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을 코에 감은 코끼리, 행복을 찾아나서다 - 고대의 지혜와 긍정심리학이 검증한 행복의 가설
조너선 헤이트 지음, 권오열 옮김, 문용린 감수 / 물푸레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머리말을 읽어보면 기가 죽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오랜 기간 동안 행복과 인간 삶에 대해 언급된 내용들을, 그것도 동.서양을 막론한 다양한 논리들을 종합했다는 말을 던짐으로써 책장을 넘기는데 부담을 준다. 평소 지식에 관심 많은 사람들은 호기심이 발동하겠지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책 내용이 어렵다는 말은 아니다. 책에서 소개한 내용의 대부분이 우리들에게 익숙한 내용들이라 책에 담긴 여러 분야의 사례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가진 지식이 대단해서라 아니라 동양 문화권에서는 너무나도 익숙한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책에 나온 다채로운 내용들을 보며 ‘와~ 대단하네“라고 소리친 사람들은 동양인이 아닌 서양 사람들일 것 같다. 그들에게는 조금 낮설은 얘기들이 아니니까 말이다.

저자는 행복에 대해 느낌이 아닌, 관계라고 말한다. 나를 중심으로 나와 또 다른 나와의 관계, 나와 너와의 관계, 나와 우리와의 관계, 그리고 나와 나보다 더 큰 절대적인 존재와의 원만한 관계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즉 행복이란 내면의 문제만도, 외부환경으로 결정되는 것도 아닌 내부와 외부 모두의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그리고 저자는 이를 한 번 더 구체적으로 정의하는데,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사랑’과 ‘일’과 절대적인 존재와의 관계를 통해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규정짓는다.

저자의 시각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기수와 코끼리’로 구성된 ‘나’라는 개인의 모습이다. 코끼리는 우리가 평소 인식하지 못하지만 인간의 사고와 가치, 행동을 이끌어가는 감성(또는 감정적인 부분)이고, 기수는 인류의 진화과정 속에서 가장 최근에 생긴, 최근이라고 해도 거의 만년 단위의 시간이지만, 전두엽의 주 기능인 ‘이성’을 의미한다. 즉 코끼리는 동물적인 요소를 그대로 지닌 본능에 가까운 내 모습이고, 기수는 주변 상황과 환경을 조사, 분석하고 더하고 빼고, 앞뒤좌우를 계산하는 이성의 모습이다.

이 부분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감정의 중요성이다. 그는 우리가 평소 판단하는 모든 것을 이성의 힘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이성은 내 앞에 놓인 사물, 사실, 상황의 득실을 계산할 수 있을 뿐이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감정이다. 즉 이성은 단순한 계산기일 뿐이라는 말이다.

한 예로 간질병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두뇌의 한 부분(사고, 판단하는 기능부분)을 제거한 경우, 간질병 증상은 눈에 띄게 완화되었지만 반대로 그 사람은 어떤 것도 결정하지 못한다. 저자는 이와 같은 실험 자료를 제시하며, 실제 우리가 뭔가를 선택하려면 원하는 게 있어야 하는데 원하는 것이 없는 경우에는 어떤 행동도 결정도 할 수 없고, 이에 따른 행동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서 감정이란 ‘원한다’ ‘좋아한다’ '싫어한다‘ ’선호한다‘는 느낌의 모든 것이다.

결국 감정이 없으면 이를 해소하기 위한 행동이 일어날 이유가 없고, 행동할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는 계산 자체가, 설사 정밀하게 득실을 계산했다손 치더라도,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항상 뭔가를 결정하고 자신의 행복을 추구한다고 할 때 감정적인 부분,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은 무시한 채고 이성만을 중시하며 세상을 바라본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잘하고 싶고, 나아지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는 본질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머리로는 득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몸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바로 우리에게 편하고, 좋은 쪽으로 움직이겠다는 감정적인 면, 저자의 말로는 코끼리를 통제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전체 줄거리는 우선 인간의 불합리적이고 비대칭적인 면을 전제로, 이 둘을 어떻게 균형 잡히게 할 것인가를 정리했다. 즉 인간은 거대한 몸집인 코끼리와 작지만 코끼리 위에 올라탄 기수를 합친 모습이다. 그러나 이때 기수는 코끼리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아니 가끔 통제하기도 하지만, 코끼리가 움직이는 방향에 대한 당위성을 만들고, 이를 자신과 외부에 전달하는 대변인의 모습이다. 따라서 코끼리를 움직이려면 코끼리가 어떤 존재이며, 이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행복론, 인간론은 이성을 강조함으로써 코끼리의 존재를 불합리하고 나약한 동물적인 요소로 규정지었고, 이와 같은 구조가 인간의 본질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들었다. 따라서 행복을 찾기 위한 가장 급선무는 그 동안 알고 있었던, 잘못된 인간모습과 행복에 대한 논리부터 규명해야 하며, 그러한 상황에서 진정한 인간행복을 논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이 책을 보다보면 그 동안 여러 책에서 봐 왔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순간순간 생각난다. 긍정심리학에 대한 내용, 뇌 과학에 대한 내용, 자기계발에서 나오는 ‘하면 된다’식의 내용, 시크릿류의 ‘믿는대로 이뤄진다’는 내용, 게다가 행복한 나라는 따로 있다는 묘한 주제의 책 내용도 함께 떠 오른다. 

행복이 무엇인지 단순하게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책을 한번 읽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다양한 내용은 그 만큼 초점을 흐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독자들에게는 두세 번 읽기를 권한다. 참고자료가 많다보니 가끔 길을 잃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행복에 대해 손에 잡힐 수 있도록 정의하고 싶거나 기존에 나온 결과들을 일목요연하게 만들어 보고 싶다는 독자, 또 평소 행복이란 주제를 강의하고 싶었던 독자라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 동안 알고 있었던 행복론에 대한 내용들이 행복을 찾아가는 전체 여정 중에서 어느 부분에 속하는 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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