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돈 자유 - 대한민국을 재창조한 베이비붐 세대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송양민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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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머리말을 보면 베이비부모의 현 모습, 즉 2010년대로 들어오면서 베이비부머들이 55세 정년퇴직을 맞는 시점이 되었다는 말과 함께 이로 인해 베이비붐세대를 조명하는 신문기사와 방송 특집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1955년(6.25사변이 끝나고 헤어졌던 가족들이 다시 만나 가족을 꾸려가는 시기)부터 1964년까지의 10년 동안 당시 태어난 숫자는 거의 일천만을 넘는 숫자이지만 현재 생존하는 베이비부머는 712만명 정도다.

이들이 걸어온 길은 책 앞 쪽에 삽입되어 있는 사진만 봐도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들을 보다보면 필자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려온다. 1958년생이기에 이들 중 앞 선 세대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저개발국으로서의 서러움과 이를 악물고 가난을 이겨내겠다는 집념의 시절, 그리고 독재타도라는 자유를 향한 절규의 모습이 뒤섞인, 요즘 세계뉴스를 보면 후진국과 선진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모습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어린 시절, 먹을 게 없어 동회 앞에서 프라스틱 그릇을 들고 쌀을 따 먹던 기억, 초등학교(당시는 초등학교라고 불렀다) 학생이 너무 많아 오전, 오후반으로 나눠 수업하던 기억, 학교에서 나눠주는 옥수수 빵 하나 더 얻으려고 난리치던 기억, 좋은 중학교 들어가야 좋은 고등학교 가고, 그래야 명문대학 들어간다는 선생님, 부모님 잔소리에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딴 생각만 하던 기억, 하지만 순간 뺑뺑이로 학교 배정받아 가던 기억 등이다.

그러나 대학생이 된 다음부터 겪은 인생살이가 진짜 재미있는데 박정희대통령의 암살, 이에 따라 군대비상, 학교에 돌아오니 하루하루 데모한답시고 마스크하고 돌 던지던 모습, 밤 12시 통행금지 해제로 신나게 놀던 기억 등 가난을 끌어안고 살던 나라에서 한편으로는 미국의 대륙 자본주의의 맛을 보지만 또 한 세상에서는 군인들이 쥐고 흔드는 묘한 세상이었다. 당시에는 서울대학교 위에 육사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면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데 이유는 이 세대들이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냈고, 이들이 벌어들인 달러로 오늘의 우리 자식들이 먹는 것만큼은 걱정 없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에게(대학생을 포함해서) 물어보라. 필요한 게 무엇인지, 또 먹고 싶은 건 없는지 말이다. 아마도 지금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좋은...‘것을 구입하겠다는 말은 해도 특별히 필요한 게 뭔지는 잘 모를 것이다. 그 비싼 휴대폰의 수명을 3개월로 만들어 버리는 세대이니 말이다.

베이비붐세대의 특징이라고 하면 성장 속에서 살았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후퇴 없는 전진, 오늘보다 내일이 당연히 더 나아질 것이고, 모레는 우리가 평소 생각지 못한 세상이 올 것이란 희망 속에서 살았다. 경제적인 조건도, 문화적인 가치도 항상 나아지리라는 기대 속에서 살았고, 또 실젤 그렇게 되었다. 아마도 이 세대들이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것은 도전할만한 대상이 있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선진국이 되는 것, 국위를 선양하는 것, 배부르게 먹고 사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제 세상이 변해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갔다. 남에게 의존하던 과거의 모습은 더 이상 우리에게서 찾아볼 수 없고, 세상은 우리에게 가난한 나라를 도우고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라고 요청하는 상황이다. 얼마전에도 유엔사무총장이 우리나라가 너무 다른 나라를 도와주는 데 인색하다는 말을 할 정도다.

이런 세상에서 베이비붐세대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젊은 시절, 최소한 직장 걱정은 없었던 세대, 직장에 들어가서 충성을 다해 열심히 일하면 평생을 책임져 줄 것 같은 기업이 있었던 세대였지만, IMF이후 구조조정이란 명분하에 수많은 베이비붐세대들이 길거리에 나 앉았다. 과거에는 후퇴한다는 것 자체를 용납하지 않던 세대이기에 일거리가 없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고, 그래서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채 말이다.

이제 베이비붐세대는 인생기로에 서 있다. 젊음과 아니고 노인도 아닌 모습, 쉬면서 인생을 마감하기에는 힘이 넘치지만 막상 그 힘을 써 먹을 곳은 많지 않은 상황, 이런 세상 속에서 자식과는 거리를 둔 채 혼자 살아남아야 하는 처지 속에서 나름대로 삶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그 누구도 살아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에서의 삶을 어떻게 그려볼 수 있을지. 게다가 이들이 나이든 후 국가가 제공하는 서비스비용을 누군가는 제공해야 하는 데 이것을 누가 처리해야 할지. 베이비붐세대들이 일하느라 바빠, 자기 삶을 사느라 바빠 아이 낳는 것을 제한하다보니, 게다가 정부까지, 숫자도 별로 많지 않은 후세대, 즉 우리 아이들뿐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베이비붐세대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이들이 이룩한 게 무엇인지, 그런 결과를 어떻게 향유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고, 동시에 이들의 현 주소 역시 확인할 수 있다. 저자 자신이 바로 베이붐세대이기에 동년배들이 입장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에 문장 하나도 서툴게 쓰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동안 대한민국의 힘을 지탱해왔던 이들이 세상에서 한 명씩 후퇴하는 동안 누가 그 공간을 채울 것이며, 어떻게 채워야 하는가? 저자는 이에 대한 답변을 책의 뒤 부분에 정리해 놨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년이 된 베이비붐세대의 자립이고, 후세대를 위한 일자리 만들기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책을 덮은 순간 베이비붐세대의 한 명으로써 그리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책 내용이 마치 곧 쫓겨 날 세상에서 지난 삶을 잘 마무리하라는 것 같기 때문이다. 사실임에 틀림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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