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키티 성공신화 - 전략적으로 디자인하고, 치밀하게 마케팅하고, 철저하게 관리하라!
김지영 지음 / 살림Biz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예전에 물건을 사려고 하면 가장 유심히 보는 게 브랜드였다. 어떤 회사에서 만든 것인지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일단 품질이 믿을 수 있어야 하고, 브랜드 값만큼 튼튼해서 한번 사면 오래 쓸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처음 살 때는 조금 비싸지만 말이다. 그러다보니 이름 있는 회사 것이란 이유 하나 때문에 좀 더 비싸게 줘도 별로 아깝지 않았다. 어차피 돈 값 할 것이라고 믿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매장에 들어가면 브랜드는 잘 보지 않게 된다. 언제부터인지 상품의 질이 평준화되어 웬만한 상품은 가격이 싸다해도 상품을 구매한 후 크게 후회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아제는 도리어 아무리 싼 물건이라고 해도 품질이 마음에 안 들면 아예 살 생각자체를 하지 않는 세상이다.

그러다보니 문방구에 들어가 볼펜 한 자루, 샤프 하나를 사도 품질보다는 예쁜 것, 내가 필요로 하는 기능이 있는 것, 기능 이외 부가적인 서비스가 붙어 있는 것에 눈길이 간다. 얼마 전에도 샤프가 망가져서 새로 사려고 문방구에 갔다가 마음에 드는 샤프가 없어 그냥 나온 적이 있었다. 일천 원 밖에 안 하는 샤프, 한 번 사면 평생 쓸 것도 아닌데 웬 까달인지 그래도 예쁜 것을 사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예쁘다는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것으로 본다. 그렇기에 이런 상품이 예쁜 것이라 말할 수는 없다. 나 같은 50대 사람이 찾는 ‘예쁘다’는 상품과 초등학생이 찾는 ‘예쁜’ 샤프는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예쁘다’는 것이 여성이나 아이들만 찾는 철없는 구매행위 수준을 넘게 되었다. 상품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소중한 요소가 되어 버렸다. 품질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자 무엇을 사던지 간에 크게 문제될 것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차피 돈 주고 사는 것, 좀 더 예쁘고 친근한 상품을 사는 게 남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디자이너의 가치는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동일한 소재, 동일한 기능, 동일한 가격, 하다못해 동일한 무게의 상품이지만 ‘예쁘다’ ‘귀엽다’ ‘독특하다’는 느낌 하나만 잘 전달해도 소비자들은 기쁜 마음에 상품을 집어간다.

이럴 때 목에 힘주고 큰 소리 치는 게 무엇일까? 물론 상품 전체의 디자인도 있겠지만 모든 디자인을 어우리는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회사다. 예를 들면 월트디즈니의 만화 주인공들, 현재 세계소비를 이끌어가는 싱글족들이 어릴 때 좋아하던 캔디의 모습 같은 것들이다. 이런 캐릭터들은 상품 전체의 디자인을 결정하지는 못해도 그림 하나만으로도 상품의 질(가치)를 결정한다. 게다가 어디에다 붙여도 예쁘니 활용도도 무척 높다. 들 그림이 상품에 붙어있으면 내용물은 똑 같아도 왠지 모르게 호감이 가고, 정겨운 상품으로 변한다.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런 세상에서 물 만난 물고기마냥 자신의 캐릭터를 뽐내는 회사가 하나 있다. 바로 ‘헬로키티’를 거느린 ‘산리오’다. 조그마한 고양이 한 마리가 회사 매출의 절반 이상을 이끌고 있고, 그것도 몇 십 년 동안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면 믿겨지겠는가. 하지만 헬로키티는 디즈니처럼 만화영화나 만화, 그림책 같은 게 없을 뿐이지 그 이상 가는 스타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캐릭터이자, 이제는 헬로키디가 붙은 상품이 이 캐릭터가 붙지 않은 상품보다 더 많다.

이 책은 이와 같은 캐릭터 하나를 어떻게 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으며, 또 조그마한 고양이 한 마리의 어떤 이유로 인해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 왔는지 보여준다. 물론 이와 같은 캐릭터 산업의 성공에는 디자이너의 창의성과 노력이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예쁜 캐릭터 디자인과 함께 캐릭터의 특성을 유지하고, 그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기업의 전략적인 관리, 홍보방법도 무척 중요하다.

이 책은 무척 재미있다. 헬로키티의 성공 요인, 가장 중요한 것은 입이 없다는 것,에서부터 헬로키티가 만들어져 현재까지 성장해 온 모습, 그리고 하나의 캐릭터를 키우고 성장시키기 위한 기업의 노력 등이 잘 묘사되어 있다. 물론 책에 들어 있는 내용은 저자의 상상력이 아니라 ‘산리오’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정리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이 헬로키티의 실제 역사들이다.

디자인, 캐릭터. 이야기의 중요성이 커지고, 가치구매라는 용어가 점점 더 큰 목소리를 갖게 된 요즘 나도 이런 캐릭터 하나 만들어보자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누구나 한 번은 꿈꿔볼만한 시장이다. 캐릭터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속에 또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주는 소중한 친구이자 동료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헬로키티가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과정을 살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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