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11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시장트렌드, 정확하게 말하면 시장 전반에 대한 것이 아닌 한국인의 소비트렌드에 대해 정리한 책으로 최근 들어 무척 재미있게 읽은 책 중의 하나다. 우연히 작년(2010년)에 이 책을 읽었고(트렌드코리아2010), 그때 생각보다 얻은 게 많아 2011년에도 기다렸던 책이다. 그 동안 트렌드분석이라고 하면 해외에서 나온 ‘메가트렌드(10년 단위의 트렌드를 분석)책이 대중을 이끌어 오던 차에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트렌드 책이 나왔다고 하니, 평소 트렌드에 관심 있는 독자 입장에서는 무척 고맙고 반갑기도 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항상 느끼는 것인데 소비트렌드 분석을 위해 얼마나 많은 자료를 모으고, 이를 분석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씨름했을까 생각하면 더욱 값진 책이란 생각도 든다. 앞으로도 멈추지 말고 매년 한국인의 소비트렌드를 분석해서 지속적으로 출간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의 내용은,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시장변화와 같은 거시트렌드가 아니라 한국인의 소비성향변화를 통해 우리나라의 문화변화를 확인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소비성향이란 삶의 모습이 겉으로 표현된 것이기에 이를 재해석하면 결국 문화의 변화라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며 필자도 이 말도 동의한다. 따라서 이 책은 한국인의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양상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자료로써 충분한 역할을 해 낼 것 같다.

이번 책은 읽기가 무척 편했는데, 이유는 아마도 앞에 전년도의 소비트렌드를 잘 정리해줬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작년에 나온 2010년의 소비트렌드 책을 보고 2011년 책을 보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구지 작년도 책을 보지 않더라도 책 앞에 전년도 내용을 정리해 줌으로써 2년이란 시기의 연결선상에서 지난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편집한 부분은 소비트렌드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리고 지난해의 트렌드를 볼 때 예전에 봤을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책에 나온 내용들이 대부분 현실로 이뤄졌기에 작년 트렌드를 보며 그 상황을 머릿속에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금년의 소비트렌드를 저자는 ‘이중성’이란 단어로 간단하게 정의한다. 즉 두 마리의 토끼를 쫒는 모습이라는 말이다. 이를 책에 나온 트렌드를 통해 보면,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든다’는 단어상의 이중성. ‘개방하되 감추고 싶은 심리’를 보이는 행동 상의 이중성, ‘가상과 현실이 혼재된 상황’이라는 현실논리 상의 이중성, ‘여가이지만 바쁜 여가’라는 이질적인 시간활용방법 상의 이중성. ‘직접 하되, 어떤 것은 전문가에게’라는 자기실현 상의 이중성, 또 ‘하나의 개인 속에 들어있는 다양한 자아’라는 심리상의 이중성 등이다. 무척 설득력 있는 말이다.

평소 시장트렌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을 유심히 바라보면서 ‘그래서 달라질 것이 무엇이지?“라는 질문을 계속하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평소에는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소비성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 속에서 ’그럼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면 책 한 권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발견한 것이니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가치 있는 책이란 의미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저자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의 트렌드들이 내용상 유사한 것들이 단어만 바뀌면서 계속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쉽게 인식하지 못하겠지만) 물론 트렌드라는 게 쉽게 변화하지 않는 것이고, 또 변화한다고 해도 과거와의 연속성 상에서 달라지는 것이기에 매년 칼로 무 베듯이 분명하게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매우 유사한 개념들이 단어의 정의만 약간 바꿔 사용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되면, 이는 결국 책 내용 자체에 대한 신뢰가 조금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필자 생각엔 지금처럼 과거와 비슷한 개념의 내용을 표현하는 단어만 바꿔 사용하는 것보다 전년도의 트렌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금년에는 이와 같은 부분이 좀 더 강화되고 겉으로 부각될 것이라는 표현을 쓰면 어떨까 싶다. 지금처럼 매년 독립된 트렌드를 설명하지 말고 전년도와 연결된 트렌드를 보여주면 더욱 이해하기 쉽고, 설득력도 높아질 것이란 말이다.

예를 들면, 2007년의 소비트렌드 중에서 ‘Duality'란 개념은 그 후 소비트렌드에서 계속 나온 내용으로(일반적으로 말하는 New Luxury라는 큰 의미를 갖고) 2011년에도 'By Inspect, By Expert'라는 트렌드 속에 담겨있는 내용인 것 같다. 이런 경우, 트렌드의 큰 물길은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인들의 표현방식에만 조금 차이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출판사에서는 2009년~2011년까지의 책을 세트로 만들어 내는 것도 좋겠지만, 그 동안 진행된 소비트렌드의 변화상을 하나의 연결고리로 정리하여 또 하나의 3년간 트렌드변화추이에 대한 책을 써 보는 건 어쩔지 제안하고 싶다. 만약 내가 학교에서 이 책을 갖고 강의한다면 이런 식으로 강의할 것 같기 때문이다. 거기에 십년 단위의 메가트렌드 내용을 접목시키면 설득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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