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이야기
가와시마 고타로 지음, 양영철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유니클로라는 회사의 상품은 써 본적은 없지만, 이름은 가끔 들었다. 설립한 지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한 기업, 물론 중간에 몇 번 실패한 적도 있긴 하지만, 사람들이 사양 산업이라고 말하는 의류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 경영자가 곧 기업이라고 말할 만큼 창업자의 기업가정신이 살아 숨 쉬는 회사,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회사 등 우량기업으로서 들을 수 있는 많은 찬사를 받고 있는 기업이다.

그러다보니 경영과 마케팅을 강의하는 필자 입장에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기업이었고, 그런 가운데에서 유니클로를 분석한 책이 나와 기쁜 마음으로 책을 얻었다. 기업경영이란 것이 알고 보면 간단하다. 물론 실행부분에서 막히는 경우가 자주 있지만 고객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가격에 원하는 곳에서 구입하고, 사용하기에 편리하게 만들어주면 된다. 유니클로 역시 이와 같은 원론적인 경영방침에 의해 성장했고, 또 앞으로도 성장하리라 기대할 수 있는 기업이다.

이 책은 유니클로를 잘 아는 경영컨설턴트가 쓴 책이라 그런지 매우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특히 일반 기업분석 책에서는 보기 어려운 유니클로의 실패 사례도 담고 있다. 그저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는 정도가 아니라, 왜 실패했으며, 그 실패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실패를 통해 배운 게 무엇이고, 그 교훈을 어떻게 이용했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유니클로를 이끌고 있는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언뜻 보면 고집불통의 기업가 같지만 중요한 것은 그의 고집이 개인적인 아집이 아닌 고객을 향한 원칙론이라는 점에서 무척 독특하다. 저자가 소개한 것 중에서 특이한 것을 몇 가지 정리해보면, ‘팔리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말고 팔리는 물건을 만들어라’ ‘같은 업종끼리 경쟁하지 말고 다른 업종의 상품들과 경쟁하라’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용이다’ ‘실패하지 않는 경영자는 경영자가 아니다. 실패하고 또 실패하라’이다.

성공기업을 분석한 책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내용들로, 제목만 봐도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무척 익숙한 내용들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경영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알 수 있는 평범한 내용들을 유니클로는 실행해서 성공했고, 다른 기업들은 왜 실패했을까라는 의문이다.

세스 고딘이 Remarkable'이란 단어를 사용할 때 그가 주장한 메시지가 하나 생각난다. 그는 사업을 성공하고 싶으면 ‘Remarkable'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것밖에는 방도가 없다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아는 것에서 끝나지 말고, 오로지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각오로 끊임없이 밀어부치라는 의미다. 유니클로는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의 내용을 아는 것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이런 방식만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각오로 사업을 이끌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유니클로가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수밖에 없고, 또 끊임없이 변신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은 의문점을 정면으로 돌파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하나. 판매자가 원하는 시간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맞출 수는 없는가? 둘. 왜 옷은 일상용품처럼 대형 할인마트에서 간편하게 구입할 수 없는가? 셋. 왜 매장마다 점원들이 멘투멘으로 고객을 맞고 사도록 강요하는가? 넷. 왜 의류매장은 화려하게 꾸며 고객을 유인해야만 하는가? 다섯. 옷도 가까운 곳에서 조금씩 자주 사는 물건같은 상품이 될 수는 없는가? 여섯. 변화가에 위치해야만 장사가 성공하는가?

이상의 질문들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의류사업의 기본적인 판매행태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점들이다. 멋진 인테리어에 깔끔한 제복을 입은 종업원의 안내와 설명, 옷 한 벌을 사기 위해 고급매장이 몰려 있는 번화가로 가야 한다는 발상, 옷은 한번 사면 오래 입을 것이니 특정한 날에만 구입하는 것이라는 의식(그것도 비싼 옷을) 등 평소 의류사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또 시장에서 떨이치기처럼 판매하는 옷이 아니라 일정 브랜드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류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조건들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다. 하지만 야나이 다다시는 이런 일상조건에 의문을 제기했고, 이를 과감하게 고쳤다. 누구를 위해? 바로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을 위해서다.

혁신이란 일상적으로, 습관화된 관행을 다시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며, 그 중심에는 고객이 있다는 것, 그래서 변화는 기업이나 판매자의 시각이 아닌 고객의 시각에서 가치를 증진시키기 위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유니클로는 실천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유니클로가 기존 의류사업에서 실행한 내용들을 보면, 이들이 무엇을 왜 바꿨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다면, 자신의 사업을 바라보는 방법과 변화를 위한 팁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양 산업이라고 단정 지은 의류사업에서 통하는 방식이라면 일반적인 사업에서는 더더욱 큰 효과를 발휘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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