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가게 - 당신을 꽃피우는 10통의 편지
기타가와 야스시 지음, 나계영 옮김 / 살림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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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이 뭔지 알아야만 한다고 믿는 학생들

 

‘꿈’이 없다는 것은 삶의 목표가 없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하루라도 빨리 꿈을 찾아 앞으로 전진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삶’을 모른다고 해서 잘못 사는 것일까? 도리어 나는 일상을 포기하고 ‘꿈’만을 쫒는 것이 더 많은 문제를 야기 시키지 않을까 싶다. 이런 삶은 100미터 경주에서 골인 점을 향해 달려가는, 세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망각한 채 오로지 목표만 바라보며 달려가는 경주마와 다를 바 없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이냐다.




학생들과 면담하면서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있는데, ‘자신은 ’꿈’이 없다고 고민하는(꿈이 없으면 남들보다 뒤쳐져 있다고 느낀다),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취업하기가 힘들다는 학생들을 볼 때다.   

세상이 변한 건지, 내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인지 내가 대학을 졸업할 당시에는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 결혼하고 아기 낳고, 정년퇴직 후 돈 걱정 없이 손자의 재롱을 보며 사는 게 ‘꿈’이라면 꿈이었다. 직장일이야 월급 받는 주제에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거지, 그걸 골라가면서 살아야 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지금도 마찬가지이고).




하지만 요즘 학생은 이런 삶은 꿈이 아닌 것 같다. ‘검사’ ‘의사’ ‘외교관’ ‘이벤티스트’ ‘PD'등 구체적인 직업을 결정해야 꿈이고, 뭔가 남다른 모습을 그려낼 수 있어야 그게 하고 싶은 일이라고 알고 있는 것 같다. 그 삶이 어떤 것인지도 잘 모르면서 말이다.




물론 나는 ‘꿈’이 필요 없고, 하고 싶은 걸 몰라도 된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나도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꿈’을 찾아 이를 향해 매진하라고 외친다. 하지만 문제는 ‘꿈’, 또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책상 앞에서 고민한다고 찾을 수 있냐는 것이다.  




안철수 교수, 정주영 회장, 이병철 회장, 외국의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같은 사람이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찾아냈을까? 글쎄다. 평소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는 가운데에서, 또 내 앞에 놓인 일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다가 어느 날 갑자기 머릿속에 번개 치듯 ‘그래. 내가 할 일은 바로 이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확신에 따라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지 않았을까? 내가 원하는 꿈은 수학공식 풀듯이 책상 앞에 앉아 계산한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떤 사람은 일찍, 또 어떤 사람은 늦게 ‘꿈’을 발견하겠지만 본질적인 것은 머리가 아닌 가슴이 알려준다는 것, 그리고 꿈의 실천여부는 그 느낌을 믿고 자신을 몰입하느냐, 마느냐의 차이뿐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꿈이 있기에, 언젠가는 내 앞에 나타나 이렇게 살자고 말해준다. 그 삶이 무엇인지 알고자 노력하며 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꿈’을 찾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경험해 봐야 한다.




과거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며 직장생활을 했을까? 당시 모습이 내 꿈이었나? 내가 원했던 것은 직장인으로 안정된 삶을 보장받고, 남들에게 칭찬받으며 살고 싶었다. 그리고 이게 꿈이라면 나는 꿈을 백 프로 실현했다. 그러나 요즘 학생들처럼 구체적인 직업을 말할 수 있어야 꿈이라고 한다면 나는 꿈 없이 살았다. 나처럼 ‘직장인’이 꿈인 학생은 극소수일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는 지난 삶에 만족한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았고, 내 결과물에 만족했고, 그로 인해 주위사람들에게 인정받았다. 직장을 그만 둔 지금, 나를 지탱해주는 것도 바로 직장에서 열심히 배우고 익힌 지식과 경험들이다.




그렇다면 40대 후반. 직장을 그만둘 때 나는 어떤 ‘꿈’을 갖고 있었을까? 아니 ‘꿈’이 있긴 했을까? 솔직히 고백하면 퇴직할 당시엔 그저 쉬고 싶었을 뿐이다. 게다가 학교졸업하고 직장생활만 하며 살은 내가 무슨 별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겠는가? 당시엔 사람들에게는 그럴듯하게 말했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남은 인생을 돈 걱정하지 않고, 가족들과 편안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램뿐이었다.




그러나 언젠가 내 꿈을 분명히 알게 된 사건이 있었는데 퇴직하고 3년이 되던 해였다. 그 동안 몇 군데 회사에서 스카웃 제안이 있었다. 대부분이 남들이 말하는 대기업에서, 연봉은 예전 회사에서 받던 수준에 별도의 성과급, 직급은 사업본부장 수준, 해야 할 일은 예전부터 했던 신규사업개발, 관리 일이었다. 하지만 당시엔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상당히 솔깃한 제안임에도 불구하고 거절하는 나를 보면서 아마도 직장생활에 질려 그런가보다 생각했다. 20년이란 세월을 직장인으로 살았으니 그럴만했다.




