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의 전략 - 새로운 차원의 디지털 혁명이 온다
최용석 지음 / 아라크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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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플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주가가 치솟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 경쟁사들도 숨죽이고 애플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물론 회사 내부에서는 애플타도를 외치며 매일같이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겠지만 말이다. 애플이 이토록 강력하게 시장을 이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애플의 성공은 과거 마아크로소프트와의 싸움에서 배웠는지도 모른다. 당시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에게 ‘OS의 표준화’라는 측면에서 완패했다. 그리고 지금, 애플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기능강화보다는 편리성에 기반을 둔 표준화라는 내세우며 나가고 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의 플랫폼 표준화 같은 것이다.

예전에 애플의 컴퓨터는 자신들만을 위한 컴퓨터였다. 자사가 개발한 OS를 기반으로 거기에 걸 맞는 애플리케이션, 게다가 윈도우즈와의 연계성은 거의 없는 폐쇄된 모델이었다. 이 회사의 초기모델은 컴퓨터 자체를 업그레이드시키지도 못했다. 물론 그만큼 안정성은 뛰어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업모델은 애플에 대한 고객 충성도는 최고조에 달하도록 만들었지만, 세계적인 표준모델을 구성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컴퓨터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이 애플 하나만을 보고 상품을 개발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했을 때 애플의 사업전략은 달라졌다. 그들의 모델이자 목표는 애플만의 폐쇄된 제국이 아니라, 수많은 소비자가 원하는 작은 시장, 하지만 이미 검증된 시장에 신속하게 자리 잡고, 이를 기반으로 자사의 사업모델을 세계적인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에서 유효한 방법은 새롭고 놀라운 것을 만들기보다 이미 검증된 시장을 향해, 남들이 실패한 시장에서 비즈니스모델을 바꿔 새롭게 진입하는 것이다. 다만 그것들이 소비자 눈에 새롭게 보이는 이유는 평소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넵스터의 몰락 후 무료음원다운로드 사업의 모델을 과감하게 유로화로 전환하여 시장에 들어간 것으로 이미 검증된 시장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시장이지만 수익성 문제로 돈벌이가 안 되는 시장 같은 것이다.

듣지 않아도 되는 음악이 들어있는 비싼 레코드 한 장을 사지 않으려는 소비자, 자신이 원하는 곡만 저렴하게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 언제 어디서든지 원할 때 들을 수 있는 음악,  이러한 욕구의 수요는 이미 입증된 모델이다. 다만 가격과 이로 인한 수익문제, 즉 어떻게 하면 기존의 무료서비스를 유료화 할 것인가 만이 문제였던 시장이다. (다른 기업들은 이미 포기한 시장으로, 이들은 무료서비스를 어떻게 유료화할 지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아이템. 과연 이런 것이 따로 있을까? 물론 없지는 않겠지만 아무리 ‘황금알 낳는 거위’ 같은 시장이라 해도 결국 사업의 승패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원하는 가격’으로 ‘원하는 만큼 제공’해야 한다는 말에는 변함이 없다.

애플의 변신은 없는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창출해 낸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최고의 수준으로 만들었고, 이미 있는 최고수준의 상품과 서비스의 사업영역을 하나씩 확대, 변형시킨 것뿐이다. 이와 유사한 것을 하나 들자면 세계적인 호텔체인인 메리어트호텔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처음에 맥주와 샌드위치를 파는 ‘핫숍’이라는 조그마한 식당에서 출발했다. 당시 경영자인 메리어트 1세는 저렴한 가격은 물론이고 전 종업원에서 하얀색 와이셔츠와 나비넥타이를 매게 했다. 조그마한 식당에서 말이다.

그리고 이 가게가 번창하자 곧 그는 운전자를 위한 드라이브인 레스토랑을 만들었고, 이것이 성공하자 비행기 기내식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운전자가 먹을 식사나 비행기 승객이 먹을 식사가 비슷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사업을 위해 기내식 공장을 만들었고 곧 마이애미 인근항공사에서 이스턴 항공, 아메리카항공, 캐피탈 항공 등 다양한 항공사에 기내식을 제공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업 확장을 기반으로 호텔레저산업으로 변신하게 된다. 그들이 갖고 있는 서비스에 잠잘 곳만 추가하면 되니까 말이다. 조그마한 식당에서 세계적인 호텔체인으로 변신. 연결고리가 그려지는가?

