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 : 입소문으로 팔아라 - 고객을 전염시키는 소리
엠마뉴엘 로젠 지음, 송택순 옮김, 이주형 감수 / 해냄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한때 광고를 왕창 쏟아 부으면 물건이 날개 달린 듯이 팔린 적이 있었다. 광고 자체가 재미있고, 비싼 매체광고를 할 정도면 믿을 수 있는 기업이란 느낌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상품종류가 많지도 않았고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도 단순해서 멋진 광고 하나면 기업을 성장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세스 고딘 말대로 광고를 해 봐야 사람들이 보지도 않고, 본다 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관심을 가진다해도 살 마음이 생기질 않는다. 필요한 게 별로 없으니까 말이다.

과거 TV, 냉장고, 자동차가 보물 1호가 되던 시절은 저 멀리 달아났고, 이제는 생필품은 싼 값에, 고가품은 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판매가 달라진다. 어정쩡한 상품은 너무 흔해 ‘저걸 꼭 사야지’ 하는 마음을 갖게 만들 수가 없다. 특히 요즘처럼 New Luxury가 상품구입 스타일로 자리 잡은 상태에서는 더더욱.

돈은 좀 들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던 광고가 힘을 잃자 많은 마케터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광고만 하면, 좋은 컨셉을 찾아내 물량공세를 퍼 부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던 사람들이 자신의 무기가 더 이상 통하지 않자 새로운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찾아낸 해답은 더 많은 물량, 더 튀는 광고, 더 비싼 모델이란 점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소비자가 물건을 선택하는 핵심요인은 자신이 믿는 사람의 평가다. 사람의 행동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사회심리학에서 말하는 준거집단(자신의 가치와 평가를 결정하는 주변 사람)인데, 이들이 뭐라고 하느냐에 따라 상품구매여부가 결정된다. 예를 들어 생리대를 처음 쓰는 학생이 어떤 상품을 결정할지는 그에게 믿음을 준 사람의 평가라는 점이다.

이 책의 주제는 상품을 팔고 싶으면 사람들의 입을 움직이게 하라는 간단한 명제이다. 누구든지 상품에 감동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옆 사람에게 이야기할 것이고,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기업이 아닌 소비자의 생각이기에 이를 믿고 상품을 구매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봐도 상품을 결정한 이유 중에 중요한 요인은 광고가 아니라 주변사람의 평가라고 한다. 그들은 누군가의 말을 믿고 해당 상품을 구입한 것이다. 따라서 내 상품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그 상품에 대한 신뢰를 얻고 싶으면 입소문을 나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게 쉬운가? 어떻게 보면 쉬울 수도 있고, 또 어려울 수도 있지만 문제는 입소문이란 게 사람 한두 명을 설득해서 될 문제가 아니기에 이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려면 많은 것을 동시에 고려해야만 한다. 다수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때에만 입소문이 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입소문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몇 가지를 제시한다. 우선 경험을 공유하게 만들라고 한다. 폴라로이드에서 만든 아이존이란 사진기. 일반사진기와 다른 점은 폴라로이드의 특징인 즉석사진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조그마한 스티커와 같은 사진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아이존을 통해 자신의 사진을 스티커처럼 만들어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에 붙임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고 이를 다른 학생들과 공유한다. 중요한 것은 사진에 대한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며, 이것이 결국엔 입소문으로 번지게 된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궁금증을 일으키라고 한다. 모든 일이든지 너무 백일하에 드러나면 재미가 없다. 우리가 영화를 볼 때도 이미 스토리를 알고 볼 때와 다음 장면을 기대하며 볼 때 느낌이 다르듯이 뭔가 사람들이 궁금증을 갖게 될 때만이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쉽게 말하면 가상 시나리오를 소비자들이 직접 만들게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상품 자체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은 그 이상의 무엇을 원하며, 그것을 주는 회사를 높이 평가한다. 물론 ‘덤’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다르기에 한 마디로 규정짓기는 어렵지만 누구나 공통적으로 바라는 건 바로 감동이다. 기업이 나를 단순한 소비자로 보지 않는다는 확신이랄까. 아마도 애플이 그토록 빠른 시간에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감동 때문일 것이다.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도 고객 입장에서 바라보고 그것을 최대한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한 흔적 말이다. 어떤 회사가 데스크톱 박스 안의 디자인까지 신경을 쓰겠는가.

그리고 네 번째는 아마추어리즘을 자극하는 것이고, 다섯 번째는 가십의 힘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객이 원하는 것 이상, 또는 고객이 평소에는 느끼지 못한 것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을 기쁘게 하면 입소문은 자연스럽게 발생하게 된다.

이제 입소문은 단순한 마케팅 기법이 아니다. 합리적인 사고보다는 감성을 중요시 여기는 소비자들은 다른 사람의 느낌을 함께 공유함으로서 상품에 대해 확신하게 되고, 이와 같은 마음은 바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이를 입소문을 통해 전달하는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상품 자체가 개발될 때 이미 입소문에 필요한 요소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 상품의 특징과 기능을 과장하는 것, 이 모든 것은 순간적으로는 효과를 볼지 모르지만 한번 속은 고객은 두 번 다시 그 회사의 상품을 찾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