이면, 자신이 그 일을 하겠다고 나서 그 일을 자기 부서로 가져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타 부서의 일을 하나씩 가져올 때마다 그 업무에 맞춰 자기 부서의 인원이 늘어나게 되고, 또 업무에 필요한 타부서의 예산을 자기 부서로 가져오게 되니 자연스럽게 부서 예산 역시 덩덜아 함께 많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한 2년쯤 하고 나니 그 부장의 부서 직원은 거의 80명에 육박하는, 대개 일반적인 회사에서 가장 규모가 클 수 밖에 없는 영업부서보다도 더 큰 조직이 되어 버렸다. 쉽게 말해 물건을 만드는 생산공장과 만들어진 물건을 판매하는 영업부서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핵심업무가 그 부장이 관리하는 부서로 이관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임원회의 때 무척 복잡하면서도 예민한 업무 하나가 안건으로 올라오게 되었고, 그 때 타부서 부서장들은 입을 모아, 당연히 그 부장에게 그 일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장 역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음! A부장. 당신이 맡아야지, 당연히”
그리고 1년 후, 그 때 맡은 업무의 실패로 인해, 그 부장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 회사를 그만두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직원들의 송별식도 없는 상황에서 그는 조용히 자기 짐을 싸 들고 어느 날 갑자기 직원들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별로 크지도 않은 중견기업에서 왜 그런 복잡한 일이 생겼는지, 임원회의 당시, A부장이 그 일을 맡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 졌는지, 그리고 그 회사의 최고 인재들만으로 구성된 그 부서에서 어떻게 일 처리가 잘못되어 부서장이 사표를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갔는지에 대해서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의 판단에 맡기고 싶다.
내가 잘 아는 선배 한 분이 있는데, 그 선배는 아는 것이 워낙 많은 데가, 남에게 주는 것을 아까워 하지 않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이 무엇인가 필요하다고 하면 거절을 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돌아 오는 것도 없이 항상 다른 사람의 심부름만 해 주다 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얼마 전에 그 선배와 이야기를 하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와 그 선배에게 한번 물어 봤다. “형. 예전에 형이 그렇게 열심히 도와주던 사람들은 지금 뭐하나요? 형이 그 사람들 덕 좀 봤나요?” 이 당시 내 말의 의미는 도움을 받고 모른 척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얄밉지 않냐는 의미였다.
그 때 그 선배 왈 “지금 내가 대학원에서 교수로 강의하고 있잖냐. 너도 알다시피 내 학벌로 어떻게 대학원 강단에 설 수 있겠어? 하지만 10년 전에 내가 도움을 주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나에게 신세 진 그 분이 대학원장이 되자마자 나를 불러 강의하라고 하더라. 인생에서 10년 금방 아니냐? 누가 나에게 어떤 도움을 줄 지 그걸 어떻게 알겠어?”
그 선배에게 이 책에 나와 있는 페페로니 지수 테스트를 해 보라고 하면, 어떤 점수가 나올까?
이제 우리는 예전사람들보다 더 오래, 더 많은 세월을 살아가야 한다. 그것도 혼자의 힘으로. 그리고 이제는 내가 지금 속한 조직과 팀 역시 과거처럼 한번 들어가면 평생을 함께 살아가는 조직이 아니고, 수시로 바뀔 수 밖에 없는 이동이 불가피한 조직체가 되어 가고 있다. 이 말은 곧 조직 내에서의 역할과 위치 역시 수시로 변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는 의미와 같은 말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다니는 직장에서 얼마동안 근무할 것 같은가? 5년, 아니면 10년?
80 평생을 바라보며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짧으면 1~2년, 길어야 10년 같이 지낼 조직 속에서, 오늘 만났다 내일 헤어질 그들과 힘겨루기가 어느 정도나 의미 있는 일일지? 정말 길어봐야 10년 정도의 세월 동안 머물다 떠날 직장 속에서 구지 내 옆의 동료들과 경쟁을 해 가면서까지 위로 올라가기 위해 애를 쓰며 살아갈 필요가 있는 것인지? 그래서 그들에게서, 또 직장이나 조직 내에서 “저 사람은 무척 공격적인 것 같아!” 또는 “저 사람은 성공밖에 모르는 냉정한 사람이야!” 라는 말을 들을 필요가 있는 것인지? 그래서 그러한 사소한 평가 하나때문에 더 긴 세월동안 주위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것이 맞는 건지?
물론 2차 대전 때 사막의 여우라고 불리던 독일의 롬멜장군을 격파하고, 연합사령부의 명령까지 무시해 가면서 프랑스 한 복판을 진격해 올라간 패튼장군, 그처럼 승리하는 것이 나의 존재가치이며, 인생의 목표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경우에는 제외하고.
심리학자들은 공격성이란 두려움으로 인해 나타나는 일종의 방어행위라고 한다. 즉 상대방의 행동이 자신을 공격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은, 상대방의 의도보다는 그것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에 따라 결정된다는 의미이다.
이 말이 맞다면,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외부의 공격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 지를 몰라 하루하루 고민하며 지내는 것보다, 내가 왜 저런 말에, 저런 행동에, 그리고 저런 태도에 공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 즉 다시 말하면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가운데에서 왜 특정한 상대방의 태도나 행동에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는지 자신을 한번 되돌아 보는 것이 더 현명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 봤다.
그리고 우리가 잠깐 머물다 떠날 조직에서 순간 순간의 힘겨루기가 아니라, 누가 나를 공격해 와도 그들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나만의 굳건한 진지'를 구축하는 것이 더욱 올바른 삶의 자세가 아닐까하고 잠시 생각해 봤다.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만이 자신이 느끼는 두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에.
물론 이런 생각은 나의 부족한 지식과 짧은 경험으로 인해 잘못된 판단일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
“화살이 스스로 땅에 떨어지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녁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