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 VS 마케터 - 화성에서 온 경영자 금성에서 온 마케터, 그 시각차와 해법
알 리스 & 로라 리스 지음, 최기철.이장우 옮김 / 흐름출판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마케팅. 얼마 전부터 너무나도 중요해서 특정 마케팅부서에만 맡겨둘 수 없다고 말하는 분야이며, 어떤 사람은 이제 전 사원이 마케팅요원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신입사원 채용공고에 나온 마케팅담당자 채용내용을 보면 대부분 판매직을 뽑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말이 틀린 건 아니다. 기업의 목표는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고, 수익 창출은 상품 판매에서 비롯되기에 모든 기업 활동은 판매이고, 판매는 마케팅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한 가지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것인데 판매 자체가 마케팅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케팅의 임무는 전략공군이자 포병이지 보병은 아니다.

경영분야에서 가장 재미있고 활기찬 분야가 마케팅이다. 이는 논리보다는 실전적이고, 이론분석보다는 현장에 근거한 사례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일한 개념을 갖고 서로 다르게 바라보는 분야가 있는데, 저자는 바로 경영자와 마케팅담당자 간의 시각이라고 한다. 기업의 동일한 목적을 지향하는 두 개의 역할이지만 접근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 목차 첫 부분에서 “경영자는 현실을 다룬다. 마케팅 분야는 인식을 다룬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은 경영자는 사업의 결과, 매출액, 주가, 이익률 등의 수치와 현상을 중점적으로 바라보지만, 마케터들은 이와 같은 결과를 초래한 소비자의 의식, 즉 자사상품에 대한  인지도, 지명도, 신뢰도, 차별성 등에 대한 것을 다룬다는 의미다. 어찌 보면 간단한 말 같지만 이와 같은 두 가지 개념의 차이는 책 서문에 나온 대로 화성인과 금성인 간의 시각차이일지도 모른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경영자, 즉 좌뇌적인 판단을 중심으로 하는 사람들은 ‘좋은 상품은 덜 좋은 상품보다 더 많이 팔린다’는 가정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상품매출이 떨어지거나 시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상품 그 자체를 갖고 문제 삼는다. 질적인 면에서 경쟁사 것보다 못하다거나, 소비자의 이용 상황을 제대로 반영해 불편하게 만들었다거나, 아니면 개발 자체(Recipe)에 문제가 있다는 식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을 둘려보면 이와 같은 발상이 무척 위험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제품의 질이 엇비슷해진 세상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코카콜라는 펩시콜라보다 더 많이 팔린다. 코카콜라가 펩시콜라보다 더 질이 좋은가? 삼성전자 제품이 LG전자 것보다 더 많이 팔린다. 삼성제품이 LG것보다 질적으로 우수한가? 애플의 아이팟이 기존 MP3상품들을 초토화시켰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팟의 품질이 여타 상품들보다 월등히 좋은가?

구지 남의 말 들을 것 없이 우리가 사용하는 상품을 들여다보면 한 가지 분명히 알 수 있는 게 있는데, 바로 우리가 사용하고, 구매하는 많은 상품들이 우리가 구매하지 않은 상품보다 품질이 더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그곳을 구매했는가? 이유는 구매자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뭐라고 대답은 하겠지만 그 말이 진실인가? 재미있는 것은 소비자 자신도 시장에 나온 많은 상품들을 직접 써보고 비교해 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그럴 이유도 없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이유는 단 한 가지. ‘그게 좋은 것 같으니까’이며, 이것이 바로 ‘진실’과는 거리가 있는 ‘인식’의 차이다. 바로 마케터가 소비자의 머리에 심어놓은. (아마도 이런 마케터의 역할 때문에 세스 고딘은 이들을 새빨간 거짓말쟁이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진짜 거짓말쟁이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저자의 말, 마케터는 ‘인식’에 중점을 둔다는 말은 바로 이런 말이다.

사람들은 좋은 상품을 찾고 구매자 스스로도 자신이 다른 것보다 더 좋은 상품을 구매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그 판단은 근거가 희박할뿐더러 어떤 경우에는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구매의 문제는 ‘인식’의 문제이며, 바로 마케팅에서 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다.

나는 알 리스의 책을 많이 읽었다. 그리고 언제 읽어도 속 후련하게 시장을 설명하고 마케팅의 핵심을 알려주는 그의 필력과 지력에 감탄한다. 이번 책도 역시 저자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저자는 이 책의 내용을 경영자와 마케터라고 규정했지만, 나는 저자가 조금 고상하게 표현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봤다. 이와 같은 현실과 인식 간의 개념차이는 구지 경영자까지 거론할 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 ‘마케팅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차이라고 해서 별 문제는 없으리라 본다.

책을 덮으면서 한 마디, ‘역시 알 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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