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참을 수 없이 궁금한 마음의 미스터리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말콤 글래드웰. 세계적인 저자라고 하지만 내가 저자의 책을 처음 본 것은 ‘티핑포인트’였다.(이게 처음 책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쨋든 그 책을 보면서 느낌은 ‘와.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가 있지?’ 하는 감탄 그 자체였다. 잘 어울리지 않는 소소한 내용들을 교묘하게 짜 맞춰 평소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들을 무너뜨리는, 재미있으면서도 날카로운 내용들로 짜여진 책이었다.

예전에 할머니가 “옛날 예전에...”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듯이 왠지 모르게 끌리는 이야기체로 세상의 시선을 완전히 바꿔놓은 책. 남들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내용들을 그렇지 않다고 딱 잘라 말하면서도 뭐라고 반박하기 어려운 내용 구성. 책을 읽으면서 ‘과연 천재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나가다가 저자를 만나면, 책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저자의 사진을 보면 이 사람이 글을 잘 쓰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 같다. 저자 모습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뻥튀기한 것 같은 머리, 그 속에 파묻힌 조그마한 얼굴(머리칼이 커서 얼굴이 작아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모습 속에서 세계인들이 혀를 차는 글을 쓸 것 같은 인상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티핑포인트’를 보고 느낀 소감은 곧 이어 나온 ‘블링크’에서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일반사람들은 오랜 시간 고민하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하지만 저자는 ‘그건 웃긴 소리야’ 라고 말하며 어디서 들어보지도 못한 요상한 사례들을 독자에게 내던진다. 심리학자의 실험실, 살인사건 등 말이다. 내용을 읽다보면 이 친구는 도대체 어디서 이런 자료를 구하는 거지 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고, 상상도 못한 글감을 모아 예상도 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저자의 글 솜씨에 혀를 찰 뿐이었다.

그리고 최근에 나온 ‘아웃라이어’. 결론은 무척 간단하지만 이와 같은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저자가 사용한 글감은 역시 감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사람, 조직, 게다가 중국의 구석에 있는 농토에 대한 이야기까지 세상 구석구석을 파헤쳐 ‘내 말이 맞다’고 주장하는 저자에게 두 손 다 들고 말았다. 물론 결론을 갖고 트집 잡으려면 얼마든지 문제 삼을 수 있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저자의 결론보다는 글 솜씨였으니 그런 건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내가 이 책,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를 꼭 봐야겠다고 한 이유는 저자가 글 쓰는 패턴을 알고 싶어서였다. 바로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나도 저자처럼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딱딱한 글은 이제 사람들이 보지도 않는 세상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만이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감성중심의 세상에서 저자 같은 글 솜씨는 배우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요즘처럼 복잡하고 바쁘디 바쁜 세상에서 누가 이야기처럼 재미있는 글이 있는데 구지 딱딱한 글을 읽고 앉아있겠는가. 동일한 결론을 얻을 수 있는 책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앞에서 언급한 책들과는 달리 그리 재미있지는 않았다. 뭐라고 할까. 결과를 이끌어 낸 글감이 조금 적어서였을까. 전에 봤던 책처럼 하나의 주제를 갖고 종횡무진으로 달려가던 내용에서 느꼈던 긴박감이나 호기심은 덜했다. 앞의 몇 줄 내용을 읽으면 뒤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예상할 수 있었고, 저자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한 내용들도 특정의 몇 가지 내용을 갖고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어쨌든 단편의 심심함을 그대로 느꼈다.

말콤 글래드웰. 나는 저자의 책을 볼 때마다 항상 궁금한 것은 그가 소재를 선택하는 방법과 글감을 고르는 법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도 그 내용에 대해서는 답을 얻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는 서문에서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면서, 자주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대답은 해 주지 않는다. 그저 이곳저곳에서 듣는 말을 토대로, 귀를 항상 열어놓고 세상의 관심거리가 무엇인지 찾고자 한다는 것 정도였다. 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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