하지만 어느 날 헤드헌터회사의 담당자와 미팅을 마치고 나오다가 문득 그 날 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2년 전부터 계속 반복했던 말이다. “제가 지금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회사에 들어간다고 해도 일주일에 3일 이상은 근무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조건으로 가능하다면 연봉이 조금 낮아도 입사하겠습니다.” 결과는 당연히 ‘No'. 어떤 회사가 수십억 이상을 쏟아 부을 사업에 주 3일 근무자를 책임자로 앉히겠는가.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듣고도 별로 감흥이 없었다. 안타깝거나 소중한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보다는 당연히 안 될 거라는 생각이었다. 어쩌면 내가 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 같기도 했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앞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 분명히 알았다. 내가 알고 있는 경험과 지식을 강의나 글로 전달하며 살고 싶었고,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살아가며, 그들을 키우고 싶었다. 내가 그 동안 배우고 익힌 인생과 직업, 일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통해서 말이다. 이게 바로 내 ‘꿈’이었고 진정으로 살고 싶은 삶이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 꿈이 무엇인지 알려면 우선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여러 가지 상황에 처해봐야 한다. 그런 가운데에서 내가 원치 않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비로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앞서 말한 내 결정도 직장인의 삶이 어떤 것인지(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신규사업을 맡는다는 게 어떤 일인지, 연봉숫자가 나에게 주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있을 때 비로소 교수나 강의, 글 쓰는 일 나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 지 분명히 알 수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한 일거리가 존재 하는, 지금도 이 순간도 계속 새로운 일거리가 생겨나는 상황에서 한두 가지 일을 해 보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았다’는 것은 먹어보지도 않은 수십 종의 열대과일을 앞에 놓고, 그 중에서 평소 먹던 바나나를 집으며 ‘이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나도 사십 중반까지 ‘꿈’을 몰랐다면, 젊은이들은 모르는 게 당연할 일. 삶이란 죽는 그 순간까지 소명을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 갓 스물 넘은 사람이 그것을 모른다고 초조하게 생각한다면 이건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인 것 같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항.




저자는 꿈을 이루고 싶으면 우선 ‘꿈의 저울’을 사용하라고 권한다. 꿈을 향해 달리기 전에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시간, 노력 등)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한쪽 저울에 꿈을 올려놓으면 저울은 당연히 꿈이 올려진 쪽으로 기운다. 이때 수평을 이루려면 반대편 저울에 꿈과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것을 그 만큼 올려놔야 한다. 지식이 필요하다면 지식을 습득하는 시간과 노력을, 기술이 필요하다면 이를 배우기 위한 투자를 말이다. 저울이 균형이 잡혔다는 것은 그만큼 꿈을 이룰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데, 이런 경우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반대쪽 저울에 꿈과 어울리지 않는 것을 올려놓고 꿈을 이룰 수 없다고 한탄하는 것 아닐까. 성공하지 못한 사람 대부분은 꿈의 저울을 수평으로 만들어 놓지도 않고 인생은 생각한대로 되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두 번째, 꿈을 생각할 땐 단순히 직업 얻는 것, 자격증 따는 것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된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다. “공부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래서 장래에 영어를 사용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번역이나 통역 같은 일이죠. 스튜어디스에도 흥미가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 수 있을까요?”




이런 경우에 많은 사람들은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영어공부를 열심히 한다. 그러나 그녀가 실제 사회가 나가면 자신의 꿈대로 영어를 전문적으로 하는 곳에서 일한 확률은 높지 않다. 영어를 공부한 사람은 이미 많고, 그 조건조차 만족시키지 못하면 면접 자체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영어를 잘하는 것은 무기가 아니라 필요조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필요조건 하나를 만족시키려고 다른 것들은 다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의 꿈을 이루려면 ‘그 일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 전체적으로 알고 이를 준비해야 한다. 영어를 사용할 일이 무엇일까? 번역, 통역, 비즈니스 협상, 영어선생...이들 모두 영어 이외에 알아야 할 것이 많다. 번역이나 통역을 잘하려면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해야 하고, 비즈니스 협상을 잘하려면 영어 이전에 협상하는 법을 알아야 하며, 영어선생을 하려면 영어 이전에 학생을 사랑하고 그들을 이끌 수 있는 자질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영어만 공부했다면, 게다가 그것을 위해 다른 것을 포기했다면 그는 일할 기회조차 얻지 못할 것이며, 설사 기회를 얻었다 해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영어교사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영어교사가 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꿈’을 향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들 중에서 처음부터 ‘이게 바로 내 꿈이야’한 사람은 많다. 그들도 처음엔 구체적인 ‘꿈’없이 일상을 살다가(다만 하루하루를 열심히!), 어느 순간 ‘아! 이게 바로 내가 원하는 삶이구나.’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처음부터 거대한 목표를 정하고 그 길만을 쫒아가서 성공한 사람보다는 이런 방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꿈’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꿈’을 못 찾았다고 조바심 낼 필요는 없다. 우리의 가슴과 영혼은 지금도 ‘이게 바로 네 소명이야’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다만, 그것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데 시간이 조금 필요할 뿐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려면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게 좋다. 지금 하는 일 하나하나가 바로 우리의 꿈을 구체화시키는 중요한 양분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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