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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멜로가 아니라 다큐다 - 파워블로거 라이너스의 리얼 연애코칭
라이너스 지음 / 청림출판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연애하는 법을 배운다? 필자가 대학생일 때도 이런 책들이 시중에 많이 나왔다. 연애는 누군가의 마음을 점령하는 것이며, 따라서 거기에는 전략과 냉철한 시행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책들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뭔 껌 씹는 소린지..책에 나온대로 시행해서 제대로 된 사람이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라. 왜냐하면 이 책의 저자가 한 말처럼 남이 시킨 대로 한 내용은 자신의 곳이 아니기에 항상 불편하고, 오래가지도 못한다. 도리어 책에서 본 대로 했다가 어느 날 제 성질이 나오면 상대방은 당황한다. “뭐야. 이거. 이중인격자잖아.” 이런 소리 듣기 딱 좋다.
이 책을 보면서 떠 오른 영화가 하나 있는데, 실제로는 무수히 많은 영화와 드라마 또 그 동안 봐 왔던 연애소설들이 떠올랐지만, <Ugly Truth. 어글리 투루스>라는 것이다. 그 영화의 여자 주인공은 방송국 PD로 똑똑하고 열정적이고 말도 잘한다. 다만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남자를 못 사귄다는 것뿐이다. 얼마 전에 나온 한국영화. 제목이 <불량남녀>인가? 거기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도 의식 있고, 머리 좋고, 삶에 대한 열정도 강하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성격이 무척 강하다보니 그만...
다시 앞 영화로 돌아가서 <어글리 투루스>를 보면 여자 주인공이 남자 심리를 꿰뚫는다는 남자 주인공의 말에 따라 자신이 사귀고 싶은 남자에게 자신의 행동을 맞춘다. 옷도 좀 야하게(남자의 성욕을 자극하기 위해), 머리도 길게 보이도록 가발을 활용하고(섹시하게 보이도록), 남자가 주는 음식은 뭐든지 맛있다고 하고, 남자와 함께 하는 일에 대해서는 무조건 OK.
영화장면 중에 두 사람이 여행을 가서 냇가에 앉아 식사를 하는데 남자가 싸온 도시락을 먹는 부분이 있다. 그때 남자가 자신이 직접 만든 음식을 주자 여자주인공은 매우 맛있다는 표정으로 한 입 씹더니 남자가 딴 곳을 보는 순간, ‘퉤’하며 뺍어 버린다. 그리곤 씩 미소 짓는다. 아주 맛있다는 듯이.
어느 날 여자 주인공이 남자에게 묻는다. 자신을 왜 사랑하느냐고. 남자의 대답은 이런저런 일반적인 얘기들이 나오지만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말이다. ‘당신은 말을 잘 듣는다’, ‘잘한 척 하지 않는다’ 와 같은 말. 여자 주인공이 뭐라고 했을 것 같은가. 그녀는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라고 하면서 머리에 썼던 가발도 벗어던지고, 자신의 주량대로 술을 벌컥벌컥 들어 마신다. 그 다음은? 당연히 헤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으니까 말이다.
사랑 얘기를 보면, 특히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드라마들을 보면, 몇 가지 공식이 있다. 남자와 여자 모두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산다는 것, 그리고 두 사람 간의 관계는 서로를 알아가면서 가까워진다는 것(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지 간에), 그리고 어느 순간 서로의 모습 속에서 차이를 메울 수 없어 헤어지지만 결국엔 그를 이해하고 완벽하게 상대방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며 눈물 흘리고, 애태우고, 나에겐 왜 저런 사람이 없을까 하는 많은 사람들이왜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보다 자신을 포장하는 연애상담을 받는지 이해가 되면서도 잘 되지 않는다. 좀 더 쉽게 사람을 사귀고 싶어서? 자신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을 현혹시키고 싶어서? 아니면.....
술 좋아하는 여자가 술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을 사귀기 위해 그 사람 앞에서 술을 안 마실 건가? 얼마동안이나? 만약 결혼한다면 평생 먹지 말아야 하는데 그렇게 살 수 있는가? 성격이 급해서 욱하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좋게 보이려고 성질을 참는다? 당연히 참을 수는 있을 것이다. 급한 데 뭐는 못하겠는가? 하지만 얼마나? 아마 1년 동안만 자신의 성질을 참으면 상대방과 진정한 사랑도 나누기 전에 화병으로 죽게 될 것이다.
연애에는 공식이 없다는 저자, 기존에 나온 연애 책들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침 튀기며 소리치는 저자. 그런 저자가 뭐 때문에 또 하나의 연애 공식을 만들어냈는지... 이해가 안 되는 책이다. 아마도 저자는 자신이 쓴 글이 또 하나의 공식을 만들어 있다는 것을 잘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연애를,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다면 연애방법을 배우기 전에 먼저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애착이나 집착이 아닌)하는 법을 배우고, 나만 바라보던 시각을 돌려 상대방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갖는게 더 빠른 방법이 아닐까? 사랑을 하고 싶다면 먼저 자신이 사랑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된다면, 이 책에 나온 것처럼 의식적인 행동법칙을 몰라도 언젠가는 자신만을 위한, 포장된 모습이 아닌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줄 멋진 상대가 당신 앞에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