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읽는 명리학 - 성공하는 CEO는 사람을 보는 법도 다르다
신용진 지음 / 형설라이프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요즘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며,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세상이 복잡해지니, 과거와는 달리 특별히 의지할 곳이 없어 그런 것 같다. 외부 세상은 변해도 내 자신은 잘 변하지 않고, 게다가 자기계발 책 덕분인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평가도 자신이 어떻게 판단하는가에 달렸다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인 것 같다.

필자도 ‘나’를 이해하기 위해 여러 가지 평가척도를 활용해 봤고, 그런 가운데에서 필자만의 특질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을 이해한다는 것,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놀라운 발견이다. 내가 어떤 특징의 사람인지,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 하다못해 무언가를 이유 없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유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이해한다는 것은 머리가 아닌 가슴, 본성을 안다는 의미다.

물론 사람의 시각이 한 가지로 고정되어 있지는 않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내면아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 사람의 가치문제는 어릴 때 받은 사건과 경험, 나쁘게 말하면 어린 나이 때  받아들이기 어려운 충격으로 인해 형성된다고 한다. 즉 당시 상황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충격은 개인의 무의식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남아있게 되며, 이런 요인들이 남다른 심리적인 문제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평가의 전제(내면아이란 개념도 역시)는 사람들은 일정한 기반, 즉 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있고, 이와 같은 본질은 살아가면서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갖고 있다. 어떤 충격이나 고통도, 그리고 기쁨도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와 닿는 것은 아니며 각기 나름대로 해석한다. 이는 결국 사람은 태어날 때 이미 자신만의 캠버스를 갖고 태어난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동양의 ‘역’은 서양과학을 통해 만든 개인평가척도와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즉 서양과학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성격 등을 자가 진단하여 평가하는 방식이지만, 동양의 평가방식은 태어난 년, 월, 일, 시를 기준으로 하여 평가한다. 즉 ‘년’의 조상, ‘월’의 부모, ‘일’의 나, 그리고 ‘시’의 자손이 서로 연결되어 상호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개념이다. 어떻게 보면 고정된 사람의 모습을 전제한, 그렇지만 자연 속에서 여러 가지 상황에 의해 변화가 가능한 사람의 모습을 평가한다는 점이다.

혹자는 이런 방식에 의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사람이 항상 변하기 마련인데 어떻게 언제 태어났는지 만을 갖고 평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서양의 평가척도들 역시 변화하는 사람의 모습을 판단하기보다 한 개인의 변화하지 않는 모습을 알려고 한다. 예를 들어 내향, 외향적인 성격을 평가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 척도의 결과는 ‘어제는 내향이었는데, 어떤 상황 변화로 인해 오늘은 외향적인 모습을 가지며, 내일은 이러저러한 조건이 생긴다면 다시 내향으로 변합니다.’라는 말을 하고자 한 게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근데 우리는 서양의 척도가 동양의 척도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 어린 시절 학교에서 배운 지식때문이 아닐까 싶다. 과학, 수학, 물리 등. 그런데 서양과학에도 한계가 있는데, 동양의 주역, 명리학, 사주팔자 등으로 불리우는 동양철학도 한계를 갖고 있지만, 항상 질문에 답하는 사람의 기억과 감정에 의존하며 따라서 답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평가결과가 완연히 달라진다는 점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MBTI, 애니어그램, 또 기타 여러 가지 평가를 해 본 사람이라면 자신의 성격을 확인한 결과를 보며 의구심을 갖은 경험이 있을 것이고, 그래서 다시 평가해보면 결과가 앞서 평가한 것과 다르게 나온 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의 생각은 어차피 사람의 고정된 성격과 특질을 판단하고자 하는 게 목적이라면, 앞에서 말한 것처럼 오늘과 내일이 다르고, 자신의 직업과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진 서양의 척도보다는 동양의 결정론적인 척도가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책은 ‘명리학’이란 주제를 갖고 사람의 운명과 미래를 예측했던 학문을 직장과 사업이라는 공간으로 옮겨 활용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한 사람의 특질이 각기 다르니 그들을 모습을 이해해서 가장 활동하기 편한 자리에서 일하게 하면 좋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저자는 여러 가지 사주팔자의 지표 중에서 ‘십신’을 주로 활용한다. 평소 잘 활용하지 않은 방법이다 보니 책을 읽어보면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특히 뒤에 나온 창업과 관련된 내용은 현재 기업을 운영하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한편 봐둘 필요가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독자들이 책을 읽을 때 몰입하는 조건 중의 하나가 ‘나는’이라는 단어다. 즉 책 내용에서 자신의 모습을 대입할 수 있으면 그만큼 책 내용에 몰입하는 것이고, 남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면 책의 가치는 그만큼 떨어진다.

그런데 이 책은, 물론 저자는 친절하게 설명한다고 했지만, 독자가 자신의 ‘십신’을 찾아내기가 어렵다. 그저 ‘이러저러한 것이 있고, 결과적으로 여러 가지 십신이 있는데 이들의 특성을 이렇다.’는 것만 반복적으로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독자 입장에서는 제 3자가 자신이 아닌 것을 정리해놓은 것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잘못하면 독자 입장에서 ‘그래, 너 많이 안다. 그래서...’하고는 책을 던져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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