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3.0 시대의 스마트 비즈니스 전략
김영한.류재운 지음 / 살림Biz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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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3.0시대의 스마트 비즈니스전략’이란 제목을 보면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 것이라 기대되는가. 아마도 새로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아니면 남보다 앞설 수 있는 실속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설명하는 것을 연상하기 쉽다.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신시장에서의 생존전략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기존의 비즈니스모델의 문제점과 한계를 설명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신전략이야기보다는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다. 책 제목이야 출판사가 정하는 것이니 뭐라 할 수는 없겠지만 서문을 읽고 본문을 한 장 한 장 넘기 조금 속은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스티브 잡스에 대한 책이 시중에 무척 많다. 그런 종류의 책을 읽어보면 스티브 잡스의 어린 시절부터 애플에서 쫒겨 나던 때의 상황, 그리고 픽사와 함께 개선장군으로 다시 애플에 컴백한 후 아이팟으로 시작한 제 2의 삶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책들이 스티브 잡스의 고집, 미를 추구하는 악착스러움,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을 만족시키려는 애착 등 그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골고루 보여 준다. 이런 책들을 보면 애플의 승리는 스티브 잡스에 기인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의 장점은 곧 그의 단점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저자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기존에 나와 있는 애플에 대한 내용을 요약한 책 같다. 스티브 잡스에 대한 이야기에서 아이팟과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애플의 상품 전략과 철학, 그리고 애플을 움직이는 경영자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기존에 나와 있는 내용들을 한 권으로 정리했다. 따라서 그 동안 애플에 대한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보고 스티브 잡스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군더더기 없이 핵심적인 사항만 정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그 회사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책을 뭐라고 평가해야 할까. 경영, 마케팅 분야의 책을 저자 자서전이나 에세이처럼 쓴 책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기존에 나온 내용들을 한번 정리하고 싶어 쓴 원고들을 책으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서 출간한 것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책 내용을 뭐라고 규정하기 어렵다. 애플에 대한 정보를 얻기에는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들이고, 기존에 나온 책과는 다른, 스마트한 비즈니스전략이 무엇인지 알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물론 기존자료를 재분석하여 요약, 정리하는 게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요즘처럼 정보가 넘치고 넘치는 세상에서는 쓰레기 같은 자료는 버리고 알짜 정보만 취사선택해야 할 필요성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고, 이럴 때 기존 자료를 재분석, 요약정리해 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렇다 해도 이 책은 책 제목과 내용이 잘 맞지 않고, 중복된 내용이 너무 많다. 내용은 애플에 대한 이야기 하나이면서 제목에는 애플의 ‘애’자도 들어가 있지 않고, 반복된 내용을 제외시키면 전체 페이지의 30% 정도는 삭제해도 될 것 같다. 책이 성의 없어 보인다.

다만 이 책을 보면서 눈여겨본 것은 저자의 글 솜씨다. 경영, 마케팅 관련 책답지 않게 감성적인 표현을 많이 활용했고, 일반 역사나 신화에서 볼 수 있는 예를 통해 저자의 강조점을 쉽게 알 수 있게 표현했다. 그러다보니 에세이같은 느낌이 들어 읽기 편한 면도 있다. 요즘처럼 감성을 중요시 여기는 세상에서는 경영, 마케팅 책이라고 해도 구지 전문용어만을 사용하면서 ‘나는 전문가요’라고 외치는 게 더 이상할 것 같다. 혹시 경영, 마케팅 관련 글을 쓰고 있는, 또 앞으로 쓸 사람이라면 저자의 글 솜씨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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