필자는 애플의 변신이 스티브 잡스가 아이팟을 개발할 당시부터 전략적으로 구상한 것인지, 아니면 아이팟이 성공하자 이를 기반으로 사업영역을 확대시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애플은 무엇을 만들던지 간에 항상 최고의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자신의 강점만을 연결시킨 사업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점이 강점을 만들고 그 강점이 새로운 강점을 창출하는 묘한 선순환구조이다.

상품의 질적인, 가치적인 면을 보자면 애플은 자사가 만드는 테스크톱 컴퓨터 케이스의 뒷판의 뒷면(컴퓨터 안쪽에 있는 면)디자인을 위해 몇 번이나 만들고 부시고, 또 만들었다. 겉에서는 볼 수 없으며 보려고 하지도 않는 그 면 하나를 위해서 말이다. 어떻게보면 스티브잡스의 자존심 아니겠는가? “내가 만든 것은 최소한....” 뭐 이런 의식말이다.

애플은 현재 자사의 초기모델인 아이팟과 아이튠즈의 연계모델을 기반으로 아이팟 터치, 아이폰, 아이패드로 상품영역을 확대시키고 있다. 모든 것의 시작인 ‘아이팟’은 음악을 듣기 위한 하드웨어이고, ‘아이튠즈’는 음원을 다운로드하고, 이를 가동시키는 소트트웨어다. 애플은 이들이 성공하자 아이팟에 추가기능을 붙인(아이폰에서 휴대폰기능만 없는) 아이팟 터치(음악 이외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솔루션을 가동할 수 있는 확장된 휴대용 기기)를 출시했다. 따지고 보면 이때 이미 아이폰의 모델은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곧 아이팟 터치에 통신기능을 붙인 아이폰(우리에게 익숙한 스마트폰)이 나왔다. 물론 이때 아이튠즈의 모습은 더욱 확장되어 앱스토어라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등장했다.

그러나 애플의 모습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즉 아이팟과 아이튠즈의 모양과 운영체계를 확대한, 거실에서 사용가능한 노트북 형태의 기기를 만들었다. 애플의 조그마한 음악기기는 어느 새 음악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은 물론이고 영화, 도서, 신문, 잡지 등의 수많은 일상 컨텐츠까지도 자유자재로 볼 수 있는 기기로 사용할 수 확대되었다. 만약 여기에 블루터스와 같은 무선네트워크기능이 탑재되면 그 순간 아이패드는 가정 내 모든 전자기기를 거실 소파에 앉아 관리하는 중앙통제기구가 된다. TV채널을 바꾸고 온라인으로 다운받은 영화를 TV로 전송하여 보는 것은 기본이고 말이다.

우리는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요상한 물건처럼, 어디선가 갑자기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에 의해 만들어 진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따지고 보면 이는 자신이 가진 강점을 최대한 활용한, 그리고 세상의 흐름에 발맞춘 상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보지 않는 곳을 채워 넣은 것뿐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현재 포털에서 향 후 무선인터넷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많은 개발과 노력을 하고 있다.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소비자들이 뛰어난 서비스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포털을 방문하고 모바일을 이용하는 유저들은 생활 속에서의 작은 편리함을 원한다. 예컨대 전철이 제대로 오고 있는지, 버스가 몇 분에 오는지, 차를 다고 가다가 현재 시간으로 교통상황은 어떤지 등의 것들을 원한다는 사실이다. 기능은 뛰어나되 사용이 복잡한 것보다는 기능은 좀 모자라더라도 편리한 UI(User Interface)를 가진 서비스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 책은 애플이 어떤 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무척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책을 읽어보면 ‘아! 애플이 이런 식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곧 이어 ‘누가 애플을 따라잡을 수 있지?’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남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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