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킹 우드스탁
엘리엇 타이버.톰 몬테 지음, 성문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자서전적인 책이면서도 소설 같은 책. 실제 인물이 자신의 이야기를 쓴 것이기에 자서전이지만 소설처럼 다채롭고 흥미로운 인간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이런 책을 그 동안 문학동네를 통해 여러 편 본 것 같다. 주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현재와 과거 이야기를 오가는 동안 어떤 때는 웃기도 하고 어떤 때는 가슴 아파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책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다보면 도중에 책을 덮을 수가 없다. 이 책도 점심 먹고 나서 읽기 시작해서 저녁 먹기 전까지 다 읽었다. 중간에 책읽기를 그만두면 그 동안 보면서 느꼈던 책에 분위기가 사라질 것 같아서 말이다.

저자는 과거 1960년대 미국사회에서 최하층 대우를 받던 동성연애자다. 남자이니 게이다. 물론 지금도 이들을 정상적으로 바라보지는 않지만, 당시에는 경찰에게는 공공의 적처럼, 도둑질한 사람조차도 보호받던 시절에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던 사람들이었다. 누구에게 맞아도, 소매치기를 당해도 이들은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괜히 경찰에 신고해봐야 게이라는 게 들통 나면 도리어 얻어맞기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도 사랑을 원하고, 자신과 함께 할 누군가를 찾고 있다. 단지 그게 세상 통념과는 다른 동성이라는 것뿐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져 있는데, 초반은 저자가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알고 그때부터 성적인 문제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그 과정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게이라는 삶 자체가 그들에게 준 상처와 아픔은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이고, 후반부터는 우연히 알게 된 마이클 랭이란 사람을 통해 망해가는 자신과 부모님의 모텔에 우드스탁 훼스티발을 유치함으로써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과 이를 통해 저자가 새롭게 알게 된 자신에 대한 정체성과 자신감에 대한 내용이다.

솔직히 전반부를 읽을 때는 썩 유쾌한 느낌은 아니었다. 나도 동성연애자들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고, 아무리 책이라 해도 평소 게이나 레스비언에 대한 편견을 버리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로 인해 고통을 겪었고, 삶이 뒤죽박죽되었다한들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겠는가 하는 생각만 들었다. 다만, 예전에 알게 된 동성연애자의 뇌구조에 대한 지식이 이러한 편견을 조금 줄여줄 뿐이었다.

인간의 뇌는 육체보다 뒤에 발달한다. 엄마 뱃속에서 정자와 난자가 합쳐지면 우선 남성과 여성에 따른 육체가 만들어지고, 그 후 남성과 여성에 맞는 뇌구조가 발생하게 되는데 동성애자들은 대부분 육체는 이미 성적으로 결정된 상태에서 뇌가 그 모습에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이 말은 이들의 성적인 결정은 후천적인 것보다는 바로 부모의 책임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이들로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운명,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어떻게 손가락질하며 욕할 수 있겠는가!

후반의 내용은 무척 박진감이 있다. 우드스탁이란 반전, 평화, 평등, 자유 등을 기치로 삼은 음악페스티벌을 개최하는 과정 속에서 저자와 우드스탁 페스티벌 실무진들이 겪은 이야기인데, 이 페스티벌은 미국사회에서 경계하던 히피, 마약중독자 같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이다 보니 개최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이와 같은 편견과 질시를 깨고 페스티벌 개최를 위해 고민하는 모습에서 ‘멋진 삶이란 이런 것이구나’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저자의 글 솜씨가 좋아서 책을 읽는 동안 내가 바로 그 자리에 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우드스탁이 개최되는 농장, 저자가 운영하는 모텔, 사람들이 모여드는 15번가 국도, 마약에 취해 쓰려져 있는 사람들의 모습, 이를 반대하기 위해 데모하는 주민들,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대략 50만 명 정도) 모이자 그들이 먹을 물과 식량을 구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저자와 스탭들, 또 이를 이용하려 불나방처럼 모여드는 사기꾼들을 물리치는 모습 등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하지만 뭐라 한마디로 설명하긴 어려운 책이다. 앞에서 얘기한 대로 처음에는 저자의 성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다 어느 새 우드스탁페스티벌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다보니 언제부터 내가 눈시울이 뜨거워졌는지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책을 덮은 후 느낌은 ‘아! 사람은 누구나 변할 수 있구나. 그리고 그런 변화는 우연을 가장해 찾아오는구나. 나도 이런 삶을 살아봤으면.....“이다. 게이의 삶 말고, 후반부에 나오는 저자의 모습처럼 뭔가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믿고 전력투구하는 삶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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