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 고래싸움에 튀는 펭귄이 살아남는다
빌 비숍 지음, 박선령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기술이 발달하면 재미있는 현상이 생긴다. 누구나 비슷해진다. 과거에는 자신만의 제조기술을 갖고 남다른 상품을 개발해낼 수 있었다. 원료배합률, 제조공정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은 따라할 수 없는 독특한 상품과 서비스 생산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생산의 대부분을 개인솜씨가 아닌 컴퓨터로 제어되는 기계가 하다 보니 생산자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상품, 서비스의 느낌과 칼라, 디자인을 다를 뿐이지 상품에 들어있는 원료와 소재도 엇비슷하고, 이를 짜 맞추는 것도 거의 같다. 

처음에 책 제목을 봤을 때는 ‘마케팅 관련 책에 웬 펭귄?’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왜 저자가 펭귄을 전면에 내 세웠는지 그 의도를 알 수 있다. 누가 봐도 똑 같은 펭귄. 펭귄들이야 자기가 남다르다고 말하겠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그놈이 그놈이다. 이들이 함께 움직일 때면 검은 등에 흰 배를 가진 쌍둥이들이 뒤뚱거리며 걸어가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저자의 의도는 바로 이것이다. 모두 똑같아 보이는 세상은 마치 펭귄들의 세상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막연히 달라야 한다고 주장만 하지 말고 실제 다른 무엇인가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말이다. 책 내용은 내가 남과 다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다만, 책 내용이 일반경영, 마케팅 서적과 다른 점은 논리나 사례, 이론 중심이 아니라 저자가 사업을 진행하며 실제 경험했고, 효과를 본 내용을 기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 내용 중에서 내가 유심히 바라본 부분은 ‘패키징’에 관한 것이다. 즉 상품의 본질을 남에게 보여주고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 내용을 열심히 들여다본 이유는 나 역시 이 부분을, 저자 말처럼, 평소 깊이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고, 그 내용이 충실하다면 사람들은 당연히 나를 알아주지 않겠는가.‘하는 심정 말이다. 어떻게 보면 자만심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무척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남이 자신을 어떻게 볼 지는 생각지 않고 자기가 가진 것만을 주장하며 알아서 찾아오라는 태도다.

요즘 사람들은 남들을 관심 있게 바라보지 않는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건 들리는 대로 이해할 뿐이지, 그 이상의 의미를 구지 찾으려 하지 않는다. 왜냐고? 사람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워낙 바빠서 그렇다. 자신 앞에 떨어진 일, 문제도 많다보니 시선을 남에게 돌린 여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근데 이런 사람들 앞에서 원론적인 얘기 몇 마디를 던지고 알아서 이해하라고 하면 그들이 어떻게 마음속까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예를 들어 “저는 변호사입니다”라고 말했다고 치자. 그 말을 들은 사람 입장에서는 “아. 그래요. 변호사군요.” 대답은 하겠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그래서 뭘 어쩌라고. 수많은 변호사 중의 한 명이구나 생각하며 잊어버릴 수밖에 없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자신이 변호사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그 일이 다른 변호사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다름으로 인해 당신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단, 간단하게.

평소 마케팅을 많이 생각하며 살았지만 평범한 단어 하나, ‘패캐징(Packaging)’이란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준 책이고, 그 내용을 통해 내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나는 내 자신을 제대로 소개하고 있는 건가?’ ‘나는 남다른 뭔가를 갖고 있는 건가?’ ‘그렇다면 그것이 내 고객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확신시켜 줬는가?“ 하는 질문과 함께.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주특기를 하나 이상 갖고 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자부심도 무척 크다. 하지만 내가 가진 것을 남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면 그 능력을 활용할 기회 역시 줄어들게 되어 있다. 내 능력을 뻥 튀겨 사기 치듯이 말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있는 것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너무 아깝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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