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가 말하는
오츠 슈이치 지음, 황소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는 암 말기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호스피스 전문의다. 그에 따르면 암 말기에는 상상을 초월한 고통이 따라오기 때문에 이 고통을 줄여주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한다. 말기 환자들은 죽음보다 고통이 더 두려울 정도라고 하니, 비록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얼마나 심한 고통일지...

이 책은 저자가 그 동안 암 말기환자 곁에서 그들의 임종을 바라보며, 그들과 대화하며 느낀 점을 정리한 책이다. 누구도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기에 이를 바라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무척 괴로운 일이지만 환자들과 이야기하는 가운데에서 그들이 후회하고 안타까워 하는 공통된 사항 몇 가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스물다섯가지의 이야기는 바로 암 말기 환자들의 이야기로, 더 이상 자신을 방어하거나 치장할 필요가 없는 암 말기 환자들이 한 말이라 그런지 가슴이 아프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에 와 닿는다. 책을 읽다보면 나라면 죽음을 눈앞에 둔 순간 어떤 말을 남길지, 나도 먼저 떠난 사람들처럼 후한과 안타까움을 간직한 채 눈을 감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마음이 복잡해진다.

죽음을 앞 둔 사람들은 어떤 것을 안타까워할까. 그 동안 죽음과 관련된 책을 많이 봤지만 거의 대동소이한 내용들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과거 죽음과 관련된 책에 나온 내용들이 대부분 등장한다. 아마 인간의 삶이란 시대가 바꿔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목차를 보면 죽음을 앞 둔 사람들이 어떤 것을 가장 후회하고, 아쉬워하는지 알 수 있다. 물론 목차에 나온 제목의 의미를 좀 더 깊이 느끼려면 책을 봐야겠지만 다음에 적은 제목들만 봐도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가장 후회스럽게 다가오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후회,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 두 번째 후회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세 번째 후회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네 번째 후회 ‘친절을 베풀었다면’, 다섯 번째 후회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여섯 번째 후회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더라면’, 일곱 번째 후회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더라면’, 여덟 번째 후회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아홉 번째 후회 ’기억에 남는 연애를 했더라면‘, 열 번째 후회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열한 번째 후회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면‘, 열두 번째 후회 ’내가 살아온 증거를 남겨두었더라면‘, 열세 번째 후회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열네 번째 후회 ’고향을 찾아가보았더라면‘, 열다섯 번째 후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맛보았더라면‘, 열여섯 번째 후회 ’결혼을 했더라면‘, 열일곱 번째 후회 ’자식이 있었더라면‘, 열여덟 번째 후회 ’자식을 혼인시켰더라면‘, 열아홉 번째 후회 ’유산을 미리 염두에 두었더라면‘, 스무 번째 후회 ’내 장례식을 생각했더라면‘, 스물한 번째 후회 ’건강을 소중히 여겼더라면‘, 스물두 번째 후회 ’좀 더 일찍 담배를 끊었더라면‘, 스물세 번째 후회 ’건강할 때 마지막 의사를 밝혔더라면‘, 스물네 번째 후회 ’치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스물다섯 번째 후회 ’신의 가르침을 알았더라면‘이다.

이 중에서 특히 가슴에 와 닿은 것이 있는데, 바로 ‘고맙다’는 말을 더 했으면 하는 후회다. 다른 내용들에 비해 비교적 일상적인 주제다. 하지만 이것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평소 많은 사람들이, 나를 포함해서, ‘고맙다’는 표현에 인색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어떤 사람은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자신은 고마움을 잘 표현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고마움을 표시한다는 의미가 습관적으로 하는 ‘고맙다’는 말을 많이 안 했다는 뜻은 아니라고 본다. 영화를 보면 자주 나오는 ‘Thanks'라는 말처럼 거의 입에 붙어있는 단어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커피 한잔 갖다 준 사람에게 쳐다보지 않은 채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모습. 식당에서 먹은 식기를 치워주는 종업원에게 의례적으로 ‘고맙습니다’라고 내 던지는 모습.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을 부하 직원에게 억지로 시켜놓고는 그저 지나가는 말투로 ‘고마워’라고 말하는 모습 같은 것이다.

‘고맙다’는 표현. 나는 내 아이의 이 말 한마디 때문에 눈물이 글썽거린 적도 있었고, 또 누군가의 성난 마음을 눈 녹듯이 풀어준 적도 있었다. 진정으로 전하는 ‘고마움의 표시’는 이토록 강렬한 효과를 보인다. 저자 말대로 ‘고맙다’는 표현 하나만 제대로 하며 살아간다면, 또 내가 호흡하고 살아가는 순간순간이 고맙고, 나에게 미소 보내주는 앞 사람이 진정으로 고맙다는 마음 하나만 갖고 살아도 죽음을 앞 둔 상황에서 가슴 아프게 지난날을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 지금은 먼 훗날 이야기 같지만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후회하는 시점이 바로 지금 이순간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오늘 하루도 좀 더 진한 인생을 맛보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