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파워 - 스토리, 감성, 꿈의 키워드가 들끓는 이 시대의 경쟁력!
황인선 지음 / 팜파스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세상이 점점 더 인간다워지는 것일까? 아니면 앞만 보고 달려가던 발전의 동력이 서서히 식어가는 것일까? 요즘 세상의 화두는 인간다움이고,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감성에 대한 얘기다. 창의력도 과거와 같은 논리성의 결과가 아닌 인간 본연의 감성에서 출발하고, 남다름도 자신의 숨겨진 모습을 찾을 때 가능하다는 말이 대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감성을 얘기하면서도 중요한 것 한 가지를 잊고 있는데, 감성은 인간의 본능과도 같은 것이고, 본능적인 가치는 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짧은 치마에 대한 혐오감, 동성연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살이 찐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 사회가 인정하는 문화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는 사람의 삶을 이해할 수 없고, 사람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면 기업들이 그토록 부르짖는 ‘소비자를 위한, 소비자의’와 같은 말들은 한낱 구호에 불과한 단어가 되고 만다.

<컬처파워>. 이 책은 참 묘한 책 같다. 처음 몇 페이지를 넘길 때는 ‘책을 괜히 보려 했나?’하는 후회감이 앞섰는데, 한 장씩 페이지를 넘기다보니 결국엔 끝까지 꼼꼼히 보게 된 책이다.

일반적으로 책 한권을 볼 때 그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책을 보다가 접어놓고 다시 보고, 또 다른 일을 하다가 책을 보게 되는데, 이때 책의 앞 내용을 많이 잊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앞의 내용을 다시 상기하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읽어 온, 그러다보니 다른 책보다 끝까지 읽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 책이다. 물론 이렇게 책을 읽은 것은 책 내용이 그만큼 가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고, 더욱이 저자의 문화 사랑이 마음에 깊이 와 닿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 중에 기억하고 싶은 내용은 ‘기업이 문화를 활용하는 방법’, ‘저자가 문화를 이해하는 시각’, 그리고 ‘한국 문화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이 중에서 마지막 부분은 글로 간단히 표현하기는 어렵기에 서평에서는 제외하고, 앞의 두 부분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저자는 기업과 문화와의 관계를 네 개의 국면으로 나누고 있다. 이는 크게 두 개의 축, 하나는 문화를 어느 정도나 표현하는 가의 정도에 따라, 또 하나는 문화와 기업의 일관성이라고 할까. 문화의식과 이를 구현하는 정도가 기업 전체에 어느 정도나 자리 잡았는지에 따라 구분한 축이다. 이 축을 통해 저자는 겉모습은 문화를 적극 지원하고, 활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업 자체와는 연관성이 떨어지는 인형단계, 기업의 상품개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테카르트(Technology+Art)단계, 기업이 구현하는 문화의 정도는 낮지만 이를 대중적으로 확산하는 사랑방단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화 자체가 기업의 경영이념이자 가치인 산타크로스단계로 나누고 있다.

저자는 기업이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에도 순서가 있는데 처음부터 문화를 기업운영 전반에 도입하기는 어렵고, 순차적으로 문화 활용에 따른 결과를 봐 가면서 도입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이 흉내만 내는 인형단계에서 문화를 상품개발에 직접적으로 연관시키는 테카르트단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산타크로스 단계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집중적으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테카르트단계(문화와 상품개발이 하나도 된 단계)에서의 이동인데 이 단계는 문화적인 측면이 강하게 부각됨으로써 최종목표지 같지만, 대중적인 면이 약하기에 이를 확산하기 위한 사랑방단계로 넘어갈 수 밖에 없게 되고 이런 과정을 통해 기업 자체가 서서히 문화에 동화됨으로써 최종적으로 나눔과 봉사 그 자체는 산타크로스 단계로 이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 내용을 어떻게 볼지 모르겠지만 필자 입장에서는 매우 설득력 있는 논리가 아닐까 싶다.

두 번째로 저자의 문화에 대한 시각 중에서 기억해 둬야 할 것은 문화와 수익, 돈, 자본 간의 관계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문화를 신성한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요즘은 일반화되었지만, 고궁에서 음악회를 하는 것, 궁중악기를 개량해서 현대음악을 연주하는 것, 창을 외국음악 풍으로 변조해서 부르는 것 등은 매우 불손한 태도라 생각했고, 또  기업의 문화적인 활동이 돈을 번다면 이는 문화를 악용한, 즉 돈에 미친 기업처럼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는 문화는 자본과 떨어져서는 발전할 수 없고, 자본 역시 문화의 힘없이는 지속가능하지 않기에 문화발전을 위해서는 누군가 문화를 활용함으로써 떳떳하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니 기업에서 문화 활동이나 문화적인 측면을 활용하고자 할 때는 이를 통해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한 후 진행하라고까지 말 한다. 기업의 문화지원활동은 효과가 있을 때만이, 즉 기업에 이득이 돌아올 수 있을 때만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문화 활동 안에 경제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발톱(저자의 표현)’을 함께 넣어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화. 먹고 살기 힘들 때 이런 얘기를 하면 욕먹기 십상이다.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벅찬 상황에서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 말이다. 그러나 요즘은 ‘절대빈곤’이란 상황에서 벗어난, 하루 세끼를 먹는 것보다 어떻게 먹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때 우리는 단순한 편리함보다 내 마음과 정신적인 측면도 함께 충족시킬 수 았는 무엇인가를 원하게 되고, 이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문화를 활용하는 것이다. 문화 속에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원하는 그 무엇인가가 들어있어 우리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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