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 나를 사랑하게 하는
이무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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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바라보면 개인적인 특질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개인만의 강점, 재능이나 그 사람만이 가진 독특한 성격 같은 것이다. 또 실제로 그럴지도 모르고. 하지만 유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도 특정한 일에 대한 반응이 생각 외로 다를 수도 있다. 쉽게 말하면 ‘저 사람은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할까?’ 같은 느낌을 주는 경우다. 자라오면서 겪는 아픔과 고통이 다르기에 외부의 환경에 대해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어릴 때 특정한 일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 경우, 사랑하던 사람을 갑자기 자신의 곁을 떠났을 경우, 부모에게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살아온 경우에는 세상에 대한 반응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주변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 일종의 열등감 같은 것으로 겉에서는 알 수 없는 인간내면에서 한 인간의 가치관과 태도, 행동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남편 성격만 알아도 행복해진다]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강의를 많이 하는데) 부부가 서로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성격이 달라서 싸우게 되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강의 내용의 핵심이다. 그런데 강의를 할 때마다 느끼는 점은 부부간의 강등 원인 중 성격차이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한계에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부부가 서로 사랑하지 못하고 상처를 주는 이유 중 하나는 어릴 때 형성된 열등감의 아이‘가 어른이 된 후에도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열등감을 좀 더 극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더 리더]라는 책을 인용한다. 책 내용은 30세의 여성과 15세의 남자가 사랑을 하는 과정을 묘사한 것인데 실제 여기서 저자가 강조한 부분은 여성의 열등감에 대한 부분이다. 주인공 한나는 문맹이라 글을 읽을 줄 모른다. 그러다보니 둘이 만나면 한나는 남자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둘의 관계는 이렇게 시작되었고 유지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나는 남자 곁을 떠났다. 오랜 세월이 지난 다음, 남자는 법관으로, 한나는 죄인으로 법정에서 만났다. 한나의 죄목은 유태인수용소 간수로서 나치에 협력하고 무고한 유태인을 학살한 죄였다. 법정에서는 한나와 나치 여간수들을 처벌하기 위해 증거를 하나 갖고 왔는데 그것은 여간수들이 유태인에게 저질은 범행을 그대로 정리한 것이었다. 여간수들은 이 내용을 한나가 썼다고 떠들었고, 한나는 무거운 형벌을 받을 상황이 되었다. 물론 상식적으로 문맹인 사람이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을 일. 하지만 한나는 자신이 문맹이라는 것을 밝히기 보다는 20년의 형벌을 택한다. 문맹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기 때문이다.

어떤가? 이런 상황에서 당신 같으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은가? 나는 글을 읽을 수 없고, 따라서 쓸 수도 없다고 자백하고 가벼운 형벌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문맹을 숨기고 무거운 형벌을 받을 것인가. 아마도 한나의 선택에 대해 문제 있다고 이야기할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열등감이란 것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기에 한나와 같은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열등감을 내 보이기보다 차라리 무거운 형벌을 선택한다. 열등감은 이성차원에서 설명하기보다 감정적인 문제이며, 자신의 열등감을 고백하는 순간 세상에서 버림받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열등감은 대부분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비롯된다. 자라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가슴 속에 맺힌 무언인가가 그에게 남과는 다른 열등감을 느끼게 하고, 이것이 자신이라고 믿게 된다. 즉 남보다 못난 모습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단정짓는 것이다. 나는 못났다, 못 생겼다 등과 같은 자아평가다.

이 책을 보면 무척 다양한 열등감의 예가 들어 있다. 겉으로 봐서는 전혀 문제없을 것 같은 사람이 어릴 적의 가난함이란 기억 하나 때문에 기를 쓰고 돈을 벌지만 항상 부족함을 느끼며 불안하게 사는 사람, 형제가 좀 더 예쁘고 가족들에게 칭찬받는 상황에서 자신을 못난이로 생각하고는 항상 외모 열등감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 학력이 고졸이라는 것 하나 때문에 누군가 자신에게 섭섭한 말 한마디만 해도 학력을 트집 잡아 비꼬는 것처럼 들리는 한 주부의 이야기와 같은 것들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상대방이 자신을 보고 고졸이라는 것을 알 수 없다는 것을 머리로는 의식하면서도 말이다.

저자는 열등감의 핵심 원인으로 가슴 속에서 크지 못하고 남아있는 어린 시절의 경험을 말한다. 즉 내면아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는 어릴 적에 받은 큰 상처 때문에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어린 시절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채 인간심리 속에 남아있다. 그러다가 당시 고통스러웠던 자극을 받게 되면 강하게 반응한다. 화를 낸다거나 심하게 짜증을 부리거나 두려워하는 것이다.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그리고는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합리화한다. 예를 들면 상대방이 자신을 무시했다거나, 공격하려했다거나, 몸이 안 좋았다거나 하는 식으로.

저자는 열등감이 인간의 가치와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이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특히 부모의 아이 양육방식에 따라 사람의 자존감과 열등감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열등감. 이는 결코 외적인, 객관적인 문제가 아니며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의 마음속을 항상 살펴보며 마음 어딘가에 남아있는 열등감의 원천을 달래줘야 한다. 대부분의 열등감은 원래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객관적인 척도로써 평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자신의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 내가 만들어 낸 열등감이고, 따라서 내 자신이 고칠 수 있다. 누구나 갖고 있는, 하지만 잘 알 수 없는 내면의 열등감을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자 원한다면 이 책을 한번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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