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는 신의 선물 - 위대한 바보학자의 위대한 바보예찬
무라카미 카즈오 지음, 이진주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요즘 세상에 ‘바보’라는 소리를 듣기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누구라도 자신을 바보라고 부르면 무척 화가 낼 것 같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요즘은 ‘바보’라는 말이 그리 귀에 거슬리지 않고, 자신을 스스로 ‘바보’라고 칭하는 사람도 있다. 아마도 김수환추기경의 자신에 대한 평가, ‘바보’,가 어느 사이엔가 바보란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 방향성 없이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옳다고 믿는 것을 실천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또 대부분 자신을 바보라고 칭하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사람들이고, 나름대로 성공한 사람들이니 겸손의 표시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필자도 가끔 바보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으로 봐서는 ‘바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바보는 어떤 사람인가? 오래전에는 머리가 나쁜, 아는 것이 없는, 일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칭한 말이었다고 기억되고, 그래서 바보는 더하기 빼기도 잘 하지 못하는 낙제점의 사람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전 국민을 대상을 한 의무교육이 거의 고등학교 수준까지 온 현 시점에서 글을 못 쓴다거나 더하기 빼기를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도리어 요즘 세상은 인터넷이란 요상한 정보통이 세상을 휘 집고 다니는 통에 누구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손쉽게 접할 수 있고(나쁜 것을 주로 보니 문제이긴 하지만) 세계가 하나가 되어 별의 별 이야기를 다 전달해주기 때문에 아는 것이 너무 많아 탈이 날 정도다.

어쩌면 이런 상황에서 이제 사람들은 많이 안다고 자랑하거나, 그런 지식을 이용해 자기 잇속만 채우는 사람을 ‘일반적인 현대인’이라 보고, 이들과 다른 사람들, 즉 마음이 순수하고 계산이 빠르지 않고, 상대방을 진정한 마음으로 대하며 공감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바보’라 칭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자신을 바보라고 칭한다. 그가 쓴 글을 보면 필자가 앞에서 한 말과 크게 차이가 없다. 연구를 할 때도 효율성보다는 자신에게 필요하다는 과정을 하나씩 풀어가는 모습, 빠름보다는 자신이 풀어야 한다는 과제만을 생각하며 천천히 한발자국씩 앞으로 나가는 자세를 보인 자신의 모습. 이를 두고 저자는 본인을 바보라고 칭한 것이다.

저자는 계산이 빠르고 상황판단이 뛰어나고 또 암기력이 뛰어난 상태의 정도를 떠나 바보의 핵심특징은 ‘낙관성’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는 머리 좋은 사람들의 특징, 즉 세상이나 사물에 대한 비판능력과 대비되는 상태로 효율성이나 세상의 평가보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능력을 말한다.

저자는 세상이 낙관적인 시각보다는 문제를 찾아내는 비판적인 시각을 더 우수한 것이라고 판단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주장한다. 세상을 부정적으로 봐서, 눈앞에 닥친 사항을 비판적으로 생각해서 자신에게 덕 될 것이 무엇이냐는 입장이다. 이런 점에서 필자도 저자의 생각에 100% 공감한다. 저자의 말을 보며 떠 오른 문장이 하나 있는데 필자의 방에 붙어 있는 표구다. ‘오늘 내 희망과 비전을 이루기 위해 정확히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나는 이 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이 일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일이 나에게 무슨 의미를 주는가?’ ‘내가 걱정해서 달라질 것은 무엇인가?’ ‘걱정대신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다. 특히 마지막 문장 두 개는 나에게 어려운 상황이 닥칠 때마다 항상 바라보며 되씹는 문장이다. ‘걱정한다고 달라질 게 무엇이 있는가?’ 누군가를 원망한다고 변할 것은 무엇이며, 두렵다고 도망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은 또 무엇인가? 어차피 내가 직접 해결하지 않은 한 누구도 대신 해결해 줄 수 없는 일을......

사실 우리가 뭔가를 걱정한다고 해서 안 될 일이 될 수만 있다면 밤새, 아니 몇날 며칠을  걱정해야 한다. 그러나 걱정만 한다고 해서 될 일은 없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열심히 모색하여 무엇이든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시크릿] 류의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가만히 앉아 문제가 해결될 것만 상상한다면 아무 것도 이뤄질 것은 없다. 아마도 저자의 바보예찬론은 이와 같은 바보의 낙관적인 태도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 같다.

내 앞에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완벽하게 처리한 후 그 결과를 기다린다. 그러다 안 되면? 운이 따라주지 않은 것이고, 그 일은 자신에게 적합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된다. 세상에 오직 하나, 그 일만이 내가 세상에 태어나 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나도 바보가 되고 싶다. 일이 생기면 왜 생겼는지 문제만 뒤적거리다가 세월 보내는 천재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고 그 후는 하늘에 맡기는 바보가 되고 싶다. 그러다보면 마지막 날,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최소한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최선을 다해 살았기 때문이다. 이게 바보의 행복 같고, 저자의 핵심메시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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